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봉 6천만원 직장에 무슨 일이…” 떼돈 번 게임회사 ‘괴롭힘’ 논란
크래프톤 판교 사옥. [크래프톤 제공]

[헤럴드경제=유동현 기자] 업계 최고 수준 대우(초봉 6000만원)에 다음달 상장까지 앞둔 게임 개발사 크래프톤에서 ‘직장 내 괴롭힘’ 논란이 불거졌다. 피해 직원은 지속적인 야근 강요와 1평짜리 전화부스 출근 지시 등 괴롭힘을 주장했다. 크래프톤 측은 관련 사실을 인지한 뒤 외부 노무사를 통한 조사에 들어갔다. 크래프톤은 게임 하나로 대박을 쳐 지난해 영업이익만 7700억원을 벌어들었다. 기업 가치만 30조원에 달한다.

24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최근 크래프톤 직원 일부가 A유닛장과 B팀장으로부터 지속적인 직장 내 괴롭힘을 당했다는 이유로 사내 인사팀에 고충 신고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중 일부는 법적 대응까지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진술서에 지난해 10월 조직개편으로 두 사람(A유닛장, B팀장)이 상관으로 부임한 이후 지속적인 고통을 겪었다고 적었다. 이에 따르면 A유닛장은 팀장회의에서 “앞으로 업무가 늘어날 것이니 더 쥐어짜야 한다”며 야근을 요구했다. 그러나 회사 제도로 보장된 보상 반일 휴가는 사용하지 말 것을 강요했다고 한다.

연장‧휴일근무와 관련 반발이 일자 B팀장은 팀회의에서 “A유닛장은 누구 한 명을 찍으면 끝까지 괴롭힌다. 이전에 사례가 있었는데 정말 무서웠다. 저는 우리 팀에서 그런 사람이 나오는 것을 정말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B팀장은 이명이 발병한 직원이 병을 악화시킬 수 있는 관련 업무를 줄여 달라 요청했으나 “인사고과에 불이익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일축했다.

또 연봉 협상기간에는 “A유닛장이 자기보다 연봉이 높은 소속 직원이 있다는 사실에 매우 화가 난 상태다. 그 연봉 높은 사람이 우리가 아니라 너무 다행이다. 우리였으면 얼마나 괴롭힘을 당할지 생각만 해도 너무 무섭다"고도 전했다.

그는 한 직원과의 면담에서 ‘위쪽’과 친분을 과시하며 “내가 마음만 먹으면 보고하고 당신을 일하는 동안 숨 막히게 만들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초봉 6천만원 직장에 무슨 일이…” 떼돈 번 게임회사 ‘괴롭힘’ 논란
연내 출시 예정인 크래프톤의 신작 모바일게임 ‘배틀그라운드: 뉴스테이트’. [크래프톤 제공]

A유닛장은 지난 4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이유로 한 직원에게 1평짜리 전화부스로 출근해 그곳에서 업무와 식사를 모두 해결하라고 지시한 사실도 드러났다.

두 개 팀을 하나로 합치는 과정에서 고충 신고를 제기한 직원이 팀장에서 팀원으로 강등되는 일도 있었다고 전해진다.

크래프톤 측은 해당 사실을 파악한 후 조사를 진행 중이다. 크래프톤 관계자는 “조사기간 해당 구성원을 보호하기 위한 격리 조치로 유급휴가를 부여하고, 공정성 확보를 위해 외부 노무사를 고용하는 등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사건 접수 후 괴롭힘 가해자로 지목된 A유닛장과 B팀장의 근무 배제와 관련해서는 “직원 보호를 위해 공개할 수 없다”고 했다.

크래프톤은 올 초 개발직군 신입 연봉을 6000만원으로 인상하며, 업계 최고 수준의 대우로 주목받았다. 개발직군 연봉을 2000만원, 비개발직군 1500만원씩 일괄 인상하며 3N(엔씨소프트, 넷마블, 넥슨)을 이어 ‘꿈의 직장’이란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주 52시간제가 아닌 포괄임금제를 적용하고 있어 실제 근무 강도에 비해 급여가 높지 않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게임업계 특성상 강도 높은 근무로 2019년에는 연장근로 제한 및 보상과 관련한 근로기준법 조항을 위반, 고용노동부로부터 두 차례 시정 지시를 받은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