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최준선 기자] “이 달 사진. 제가 찍은 건가요, 아님 삼성이 만들어 준건가요?”
삼성전자 플래그십 스마트폰의 사진 성능이 과장돼 광고됐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갤럭시S20, 갤럭시노트20, 갤럭시S21 등 ‘줌(Zoom)’ 기능을 강화하면서 달 사진 촬영 기능을 강조했지만, 촬영 결과물이 사후 보정 수준이 아니라 합성을 거쳐 만들어진 것 아니냐는 의심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삼성 측은 “인위적인 합성이 아니라, AI 기술을 통해 선이나 패턴의 디테일을 살려주는 복원 기술의 결과물”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이용자들은 “결국 카메라 성능이 아니라 소프트웨어를 통해 만들어진 사진 아니냐”며, 2년 전 같은 논란으로 홍역을 치렀던 화웨이의 사례를 떠올리고 있다.
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IT기기 관련 다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삼성 원(ONE)UI3.0 업데이트 후 제공되는 카메라의 ‘장면별 최적화 기능(AI를 통한 보정)’을 활용해 달 사진을 촬영했을 때 일종의 인위적인 합성이 이뤄지고 있는 것 같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논란은 지난달 말부터 시작됐다. 촬영되는 달을 보다 달답게 만들어주기 위한 알고리즘, 이른바 ‘달고리즘’이 디테일 향상 수준이 아니라 달 표면에 질감을 첨부하는 식의 합성이 가미된다는 논란이 일부 이용자들 사이에서 확산됐고, 각종 실험 결과가 공유됐다.
그 중 한 회원은 “스마트폰 화면에 고화질의 달 사진을 띄워놓고 불을 끄고 멀리서 30배줌으로 당기면 달로 인식하더라. 하나는 정상적인 달, 하나는 180도 뒤집은 달을 촬영했다”며 그 결과물을 공유했다. 특이점은 논란처럼 원본 사진과 결과물이 질감이 크게 차이가 나고, 정상적인 달과 180도 뒤집은 달의 크레이터(운석공)가 서로 달랐다는 점이다.
글쓴이는 “이정도면 붙여넣기에 더 가까운 것 같다”며 “굳이 이렇게 하지않아도 충분히 놀라운 달 사진을 찍을 수 있을 텐데, 살짝 과한 느낌이 든다”고 적었다. 이밖에 달 사진에 꿀벌 그림을 그려넣었더니, 꿀벌 윤곽선을 달의 표면처럼 처리한 사진도 수차례 공유됐다. 한 유튜브 동영상은 완전히 흐릿하게 블러(blur) 처리한 달 사진을 촬영했는데도 결과물에 선명한 달 표면을 표현해내는 장면을 담아 수 만회 조회수를 기록 중이다.
당장 이용자들은 2년 전 화웨이가 겪었던 ‘달 사진 합성 논란’을 떠올렸다. 지난 2019년 화웨이는 스마트폰 P30 프로(PRO)의 카메라 성능을 강조하기 위해 선명한 달 사진을 내걸었고, 심지어는 삼성전자를 겨냥해 “갤럭시폰은 갤럭시(은하수)를 볼 수 없다”고 비꼬는 등 자신감을 내비쳤다. 하지만 중국의 한 업계 관계자는 해당 사진이 AI를 통해 합성된 사진이라는 의혹을 제기하며, 달 사진 위에 그려넣은 ‘팬티 도안’이 분화구처럼 변형된 촬영 결과물을 공유했다.
당시 화웨이는 달 촬영 기능은 합성과는 거리가 있다고 선을 그었다. 머신러닝을 통해 촬영 시나리오를 학습하고, 초점과 노출을 최적화해 모양, 색상, 노출 등 디테일을 강화할 뿐이라는 설명이었다. 실제 P30프로를 출시하기 앞서 화웨이는 달 촬영 기능과 관련한 특허를 출원하기도 했는데, ▷미리보기 화면에서 달에 초점을 맞추면 자동으로 달 촬영 기능을 실행하고 ▷다양한 노출환경의 이미지를 다중으로 수집해(멀티프레임) ▷얻어진 데이터를 최적으로 합성해 최종 결과물을 내놓는 기술이다.
하지만 이같은 해명에도 화웨이는 오명을 벗지 못했다. 앞서 고성능 촬영 기능을 강조하면서 내걸었던 화산 사진이 알고보니 앞서 2009년 촬영돼 이미지 공유사이트 게티이미지에 업로드 된 사진이었는데, 이같은 전력이 해명의 신뢰도를 떨어트린 탓이다. 화웨이는 2018년에도 노바3 스마트폰으로 촬영했다며 광고에 사용한 사진이 실제로는 DSLR 카메라로 촬영한 사진이어서 논란을 빚은 바 있다.
그렇다면 삼성은 이번 논란에 어떤 답변을 내놓았을까. 놀랍게도 2년 전 화웨이가 내놓았던 해명과 거의 일치한다. 달 촬영시 ▷촬영하는 장면을 AI가 자동으로 인식해 카메라의 설정 값을 조절해주는 장면 최적화 기술 ▷야간 촬영시 최상의 결과물을 제공하기 위한 멀티프레임 합성 기술 ▷선이나 패턴의 디테일을 살려주는 AI 복원 기술 등 세 가지 기술이 사용될 뿐, 인위적인 합성과는 거리가 있다는 것이다. 즉, 동시에 다양한 이미지를 수집한 뒤 그 중 사용할만한 디테일을 모두 살려 합쳐서 보여주는 기술이 합성이라는 오해를 산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이용자들은 성능이 과장돼 광고됐다는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기존의 달 사진을 그대로 가져와 합성하는 수준은 아닐지언정, 디테일을 살리는 과정을 통해 실제 기기를 통해 얻어낼 수 있는 것과는 다른 결과물을 내놓는 것은 사실 아니냐는 주장이다. 앞서 삼성전자(말레이시아 법인)가 중저가 스마트폰 ‘갤럭시A8 스타’의 카메라 성능을 광고하는 온라인 페이지에 DSLR로 촬영한 사진을 사용해 망신을 당한 전례도 이용자들의 불신을 부추기는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