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성향 따른 상품선정 어려워
장시간 설명에도 고객 “모르겠다”
“차라리 인터넷 가입을” 권유까지
“내일 다시 오셔야 할 것 같은데…혹시 다른 상품은 어떠세요?”
금융소비자보호법 시행 100일을 앞둔 1일 서울 마포구 한 시중은행 창구. 금소법 시행 이후 많은 고객들은 투자성향과 원하는 투자상품 간 차이를 실감하고, 긴 시간 설명을 듣고도 뒤돌아 가야만 했다.
이날도 마찬가지였다. 창구 직원은 “30분 안쪽으로 상품 가입을 끝낼 수 있다”고 이야기했으나 20분을 소요하고도, 상품 가입에는 실패했다.
문제는 투자성향분석이었다. 과거 기록에 남은 ‘공격투자형’ 성향을 반영해 직원은 주식형 펀드 위주로 설명서 등을 뽑았으나 이번 방문에서는 ‘적극투자형’이 나왔다. 삼성전자, 네이버 등 소위 우량주로 구성된 상품이었지만 이 역시 적극투자형 투자자는 상품 가입이 불가했다.
수익률 측면에서 채권형은 선호하지 않는다고 하자, 직원은 “그럼 내일 다시 방문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전에는 즉시 투자성향분석을 다시 하고, 적합한 결과가 나오면 투자상품에 가입할 수 있었다. 직원은 “내일 오실 수 있으면 저랑 투자성향분석을 같이하자”고 덧붙였다.
종이 남비도 심각했다. 투자성향에 적합한 상품을 찾는 직원에 “모바일로 볼 수 있으면 보겠다”고 하자, 직원은 “그렇게 하시겠어요? 모바일로 보시는 걸 마음에 안 들어하시는 분들도 있어서 종이로 뽑아오려 했다”고 말했다. 상품 설명서를 한장한장 다 출력하면, 고객 한 사람당 필요한 종이가 최소 10장에 육박하는 셈이다. 다른 시중은행 직원은 “설명을 다 해줘도 ‘못들었다, 모르겠다’는 분들이 있어, 젊은 고객에게는 차라리 모바일로 가입하라고 권하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복잡한 대면 절차를 피하기 위해 비대면 상품 가입을 추천하고 있어서인지, 평일 오전 영업점에서 펀드나 신탁 상품에 가입하는 고객은 찾아볼 수 없었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도 “상담하다 펀드에 가입하거나 관리를 원하는 고객을 제외하곤 비대면 가입을 추천하고 있다”며 “비대면으로 하면 수수료도 절감되기 때문에 대면으로 가입할 이유가 없어졌다”고 말했다.
금소법 절차에 따라 상품 가입이 이뤄지다 보니 불필요한 영업 시간이 길어지고, 상품 가입까지 가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것은 전 은행 지점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었다.
경기도 부천의 또 다른 시중은행 창구 직원은 펀드를 가입하고 싶다는 기자에게 “과거 상품 가입 시 투자성향이 어떻게 나왔느냐”며 구두로 묻고, 과거 ‘공격투자형’에 맞는 ‘KB스타 미국 S&P500인덱스 증권자투자신탁’ 상품과 ‘삼성 글로벌 선진국 증권자투자신탁’ 상품을 추천해줬다. 하지만 이날 기자가 새로 한 투자적격성 테스트 결과는 한 단계 낮은 ‘적극투자형’이 나와 해당 상품을 판매하지 못했다.
해당 직원은 “소비자 보호 차원에서 인위적으로 투자적격성 테스트를 다시 하게 한다는 금감원의 취지가 있긴 하지만, 오히려 원하는 상품에 맞는 성향이 나오게끔 테스트를 받는 경우도 있어 해당 절차가 의미가 없게 느껴지기도 한다”고 털어놨다.
박자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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