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정태일 기자] “유리창 앞 저 드론 설마 우리집 찍고 있나?”
드론 시장이 커지면서 사생활 침해 문제도 확산되고 있다. 수십 배까지 확대 촬영할 수 있는 고성능 카메라를 탑재해 집안을 은밀히 촬영하는 경우도 있다.
실제 지난해 부산에서 자정부터 오전 3시까지 한 고층 아파트 창가로 드론을 띄운 뒤 입주민 일상을 몰래 촬영한 일당이 재판에 넘겨졌다. 이들의 범행은 드론이 추락하면서 적발됐다.
최근 부산지법 동부지원 형사4단독(이덕환 부장판사)은 이들 중 한 명인 A(42)씨에 징역 8개월을 선고했다. 범행에 가담한 공범 B(30)씨에게는 벌금 1000만원이 선고됐다.
이 부장판사는 “드론이 일상화되는 시기에 드론을 이용해 일반인 사생활을 침범하고 불안감을 조성한 것은 비난 가능성이 크다”며 “드론으로 촬영한 영상이 외부로 유출됐을 경우 심각한 사회문제를 야기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이런 범죄가 재발하지 않도록 방지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정부는 올해부터 합동으로 불법 드론을 무력화하고 사고조사를 위한 통합 시스템을 개발한다. 드론캅(드론경찰)을 띄우고, 불법 드론을 수사하기 위한 포렌식(범죄과학) 기술에 집중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2021년도 과기정통부 무인이동체 기술개발사업 시행계획’이 확정됐다. 올해 총예산 380억원 중 88억원이 불법 드론 대응기술 개발 등에 투입된다. 과기정통부는 “최근 드론의 촬영 기능을 이용한 사생활 침해, 공항에서의 불법 비행으로 인한 항공 운항 마비 등 드론을 이용한 불법행위가 공공시설 테러 및 위해로 발전될 가능성에 대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선 무기 등 특별한 적재물 없이 상용드론 제품을 이용해 위협하는 행위에 대응하기 위한 ‘불법 드론 지능형 대응기술 개발 사업’(2021~2025년, 475억원)을 산업통상자원부(180억원), 경찰청(100억원) 등과 함께 신규 추진한다.
불법 드론의 탐지, 식별, 분석, 무력화, 사고조사 등 발견부터 사후 처리까지 일괄로 대응 가능한 통합 시스템을 구축한다.
이를 위해 과기정통부는 불법 드론의 취약점을 분석해 실시간 무력화하는 기술과 레이더EO/IR(전기광학적외선 장비) 등을 이용한 지상 기반 대응 시스템 등을 개발하고 전체 시스템을 통합실증한다.
산업부는 공중 기반 대응 시스템으로 음영지역 등을 순찰하거나 불법 드론 발견 시 이를 추적무력화하는 드론캅 등을 개발한다.
경찰청은 불법 드론의 실시간 분석 및 사고조사를 위한 포렌식 기술 개발을 통해 불법 드론에 대한 수사 체계를 개발할 계획이다.
민간 기업에서도 AI(인공지능)를 이용해 불법 드론 움직임까지 예측하는 기술을 개발 중이다. 한컴위드는 포렌식 기술 역량과 AI 딥러닝 기술을 결합해 드론 사고 원인을 규명 및 예측하는 ‘AI 드론 포렌식 기술’을 준비하고 있다. 정식 출시 목표는 올해 하반기다.
단순히 드론의 비행기록을 재구성하는 것만으로는 고의성을 입증하거나 정확한 사고 원인을 밝히는 것이 어려워 더욱 고도화된 기술을 추진하는 것이다. 추락한 드론의 비행 데이터(비행시간, 거리, 위치정보, 고도, 회전 수 및 기타 센서값 등)를 추출하고, 딥러닝을 통해 사고 원인을 종합적으로 분석하는 것이 목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