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육성연 기자]영원히 살고싶었던 중국의 진시황은 ‘불로초’를 얻기 위해 신하였던 서복을 동쪽 바다 건너로 보냈다. 그가 얻으려했던 이 불로초가 영지버섯이라는 설이 있을 정도로 버섯은 진귀한 약재로 통했다.
진시황뿐만이 아니다. 조선의 왕중 가장 장수한 영조(83세,1694∼1776)와 프랑스의 나폴레옹 역시 버섯을 즐겨 먹었으며, 로마의 네로 황제는 ‘버섯 황제’ 애칭까지 있다. 동서양 구분없이 이들이 그토록 버섯에 각별한 애정을 쏟은 것은 버섯의 효능을 믿었기 때문이다.
그들의 믿음은 옳았다. 그동안 다양한 연구를 통해 밝혀진 버섯의 효능은 항암 작용부터 면역력 강화, 콜레스테롤 수치 개선까지 다양하다.
“매일 버섯 18g 먹으면 암 위험 45% 감소”
버섯의 암 효능과 관련된 연구들은 여럿 있으나 그 중에서도 최근 발표된 미국 펜실베이니아 대학의 연구는 주목할 만 하다. 매일 18g의 버섯을 섭취한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암 발생 위험이 45% 낮았다는 결론이다. 영양학 전문학술지 ‘영양학 진보’ (Advances in Nutrition) 최근호에 실린 이 연구는 17개의 암 연구들을 메타 분석(meta analysis, 연구 결과를 모아 분석)한 것으로, 1만9500명 이상의 암 환자 자료가 사용됐다. 이번 연구에서는 특히 유방암 예방 효과가 컸다. 버섯을 규칙적으로 먹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유방암 발생 위험이 눈에 띄게 낮았다.
연구진이 항암 효과로 주목한 성분은 에르고티오네인이다. 연구진은 논문에서 “버섯은 강력한 항산화 성분이자 세포 보호제인 에르고티오네인의 가장 훌륭한 공급원”이라며 “항산화 성분의 보충은 우리 몸을 산화 스트레스(활성 산소)로부터 보호하고 암 발병률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에르고티오네인은 버섯이나 검은콩 등에서 발견되는 아미노산으로, 버섯중에서는 흰 표고버섯이나 느타리버섯, 잎새버섯에 많이 들어있다.
콜레스테롤 수치 개선에 좋은 대표 식품
항암 효능도 기대해 볼 수 있지만 버섯은 콜레스테롤 수치 개선에도 좋은 대표 식품이다. 지난 2007년 미국심장학회는 우리 몸에서 ‘좋은’ HDL 콜레스테롤은 높이고 ‘나쁜’ LDL 콜레스테롤은 낮추는 10대 음식 중 표고버섯을 1위로 선정한 바 있다. 버섯에 풍부한 베타글루칸은 항암작용뿐 아니라 LDL 콜레스테롤을 감소시키는 역할도 한다. 다량 들어있는 식이섬유도 한몫한다.
숙면엔 ‘영지버섯’ , ‘표고버섯’은 항암작용 기대
버섯은 종류에 따라 영양소가 다르다. 표고버섯의 경우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10대 항암식품 중 하나로 선정할 만큼 항암작용이 뛰어난 베타글루칸을 많이 가지고 있다. 베타글루칸은 NK(Natural Killer cell, 자연살해세포) 세포 등을 활성화시켜 암의 발육이나 전이를 억제한다. NK세포는 암세포를 최전선에서 바로 살해하는 면역세포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후 햇빛을 자주 못보고, 숙면을 취하지 못한다면 영지버섯에 주목해도 좋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말린 영지버섯에는 에르고스테롤이 100g당 0.1~0.5g 들어있다. 이는 체내에서 비타민 D로 바뀌기 때문에 비타민 D 부족으로 생기는 불면증이나 우울증 예방에 도움된다. 목이버섯 또한 에르고스테롤 함량이 높다. 새송이 버섯의 경우 칼륨 함량이 풍부해 나트륨 배출에 좋은 버섯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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