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과 협의, 문건 64만건 원문 열람 시작”
“검찰 특수단 수사결과에 엄중한 문제의식”…재조사 진행
“2개 항적 관련 해수부 해명, 사실과 달라”…정밀조사키로
국립전파연구원에 AIS 소관 사실 전달…문제 원인 파악중
[헤럴드경제=강승연 기자]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는 13일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을 위해 “세월호 관련 문건 64만건의 원문을 열람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참위는 세월호 참사 7주기를 사흘 앞두고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에서 열린 세월호참사 진상규명 조사 현황 기자간담회에서 “지난해 9월부터 국가정보원과 협의를 통해 올해 1월부터 64만건 목록 열람을 진행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사참위가 입수한 국정원 자료를 구체적으로 나눠 보면, 국정원이 자체적으로 생산한 보고서 5만1544건과, 이메일 6만5078건, 첩보 수집자료 27만5464건, 전자파일로 저장하지 않은 출력자료 25만2623건 등이다.
박병우 사참위 진상규명국장은 “원점에서 64만건을 모두 살펴보고 당시 국정원이 어떤 것에 중점을 두고 봤는지를 역으로 확인해 나가는 과정”이라면서 “국민들과 유가족들이 꼭 알아야 한다고 판단된다면 내부 논의를 통해 (공개 여부를)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참위는 이날 검찰 세월호 참사 특별수사단의 수사 결과에 대해 유감을 표명했다. 앞서 검찰 특수단은 지난 1월 세월호 관련 의혹 19건 중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에 대한 활동 방해, 해경 지휘부 과실 외에 17건에 대해 불기소 처분을 내린 바 있다. 사참위는 “특수단 수사 결과에 엄중한 문제 의식을 가지고 특수단 자료 검토와 함께 재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참위는 올해 ▷참사 당일 구조 상황 ▷선체 침몰 원인 ▷참사 후 정부 대응 적정성 ▷정보기관 개입 및 증거 조작 등의 과제를 중점 조사할 예정이다. 핵심 쟁점인 세월호 항적에 대해서도 진상 규명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특히 세월호 참사 당일 해양수산부 상황실에 실제 세월호 항적과, 사고 지점과 6㎞ 이상 떨어진 항적 등 2개의 세월호 항적이 표출됐다는 사참위 발표에 대한 해수부 해명을 반박하는 데 조사를 집중하고 있다. 해수부는 두 개의 항적과 관련, 사고 지점은 제주 해상교통관제센터(VTS)에서 받아 표기됐고 6시간 동안 항적 저장이 지연됐다고 해명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사참위는 진도 VTS가 다른 지점을 사고 지점으로 지목한 사실이 있는 등 해수부 해명이 기본적인 사실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봤다. 아울러 참사 당일 항적 저장이 지연된 적이 없다는 상황실 전직 직원들의 진술을 받았다고 했다.
사참위는 “해수부의 해명 문건을 입수, 해명 내용 전반에 명백하게 사실과 다른 심각한 문제가 있었다”며 “매우 엄중한 사안으로 판단, 정밀 조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사참위는 세월호 선박자동식별장치(AIS) 관련 사안이 국립전파연구원(이하 연구원) 소관 업무였음에도 연구원은 7년 동안 이를 인지하지 못한 것을 확인하고 이 사실을 통보했다고 밝혔다.
참사 당일 오전 4시부터 9시까지 5시간 동안 세월호 AIS가 여러 번에 걸쳐 제때에 자신의 위치를 알려주지 않았다는 내용의 분석 결과를 연구원에 전달해, 연구원은 세월호 AIS 동일 기종을 이용해 문제 원인을 파악하기로 했다.
박병우 국장은 “세월호 AIS에 선조위(선체조사위원회) 조사에서 문제가 됐던 수·송신시간 외에 또다른 내부 데이터 정합성 문제가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연구원도 심각성을 인지하고 문제 발생 원인을 파악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문호승 사참위원장은 “사회적참사는 오늘을 숨쉬는 우리들의 안전 문제이고, 내일을 꿈꾸는 아이들의 생명 문제”라며 “진상규명을 통한 사회 변화는 사참위 노력만으로 달성할 수 없다. 환경부를 비롯한 해수부, 해경, 국회 등 각 국가 기관들도 동참해 달라”고 당부했다.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는 이날 간담회에 참석해 “사참위가 조사 발표를 했는데 해수부가 해명자료를 청와대로 보낸 것은 뭔가 숨기지 않고서는 할 수 없는 행동”이라며 “사참위는 (사회적참사특별법)시행령을 조속히 통과시켜 진상규명을 해달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