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슬리퍼 질질 끌고 왔나요 ㅠㅠ”…대충대충 배달 요지경 [IT선빵!]
배달업 종사자들이 이용하는 온라인 커뮤니티 '배달세상' 게시글 갈무리

[헤럴드경제=최준선 기자] “슬리퍼 질질 끌고 와서 음식 건네주는데…저만 불편한 건가요?”

최근 아르바이트나 부담 없는 투잡으로 배달업에 뛰어드는 이들이 많아지면서 고객들로부터 불편한 시선을 받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 “슬리퍼만 신고 배달에 나서야 되겠느냐”는 등 사소한 복장 불량 논란도 있지만, 한겨울에 보온가방도 없이 달랑 손 위에 치킨 상자를 들고 배달하는 등 음식에까지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사례도 비일비재하다.

1일 배달업에 종사하는 이들이 이용하는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슬리퍼를 신고 배달에 나서는 태도에 대한 누리꾼들의 지적이 쏟아졌다. 한 글쓴이는 “치킨집에서 배달 대기 중이었는데, 슬리퍼 짝짝 끌고 와서 음식을 받아 가더라”라며 “슬리퍼 신고 운전하는 것에 대해선 뭐라고 안 하지만, 받는 고객 입장에서는 (어떻게 생각하겠느냐)”고 적었다.

고객과 배달업 종사자가 마주치는 것은 현관문을 열어주는 찰나의 순간뿐이고 슬리퍼를 발견하지 못할 수도 있지만, 배달업 종사자에 대한 일반의 인식을 부정적으로 만드는 태도는 최대한 지양해야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또 슬리퍼 질질 끌고 왔나요 ㅠㅠ”…대충대충 배달 요지경 [IT선빵!]
배달업 종사자들이 이용하는 온라인 커뮤니티 '배달세상' 게시글 갈무리

반응은 뜨거웠다. 글을 게시한 지 한 시간도 채 안 돼 유사한 문제를 지적하는 수십개의 댓글이 달렸다. 한 회원은 “슬리퍼는 양호한 편이다. 여름에는 나시티에 반바지, 슬리퍼도 있다”며 “비대면이면 모르겠지만, 대면이라면 고객 입장에서 기분 나쁠 것 같다”고 했다.

지역에서 배달대행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한 회원은 “제가 있는 사무실에 슬리퍼를 신고 나오면 일 못하게 한다”고 적었다. 또 다른 회원은 “군화 신고도 (오토바이 사고 나면) 뼈 골절인데, 슬리퍼만 신고 있었다면 끔찍하다”며 라이더의 안전 불감증을 지적하기도 했다.

사실 배달업 종사자들의 복장 불량 문제가 지적된 것은 오래된 일이지만, 도보나 킥보드, 자전거 등을 이용해 가볍게 아르바이트로 배달하는 이들이 늘어난 최근에는 관련한 논란이 보다 잦아지는 모습이다.

특히 지난해 말에는 킥보드에 쓰레기통을 뒤집어 고정해놓고 안장처럼 사용하는 배달업 종사자의 사진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저 ‘신기하다’, ‘재미있다’는 반응을 내놓는 이들도 있었지만, 업계 종사자들에 대한 이미지를 깎아 먹는 사진 속 인물이나 이를 방치하는 배달 플랫폼에 대한 한탄이 주를 이뤘다.

“또 슬리퍼 질질 끌고 왔나요 ㅠㅠ”…대충대충 배달 요지경 [IT선빵!]
배달업 종사자들이 이용하는 온라인 커뮤니티 '배달세상' 게시글 갈무리

단순히 복장 불량으로 불편감을 초래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본업인 음식 배달까지 불량하게 하는 사례 공유도 줄을 잇는다. 지난달에는 롱패딩을 입고서 손 위에는 치킨을 들고가고 있는 한 시민의 사진이 화제가 됐다. 사진을 게재한 커뮤니티 회원은 “횡단보도서 신호대기하다가 치킨박스를 들고 있길래 관심이 가서 쳐다봤다”며 “본인이 먹는 것일 수도 있겠다 했는데, 손에 쥔 휴대폰 화면을 보니 배달 플랫폼 지도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또 슬리퍼 질질 끌고 왔나요 ㅠㅠ”…대충대충 배달 요지경 [IT선빵!]
배달업 종사자들이 이용하는 온라인 커뮤니티 '배달세상' 게시글 갈무리

사진 속 상황과 관련해, 해당 게시글 댓글창에는 철저한 준비도, 책임감도 없이 배달에 뛰어든 이들이 주변에 부지기수라는 토로가 이어졌다. 한 커뮤니티 회원은 “매장에 픽업하러 가면 웬 손님들이 이렇게 많이 기다리지 싶었다가, 살펴보면 다 도보 배달인 경우도 있었다”며 “물론 보온가방이라는 건 있지도 않다. 눈 오는 날 맨손으로 들고 나가는 경우도 있었다”고 적었다. 또 다른 회원은 “본인들이 퉁퉁 불어터진 면이랑 식어 빠져서 차가운 치킨을 받아봐야 정신을 차린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밖에도, 도보나 킥보드, 자전거 등 비교적 가벼운 운송 수단을 활용하는 이들의 허술한 서비스를 목격했다는 후기들이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킥보드로 여러 잔의 커피를 배달하는데 한 손으로는 봉지를 들고, 다른 한 손으로만 운전대를 잡는 위험 운전 사례부터, 연인과 함께하는 킥보드 배달, 보온가방 없이 봉지에 담긴 음식을 흔들면서 걷는 배달 등 다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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