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육성연 기자] “네가 먹는 음식이 바로 너다” 독일 철학자 루트비히 포이어바흐의 유명한 이 말은 음식 선택의 중요성을 말한다.
하지만 현대인은 지금 무엇을 먹는지 인식하는 것 조차 쉽지 않다. 농약이 얼마나 뿌려졌는지, 방부제가 뿌려진 채로 몇시간을 비행했는지, 식품첨가물은 얼마나 많은 종류가 들어갔는지, 이 고기는 사육과정에서 항생제가 얼마나 주입됐는지 등은 잘 모른다.
‘잡식동물의 딜레마’ 저자로 유명한 미국의 푸드 저널리스트 마이클 폴란은 우리가 먹는 많은 것들이 ‘음식을 가장한 수천가지의 물질’에 불과하다고 꼬집는다. 지나치게 가공한 식품은 ‘진짜 음식’이 아니라는 말이다. 그는 저서를 통해 “우리가 건강과 행복을 되찾기 위해선 진짜 음식을 되찾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100세 시대’에서 건강과 지속가능한 식품체계를 위한 리얼푸드, ‘진짜 음식’ 이란 어떤 조건이 필요한 것일까.
가공과정 횟수가 가장 적은 음식
의학전문가들은 ‘자연 그대로를 담은 식품’을 자주 섭취하라고 강조한다. 대표적으로 채소와 과일에는 각종 질병을 예방하는 영양성분이 풍부하게 담겨 있다. 하지만 이러한 영양소는 가공과정을 거칠수록 손실된다. 더욱이 가공식품은 설탕과 지방, 소금, 그리고 ‘신선해 보이는’ 외형과 맛을 위해 인공적으로 색을 입히고 향을 더하기도 한다. 가공과정이 복잡해질수록 ‘진짜 음식’과는 거리가 멀어진다.
잘 썩는 신선한 식품
‘진짜 음식’은 잘 썩는 신선한 천연식품이다. 그대로 놔두면 얼마안가 썩고 마는 그런 식품이다. 방부제 등 각종 화학물이 들어간 가공식품은 보존기간이 길어 잘 썩지 않는다. 통조림에 들어간 과일보다 냉장고에서도 썩는 신선한 과일이 건강에 좋을수 밖에 없다.
정제하지 않은 음식
정제 과정을 거치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흰 밀가루, 흰 설탕 등은 영양성분도 적을 뿐 아니라 혈당을 쉽게 올려 각종 성인병에 걸릴 위험을 높인다. 같은 설탕이라도 비정제 원당 100% 제품이 흰 설탕보다는 낫다.
미국 뉴욕대 영양학과의 연구에 따르면 정제된 식품이냐 아니냐에 따라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상반된 결과를 보였다. 통곡물이나 콩 등 정제하지 않은 탄수화물을 많이 먹는 여성은 정제 탄수화물을 많이 먹는 여성에 비해 유방암 위험이 67% 낮았다. 또한 흰 설탕이 들어간 음료를 자주 먹는 남성은 먹지 않는 남성에 비해 전립선암 위험이 3배 이상 높았다.
유기농
‘자연 그대로의 식품’은 농산물을 기르는 과정에서도 적용된다. 사람이 만들어낸 농약을 뒤집어 쓰거나 화학비료를 먹고 자란 식품이 아니라 건강한 자연 생태계가 그대로 길러낸 것이 가장 좋다. 유기농 식품은 개인의 건강뿐 아니라 후손에게 물려줄 지속가능한 환경을 위해서도 중요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사람이 요리한 것
하버드대 인류학자 리처드 랭엄 박사는 저서 ‘요리본능’에서 인류가 요리를 하는 방법을 발견한 것은 유인원과 구별될 수 있었던 중요한 요인이라고 봤으며, 프랑스 인류학자 클로드 레비 스트로스는 저서 ‘날것과 익힌 것’에서 요리가 ‘동물과 인간의 차이를 입증하는 상징적인 활동’이라고 했다.
직접 요리를 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꽤 중요한 활동이다. 집에서 요리를 하는 과정에서는 패스트푸드나 가공식품에 비해 ‘이 음식이 무엇인지’를 더 자세히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식재료 선택부터 설탕과 소금이 얼마나 들어가는지 알수 있는 요리 과정, 그리고 정성이 더해진 음식을 먹으면서 감사와 즐거움도 느낄 수 있다. 이는 마이클 폴란 푸드저널리스트가 ‘몸과 영혼의 영양식은 집밥’이라고 강조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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