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트병과 대장균 섞었더니 바닐라 아이스크림 됐다”
[123rf]

[헤럴드경제=김민지 기자] 플라스틱 쓰레기에 대장균을 배양해 바닐라 향 식품첨가물로 변신시키는 연구가 성공했다. 이번 연구는 생물을 이용해 플라스틱 쓰레기를 화학원료로 ‘업사이클링’한 첫 사례다.

영국 에든버러 대학교 스티븐 월러스 교수 연구진은 대장균과 플라스틱 쓰레기를 섞어 식품과 화장품 등에 쓰이는 바닐라 향 원료로 바꾸는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해당 연구는 지난 10일 국제 학술지 ‘녹색 화학’에 실렸다.

‘업사이클링’이란, 폐기물을 단순히 재활용하는 것을 넘어 디자인을 더하거나 활용 방법을 바꿔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 새로운 제품으로 재탄생시키는 것을 뜻한다.

“페트병과 대장균 섞었더니 바닐라 아이스크림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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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진은 유전자를 변형한 대장균과 ‘테레프탈산(TA)’를 섞고 37℃에서 하루 동안 배양했다. TA는, 플라스틱 페트별 물질인 ‘폴리에틸렌 테레프탈레이트(PET)’의 전단계 물질이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에 앞서 PET를 TA로 분해하는 효소를 개발한 바 있다.

대장균과 TA를 섞은 결과, 테레프탈산의 79%가 바닐라 향의 원료인 ‘바닐린’으로 변환됐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자연분해되는데 500년이 넘게 걸리는 페트병이 먹을 수 있는 식품 첨가물로 바뀐 것이다. 조안나 새들러 에든버러대 박사는 “생물을 이용해 플라스틱 쓰레기를 가치 있는 산업용 화학물질로 업사이클한 첫 사례”라고 밝혔다.

페트병은 전세계에서 1분에 100만개씩 소비되지만, 재활용률은 14%에 그친다. 재활용 컨설팅 전문기업 테라사이클이 OECD 보고서를 인용해 밝힌 바에 따르면, 전세계 플라스틱 중 단 14%만 재활용되고 62%는 매립, 24%는 소각된다.

“페트병과 대장균 섞었더니 바닐라 아이스크림 됐다”
바닐라 스틱 [123rf]

이번 연구는 화학연료의 사용을 줄이는 효과도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바닐라 향 원료인 바닐린은 원래 실제 식물인 바닐라에서 추출하지만, 그 수요가 늘어나면서 상당수가 화석연료를 이용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바닐린의 85%가 화석연료에서 합성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따라서 페트병으로 바닐린을 만들면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는데도 효과적이다.

연구진은 향후 대장균을 이용해 페트병에서 향수 성분과 같은 다른 화학물질을 뽑아내는 방법도 개발할 계획이다. 가치가 높은 물질을 만들수록 재활용률도 늘어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월러스 교수는 “이번 연구는 플라스틱이 골칫거리 쓰레기가 아니라 가치 있는 상품을 만들 수 있는 새로운 탄소 자원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