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래미안원베일리’ ‘세종리첸시아파밀리에’ 논란

역대 최고 분양가라고 해도 당첨만되면 수십억 시세차익도

조합원 분양가보다 싼데 고분양가?

‘주변시세’ 아닌 ‘직전분양가’ 기준이 만든 왜곡

[헤럴드경제=박일한 기자] 연초부터 아파트 분양시장에 ‘고분양가’ 논란이 한창이다. 그런데 모양새가 이상하다. 역대 최고 분양가라는데 ‘로또’란다. 당첨만 되면 수십억원 시세차익이 나는 곳도 있다. 고분양가는 통상 주변보다 비싼 걸 의미하는데, 요즘 고분양가는 그게 아니다.

‘역대 최고분양가라는데 로또’…‘고분양가’의 개념이 달라졌다 [부동산360]
서울 서초구 반포동 신반포3차·경남 재건축 단지인 ‘래미안원베일리’ 공사모습(왼쪽)과 바로 옆에 있는 아크로리버파크 단지. [헤럴드경제DB]

서울 서초구 반포동 신반포3차·경남 재건축 단지인 ‘래미안원베일리’부터 보자. 연초 서초구청으로부터 3.3㎡당 5668만원으로 분양가가 정해졌다. 우리나라에서 분양한 새 아파트 분양가 중 역대 가장 높다. 특히 지난해 7월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책정했던 분양가(3.3㎡당 4891만원)보다 800만원 가까이 비싸다. ‘분양가상한제(이하 분상제)’를 적용받았다는 데도 그렇다. ‘HUG의 분양가 심의보다 못한 분상제’, ‘고분양가를 부채질한 분상제’라고 지적하는 사람이 나온다.

세종시에서도 고분양가 논란이 시작됐다. 지난해 집값이 가장 많이 오른 세종시에서 올해 첫 분양하는 ‘세종 리첸시아 파밀리에’ 분양가 때문이다. 20일 세종시는 이 아파트 분양가를 이 지역 역대 최고 분양가인 3.3㎡당 1309만원(H2블록)으로 책정했다. 지역 언론 중엔 ‘서민 주거 안정의 정책 기조를 역행한 분양가’라고 비판하는 곳도 있다.

래미안원베일리나 세종 리첸시아 파밀리에나 모두 역대 최고 분양가란 점은 틀림없으니, 고분양가라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그런데 흥미로운 건 두 단지 모두 역대급 ‘로또’라는 점이다. 엄청나게 청약 인파가 몰릴 게 분명하고, 높은 청약경쟁률을 뚫고 당첨되면 최소 수억원의 시세차익을 누릴 것이다. 로또라는 표현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

래미안원베일리는 입지나 단지 규모나 바로 옆 ‘아크로리버파크’보다 나으면 나았지 밀리지 않는다. 아크로리버파크 시세는 3.3㎡당 1억원이 넘는다. 아크로리버파크 전용면적 84㎡는 지난해 12월 37억2000만원에 거래됐다. 그러니 래미안원베일리에 당첨만 되면 한순간 수억원에서 수십억원의 시세차익이 생긴다. 일반 분양가는 심지어 조합원 분양가보다 싸다. 오래전 이 아파트를 사서 갖은 고생을 해가며 재건축을 추진해온 조합원들이 분양받는 가격은 3.3㎡당 5900만원이다.

‘세종 리첸시아 파밀리에’도 마찬가지다. ‘지자체가 건설사들의 횡포를 방관했다’는 비판까지 받지만, 당첨만 되면 수억원의 시세차익을 보는 ‘로또’다. 세종시에선 요즘 전용면적 84㎡ 아파트가 10억원 넘게 거래된다. 이 지역 중위가격은 전용면적 기준 3.3㎡당 2388만원 수준이다.(한국부동산원 기준) 그러니 이 아파트에도 평균 수십대 일 수백대 일의 경쟁률이 나올 게 뻔하다.

‘역대 최고분양가라는데 로또’…‘고분양가’의 개념이 달라졌다 [부동산360]
1월 세 번째주 수도권 아파트값 주간 상승률이 한국부동산원이 통계를 작성한 2012년 5월 이후 8년 8개월 만에 최고로 올랐다. 아파트 시세는 연일 급등세를 기록하고 있지만 새 아파트 분양가는 그에 한참 못 미쳐 시장이 왜곡되고 있다는 비판을 받는다.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63스퀘어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 [연합]

상식적으로 따져보자. 이런 걸 고분양가로 불러야 하나. 주택시장에서 고분양가의 기준은 주변 시세를 기준으로 했다. 주변 시세보다 높게 분양할 때 고분양가라고 불렀다. 건설사들은 2~3년 후 준공 시점까지 상승률을 반영한다며, 주변 시세보다 5~10% 정도 높은 가격에 분양했고, 분양이 잘 되면 바로 주변 시세도 분양가에 맞춰 따라 올랐다. 고분양가가 집값을 끌어올리는 상황이니 분양가 규제가 필요했다. 주변 시세보다 비싸게 분양하면 ‘전매제한’을 길게 하는 등의 규제를 도입했다. 고분양가 규제는 그런 시장 상황에서 작동했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 들어 고분양가의 기준이 달라졌다. 주변 시세와 상관없이 직전 그 지역에서 분양한 아파트를 기준으로 삼는다. HUG는 해당 지역에서 직전 분양한 아파트의 5~10% 이상 올리지 못하도록 관리했다. 그 이상 올리면 분양보증을 해주지 않으니 건설사는 따를 수밖에 없었다. 주변 매매시장에서 연간 20% 수준으로 실거래가가 뛰는 것과는 완전 다른 세상이 만들어졌다. 매매시장과 완전히 분리된 나홀로 분양시장이다. 왜 아직 무주택자로 남아있는지 모르는 ‘현금부자’, 어떻게 하면 저 정도 높은 청약가점을 쌓을 수 있는지 궁금해지는 ‘초고가점자’들이 대접받는 세상이 열렸다.

그러다 올해 처음 민간택지에 분상제를 적용한 단지가 나왔다. 래미안원베일리에 적용된 분양가 책정 방식은 HUG와 다르다. 분상제는 표준건축비와 택지비(감정가)에 가산비를 더해 분양가를 산정하는 것이다. 주변 부동산값이 많이 뛰었으면 택지비 감정가 등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주변 시장과 완전 따로 놀던 것과 달리 일정 정도 시장 변화가 반영되는 구조다. 특히 강남처럼 부동산값이 많이 오른 지역에선 HUG가 책정한 분양가보다 높을 수밖에 없다. 강남 등 인기지역에선 분상제가 HUG 방식보다 더 높은 분양가를 받을 가능성이 큰 이유다.

HUG는 2020년 한 해 동안 우리나라 민간 아파트 평균 분양가가 전국적으로 7.99%, 수도권에선 7.62% 각각 상승했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우리나라 아파트 실거래가격은 전국 기준 18%, 수도권만 따지면 26% 뛴 것과 대비된다. 수도권의 경우 아파트 분양가격 상승폭이 실거래가격의 3분의 1 수준도 안 된다. 고분양가가 집값을 끌어올리는 원인이므로 분양가 규제를 해야 한다는 정부 주장의 근거가 사라진 셈이다.

정부는 분양가 규제의 이유를 주택시장 안정을 위해서라고 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론 ‘로또 분양’만 일반화했다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 로또가 경제 안정에 도움이 되지 않듯, 로또 분양은 주택시장 안정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미 지난 3년간 충분히 목격했다.

jumpcut@heraldcorp.com

‘역대 최고분양가라는데 로또’…‘고분양가’의 개념이 달라졌다 [부동산3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