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사신도시 상가 수분양자, 시행사 상대 승소
계약 땐 몰랐던 기둥, 화단, 공조기가 ‘떡하니’
판결 확정시 시행사 83억원 상당 물어낼 듯
법원 “중요한 정보 알리지 않은 책임 져야”
[헤럴드경제=이민경 기자] 상가를 분양하면서 공간 제약이 생길 수 있는 기둥의 존재를 미리 알리지 않았다면 계약 해지 사유가 된다는 판결이 나왔다.
8일 관련 업계와 법원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47부(부장 이오영)는 지난달 27일 미사신도시의 한 상가 수분양자 19명이 시행사를 상대로 낸 매매대금 반환청구소송 1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계약취소를 주장한 11명의 분양계약이 모두 취소대상임을 인정했다. 시행사는 이들에게 분양대금 전액 및 지연이자를 지급하라고 주문했다.
또, 손해배상만을 주장한 나머지 8명의 수분양자들에게는 청구한 손해액의 90%를 인정했고, 지연이자를 지급하라고 결론냈다.
판결이 확정되면 시행사는 약 83억원을 물어낼 전망이다.
상가 수분양자들은 지난 2015년부터 2017년까지 이 건물 1,2층 소재 각 상가를 계약하고 이후 잔금 납부까지 끝냈다. 그런데 2018년 9월 준공일 이후에 상가를 방문하고 예상치 못한 상가 내 기둥과 상가 외부 화단 및 공기조절시설(공조기)를 발견했다.
이들은 기둥의 크기가 매우 큰데다 상가 전용면적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시야가 차단되고 동선이 방해된다고 주장했다. 또, 상가 바깥부분에 설치된 4m 높이의 공기조절시설과 70cm 화단이 외부에서 상가를 볼 수 없게 막아 홍보에 애를 먹는다고도 호소했다.
결국 지난 2019년 시행사가 분양 단계에서 충분히 정보를 고지하지 않아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 계약취소와 손해배상을 요구하며 소송을 냈다.
반면, 시행사 측은 이미 분양단계에서 기둥의 위치가 표기된 도면을 열람하게 했고, 수분양자들은 기둥으로 인한 공간 제약에 대해 인지하고 있었다고 반박했다. 경미한 설계 차이와 외부 마감처리 부족만으로는 계약 해지 사유가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한 법원의 판결은 수분양자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통상 건축적 필요 등에 의해 기둥, 공조시설, 화단 등이 설치될 수 있다는 점을 어느정도 예상된다 하더라도 이 사건에서 문제가 된 기둥과 기타 시설의 위치, 형태, 크기, 면적은 상당히 이례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특히 각 상가 내부에 기둥이 불규칙적인 모양과 개수, 크기로 존재하고 있다”며 “수분양자들은 기둥이 차지하는 면적은 물론, 기둥 주변에 발생하는 죽은 공간(dead space)면적까지 추가로 사용할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또, 건물이 준공되기 이전에는 차폐시설이 가로막고 있어 수분양자들이 기둥과 시설의 존재를 알 수 없었다는 점도 짚었다.
원고측 대리인인 법무법인 정향의 박건호 변호사는 “시행사에 비해 일반 수분양자들은 정보를 얻기 불리한 입장”이라며 “앞으로 시행사나 분양대행사가 기둥을 포함한 주요시설물에 대해 더욱 명백히 고지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think@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