취임 일주일 내 재건축 규제 완화 공언했으나

취임 후 규제카드 꺼내는 등 집값 안정에 방점

시장 안정화 조치에도 과열 꺾이지 않아

재건축 단지 중심으로 불만의 목소리 나와

“일주일이 100일 되도록 뭐했나” 지지부진 재건축에 오세훈 성토 ‘봇물’ [부동산360]
서울 양천구 목동아파트 단지 일대. [양천구 제공]

[헤럴드경제=김은희 기자] “재건축 규제를 풀어주겠다고 해서 그 많은 표를 얻어간 것 아닌가요. 쉽지 않다는 건 알지만 눈에 보이는 성과가 없으니 실망스럽긴 해요.” (서울 양천구 목동의 한 재건축 단지 소유주 A씨)

‘재건축 규제 완화’를 전면에 내세우고 서울의 수장 자리를 꿰찬 오세훈 서울시장이 취임 100일이 지나도록 재건축 정상화에 진전이 없자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오 시장은 후보 시절 취임 일주일 안에 재건축 규제를 풀겠다고 공언하는 등 규제 완화 속도전을 예고했으나 취임 이후 ‘신중론’을 꺼내 들며 재건축 단지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는 등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다. 재건축 속도가 늦춰지지 않을 것이라고 공언해왔으나 실질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시장에선 성토가 이어지는 분위기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시는 주요 재건축 단지 주민 대표와의 간담회를 지속적으로 추진하며 의견을 수렴하는 한편 공공기획을 재건축 사업에 도입해 재건축 사업에 속도를 내겠다는 입장이다. 서울시는 특히 재건축을 공공기획으로 추진하면 심의기간이 대폭 줄어드는 등 빠른 사업 추진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공공기획 도입 방안을 제외하고는 재건축 정상화를 위한 이렇다 할 실행 방침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 취임 직후부터 개발 기대감에 주요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집값이 급등하면서 규제 완화에는 손대지 못한 것이다.

첫 부동산 정책으로 ‘규제’를 택하며 선(先) 시장 안정에 힘썼지만 집값은 잡히지 않았다. 오 시장은 “재건축은 차근차근 집값을 자극하지 않는 선에서 모색하는 중”이라고 설명했으나 시장 과열이 꺾일 기미가 보이지 않아 규제완화 카드를 꺼낼 수 없는 상황이다.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 완화는 정부여당의 부정적 기류에 부딪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고 분양가 상한제, 초과이익환수제 등은 아직 공식 제안조차 하지 못했다.

오세훈표 부동산 정책이 시동조차 걸지 못한 채 표류하면서 오 시장을 지지하던 재건축 단지에선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압구정 현대, 개포 우성, 은마 등 강남구 28개 재건축 추진 단지는 최근 ‘강남구 정비사업 연합회’를 발족하고 오 시장의 재건축 공약 이행을 촉구하고 나서기도 했다. 여기에 노원구에서 가장 낡은 공릉동 태릉 우성의 정밀안전진단 탈락을 계기로 안전진단 기준 개정에 대한 요구도 커지는 분위기다.

전문가들은 집값 상승의 궁극적인 원인이 공급 부족에 있는 만큼 단기적인 상승을 감내하고라도 규제를 풀어 공급을 늘려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단기적인 가격상승에 놀라 재건축 활성화의 방향을 틀게 되면 실수를 되풀이하는 것일 뿐”이라며 “공급 확대에 대한 시장의 기대심리 형성을 지혜롭게 읽어내며 재건축 규제의 합리적인 대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시장 불안을 최소화하기 위해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취임 100일간 달라진 건 도시재생을 축소한 조직개편 정도밖에 없는 게 사실이지만 시장 상황, 정부여당과의 의견 충돌 등을 고려해 속도를 조절하고 있는 것”이라며 “정비사업을 한 번에 풀면 부작용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내년까지는 한 템포 쉬어가는 것도 좋은 선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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