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시장은 막아놓고…” 한국에서 활개 中게임  [IT선빵!]
중국 게임사의 국내 진출 게임(사진 왼쪽·오른쪽)이 최근 3년간 207개로 급증한 가운데 중국 시장에 진출한 한국 게임(가운데)은 같은 기간 2개에 불과하다. [각사 제공]

[헤럴드경제=유동현 기자] 중국이 자국 ‘판호’(중국 내 게임 서비스 허가권)를 사실상 봉쇄한 가운데, 중국 게임사는 국내 게임 시장에 대한 장악력을 키우고 있다. 2018년 이후 중국 판호를 받은 국내 게임은 2건에 불과하지만, 같은 기간 중국 게임 207개가 국내 서비스 됐다. 업계선 ‘불공정 경쟁’을 보여주는 지표라는 한탄이 나온다. 설상가상 중국은 최근 ‘사회주의’ ‘중국 우수문화 전파’ 항목이 포함된 새로운 판호 기준을 발표했다.

6일 게임물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3년여 간 국내 서비스 된 중국 게임은 207개다. ▷2018년 72개 ▷2019년 58개 ▷2020년 61개 ▷2021년 16개(5월 4일 기준)이 국내 등급분류를 받았다. 같은 기간 중국에 진출한 한국 게임은 2개에 불과하다.

중국은 2017년 사드배치 이후 사실상 한국의 신작 게임 유통을 막았다. 국내 게임은 2018년, 2019년까지 단 한건의 판호도 받지 못했다. 2020년 12월 중국이 42개 게임을 대상으로 판호를 발급했는데, 한국 게임으로선 컴투스 ‘서머너즈워: 천공의 아레나’가 유일하다. 당시 일본 게임은 13개, 유럽 12개, 미국은 8개 게임이 판호를 받았다. 이마저도 컴투스가 2016년 신청한 뒤 3년이 되어서야 허가된 것이었다. 이어 올해 2월엔 한국 게임 ‘룸즈: 풀리지 않는 퍼즐’이 중국 외자 판호를 획득했다.

“사회주의·친중 게임 만들어라” 중국, 한국게임 ‘황당’ 허가 조건 논란
2020년 12월 중국 판호를 받은 컴투스 ‘서머너즈워’ [컴투스 제공]

중국은 자국 시장에 높은 문턱을 세워놓고, 해외 시장서 성과를 올리고 있다. 6일 구글플레이스토어 매출 기준으로 3위엔 기적의 검(4399게임즈), 5위 원신(미호요), 6위 삼국지 전략판(쿠카게임즈), 8위 라이즈 오브 킹덤즈(릴리스게임즈), 10위 원펀맨: 최강의 남자(게임나우테크놀로지)이 올라왔다. 중국 게임은 국내 모바일 시장에서 매출 상위 100위 중 40%를 넘게 차지하고 있다.

중국 게임산업연구원이 발표한 ‘2020 중국 게임산업 보고서’에 의하면 지난해 국내서 1조5000여억원에 달하는 수익을 올린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중국 모바일게임의 해외 수출 비중에서 한국(8.8%)은 미국(27.6%)과 일본(23.9%)에 이어 세 번째로 높았다. 한국이 중국의 주요 게임 수출국에 해당하는 셈이다.

“중국 시장은 막아놓고…” 한국에서 활개 中게임  [IT선빵!]
중국게임사 미호요(miHoYo Limited)가 국내 서비스 중인 모바일 게임 '원신'
“중국 시장은 막아놓고…” 한국에서 활개 中게임  [IT선빵!]
중국 게임사 4399코리아가 국내 서비스 중인 모바일 게임 ‘기적의 검’

설상가상 중국은 해외 게임의 자국 진출 문턱을 높이고 있다. 지난달 중국 중앙선전부는 새로운 판호 발급 심사 기준을 발표했다. 평가항목에 점수를 매기는 채점제 기반으로 ‘사회주의 핵심 가치관에 부합한다’ ‘중국의 우수 문화를 널리알린다’ 등이 기준으로 담겼다.

이같은 내용의 ‘게임 심사 평점 세부규칙’은 5가지 항목을 점수로 매겨 출시 여부를 판가름한다. 항목은 ▷관념 지향 ▷원조 창작 ▷제작 품질 ▷문화적 의미 ▷개발 정도 5가지다. 각각 최저 0점부터 최고 5점까지 부여된다. 각 항목의 합격 점수는 3점이다. 5개 항목 중 어느 하나라도 0점을 받으면 심사에서 탈락한다.

이번 신규 판호가 실질적 장벽으로 작용할지 여부를 두고는 의견이 엇갈린다. 다만 중국이 영화와 게임 등 콘텐츠를 통제해왔다는 점에서 ‘규제 문턱을 높였다’는 목소리에 무게가 실린다. 중국 게임이 국내로 쏟아지는 반면, 중국으로 수출 길은 막힌 ‘불공정 경쟁’도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유독 한국 게임 진출을 막는 이유를 명시적으로 밝히지 않고 있다”며 “외교적 문제도 걸려 있는 만큼 해결하기 어렵겠지만, 국내 게임사로선 언제든 열릴 때를 대비해 준비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