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수도권 분상제 단지 ‘거주의무’ 적용
정부 “장단기 전세시장 영향 크지 않다” 전망
실거주요건 강화→전세시장 물량 부담으로
[헤럴드경제=양영경 기자] 수도권 내 분양가상한제 대상 아파트에 적용되는 의무거주기간(2~5년)이 전세시장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부는 “전·월세 총량에는 변화가 없다”며 영향이 크지 않을 것으로 봤지만, 시장에선 전세대란의 원인이 된 임대차3법 도입 당시에도 내놨던 설명이라며 우려의 시선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전세난 우려에…정부 “전·월세 물량 총량 같아 영향 없다”
19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이날부터 입주자모집 승인을 신청한 수도권 내 분양가상한제 적용 아파트에는 실거주 의무기간 2~5년이 부여된다.
당초 공공택지에서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공공기관이 짓는 아파트에 대해서만 거주의무기간을 뒀으나, 투기수요 유입을 방지하는 차원에서 수도권 분양가상한제 주택으로 대상을 확대한 것이다.
이로 인해 정비사업을 거쳐 분양되는 아파트에선 조합원분을 제외하고 2~3년간, 공공이 조성한 택지에서 분양되는 아파트에선 3~5년간 전·월세 물량이 나올 수 없다.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주택법’ 시행령 개정안이 일명 ‘전·월세금지법’으로 불리는 것도 이런 이유가 있다.
통상 새 아파트가 준공되면 일시적으로 전·월세 물량이 쏟아져 나오면서 인근 지역의 임대차시장이 안정세를 보인다. 하지만, 수분양자가 거주의무를 이행하느라 집을 세 놓지 못하면 이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이는 전세난 확산 우려로 번지고 있다.
국토부는 최근 설명자료를 통해 “분양가상한제 주택을 분양받은 무주택자가 거주하던 기존 임대주택이 다시 시장에 공급되기 때문에 전체 임대주택의 총량에는 변화가 없다”면서 “전세시장이 장·단기적으로 큰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또 수분양자가 해당 주택에 본격적으로 입주하는 시기인 2024~2025년은 공급확대 정책에 따라 충분한 물량이 공급되는 시기라는 점도 강조했다. 3기 신도시를 포함한 수도권 30만가구, 5·6대책과 8·4대책의 수도권 127만가구, 2·4대책의 서울 32만가구 등을 고려하면 2025년까지 상당한 물량이 도심 내 공급될 수 있다는 게 국토부의 설명이다.
임대차3법 도입 당시에도 ‘총량’ 거론…결과는 전세난?
시장에서는 ‘어디선가 본 듯한 해명’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정부는 지난해 7월 말 임대차3법(전월세상한제·전월세신고제·계약갱신청구권제)를 도입할 당시에도 같은 설명을 내놨다.
국토부는 지난해 8월 2일 설명자료를 통해 “계약갱신청구권제 시행과 실거주 요건 확대로 전세주택 공급이 줄 것이라는 주장이 있다”면서 “집주인이 실거주를 목적으로 해당 주택에 입주하면 기존에 거주하던 주택은 다른 임차인에게 임대되므로 전세주택 총량에는 변함이 없다”고 했다.
향후 공급될 물량을 근거로 전세난이 심화하지 않을 것이라고 본 점도 똑같다. 당시 국토부는 ▷하반기 수도권 아파트 입주 예정물량 약 11만가구 ▷주거복지로드맵상 2025년 장기공공임대 누적기준 240만가구 확보 ▷2024년 이후 3기 신도시 입주 시작 ▷용산정비창 활용·공공재개발을 통한 수도권 25만가구 공급 등을 거론했다.
하지만, 국토부는 약 7개월 만에 최근 전세난이 임대차3법 도입의 영향이라는 점을 공식 인정했다. 올해 업무계획 자료에는 “주택시장 불안이 지속해 서민 주거비 부담이 증가했다”며 “그동안 안정세를 유지하던 전셋값이 금리 인하와 가구수 증가, 임대차 3법 등의 영향으로 지난해 하반기부터 상승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전문가 “총량만으론 설명 안 돼…개별성·특수성 고려해야”
전문가들은 2·4대책과 실거주의무 강화 등은 전세시장을 불안케 할 수 있는 요인이라고 봤다.
2·4대책에 따른 개발 과정에서 대규모 이주수요가 발생할 수 있고, 이번 대책에 청약제도 개편이 포함된 만큼 청약 대기수요 역시 생길 수 있다는 시각이다.
국토부는 전·월세 총량에는 변화가 없다고 했으나 이는 부동산 시장의 지역별 개별성과 특수성을 간과한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예를 들어 강남 신축 입주단지에 평소 100가구의 전세가 나오다가 10가구로 줄었다면 다른 지역에 물량이 있더라도 이곳에선 90%가 줄어든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신축 단지의 전세물량이 해당 지역의 전체적인 전셋값 안정을 자연스럽게 유도해왔는데, 그 반대일 경우 전체적인 전세가 상승은 불을 보듯 뻔하다”며 총량 개념의 국토부 주장을 일축했다.
전문가들의 진단도 다르지 않다.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략연구부장은 “실거주 요건 강화가 임대차시장에서 전셋값 상승압박 요인이 된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면서 “시장 안에서도 수요가 몰리는 지역이 있는데 여기에 적절한 공급이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면 전·월세 총량은 무의미하다”고 했다.
고준석 동국대학교 법무대학 겸임교수는 “기존 무주택자가 거주하던 주택이 다시 시장에 임대물량으로 풀릴 것이라고 천편일률적으로 볼 수 없다”면서 “정부가 계획한 물량 역시 실제 공급이 돼야 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시장에서는 실거주 의무 강화 정책과 임대차3법 등의 영향으로 유통될 수 있는 매물 자체가 줄어든 상황이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현재 양도소득세를 감면받으려면 2년 동안 실거주해야 하고, 모든 규제지역에서 주택담보대출을 받아 주택을 사면 6개월 안에 전입해야 한다”면서 “여기에 분양가상한제 아파트 의무거주기간도 더해지면서 전세시장에 나오는 신축 물량의 희소성은 더 부각될 것”이라고 봤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최근 규제지역에서는 청약요건부터 까다로운데 이를 뚫고 당첨돼도 실거주하지 않으면 투기세력으로 규정한다는 것 자체도 문제”라며 “돈 없는 사람은 청약하지 말라는 것이냐는 불만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실거주 요건 강화로 매물을 묶어놓으면 한동안 팔지도 사지도 못한다”면서 “전세시장뿐만 아니라 매매시장도 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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