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대체부지 확보로 태릉골프장 공급목표 유지”

지자체 “서울 도심 내 대체부지 전혀 없어”

국토부-서울시 협의 난항…입장차 팽팽

지구지정 일정, 올해 하반기서 내년으로 연기

내년 대선 앞두고 정책 신중론 돌아선듯

“서울 도심엔 ‘과천같은 대체부지’ 불가능”…정부는 신중론 선회 [부동산360]
지난해 10월 환경단체와 서울 노원구 시민들이 서울 중구 유네스코한국위원회 앞에서 ‘세계유산 태·강릉 자연경관 보전 위한 국제사회 호소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연합]

[헤럴드경제=민상식 기자] 정부가 서울 노원구 태릉골프장 주택공급 계획 관련 대체부지를 확보해서라도 공급 목표 1만 가구를 맞추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최근 대체 부지에 주택을 짓기로 변경한 정부과천청사처럼 공급규모 유지 원칙을 고수하겠다는 것이다.

서울시와 노원구는 대체부지로의 변경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태릉골프장 등 작년 8·4 대책 공공택지 후보지들은 서울 도심의 유휴부지를 최대한 끌어모아 발표한 것으로, 도심 내 다른 부지 확보 자체가 사실상 불가능하는 설명이다.

정부는 서울시와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고 아직 제대로 된 협의를 진행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최근엔 태릉골프장의 지구 지정 일정도 올해 하반기에서 내년으로 연기했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지방자치단체와 주민 반발을 고려해 정부가 정책 신중론으로 선회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5일 세종시 세종컨벤션센터에서 출입기자단과 간담회를 열고 “태릉골프장은 구청장 주민소환 문제가 있어 협의를 진행 못했으나 현재 소환절차가 종료돼 곧바로 서울시와 구청과 협의를 개시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언론에 서울시가 반대를 한다고 나오는데 결이 다르다”며 “자연녹지지역이라 가급적이면 녹지를 많이 유지하면서 저밀 개발하자는 방법과 내용에 대한 것이지 ‘공급이 필요없다’가 서울시 입장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 “정부과천청사 부지에 4000가구 공급 계획은 대체부지를 찾으면서 4300가구를 공급하기로 돼 있다”며 “태릉골프장도 공급량을 줄여야 하는 상황이면 대체부지를 확보해 전체 공급목표(1만가구)는 맞춘다는 원칙 아래 협의를 진행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태릉 ‘대체부지’놓고 국토부-서울시 입장 팽팽…정부는 신중론으로 선회
서울 노원구 태릉골프장의 모습. [연합]

정부는 노원구청장 소환이 불발된 지난달 말부터 서울시와 노원구청과 태릉골프장 관련 협의를 시작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제대로 된 협의는 진행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부와 서울시가 서로의 입장차를 좁히기 쉽지 않은 상황이 된 것으로 보인다.

최근 국토부가 서울시와 노원구에 8·4 대책 후보지에 대한 의견을 묻는 공문을 발송하자 서울시는 ‘재검토’로, 노원구는 ‘공급 계획 축소’로 회신했다.

정부가 언급한 대체부지에 대해서도 “실현 가능성이 없는 방안”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노원구청은 “인근에 아파트 단지가 들어설 부지가 전혀 없다”며 대체부지는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노원구 한 주민은 “대체부지는 과천이니까 가능했다”며 “서울 도심 내 어느 구도 과천 같은 여유부지를 마련할 수 없다”고 말했다.

노원구 대부분 지역은 1980년대 대규모 단지로 조성돼 아파트 거주 비율이 80% 수준에 이를 정도로 빈 땅이 없는 상황이다.

내년 3월 대선과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자체와 주민 반발을 고려해 정부의 정책 신중론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국토부는 태릉골프장의 지구 지정을 올해 상반기에서 하반기로 연기했다가 최근 내년으로 또다시 미뤘다.

일각에선 정권이 바뀌면 기존 주택 정책이 폐기돼 연속성을 찾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실제로 역대 정부의 주택 공급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이전 정권의 주택 계획을 폐기하고 새로 짰다.

노 장관은 이같은 지적에 대해 “주택을 포함한 민생 대책은 정부가 바뀌어도 계속돼야 한다”며 “정부가 바뀌고 시간이 흘러도 방향성은 똑같은 유효한 정책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조주현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주택공급 등 부동산 정책이 선거 때마다 즉흥적으로 수정되는 등 문제가 크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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