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정세희 기자]“이미 KBS에 수신료를 내고 있는데 30분마다 광고를 왜 봐야하나요.”
지상파 중간광고가 48년만에 허용됐다. 종합편성채널과 케이블TV 등 유료방송만 할 수 있던 중간광고가 KBS, SBS,MBC 등에서도 나오게 되는 것이다. 시청자들 사이에선 방송 공공성과 시청권을 해칠 수 있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 13일 지상파의 중간광고를 허용하는 내용을 포함한 ‘방송시장 활성화 정책방안’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지상파 방송국들은 한 방송 프로그램 당 최대 6회까지 중간광고를 할 수 있게 된다. 45~60분 분량 프로그램은 1회, 60~90분 프로그램은 2회 등 30분마다 광고 1회가 가능하다.
이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시청자들은 잦은 광고로 인해 프로그램 흐름이 끊기고 지상파 방송으로서 공공성을 잃게 될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특히 KBS의 경우 수신료를 이미 내고 있는데 중간광고까지 도입되는 것은 무책임하고 이기적인 행태라는 비난이 거세다.
시청자들의 수신료로 질 높은 방송을 만들 수 있는 기회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유료방송, 종합편성채널 등에 밀려 경쟁력을 잃어버린 것은 방송사의 문제라는 것이다. 실제 현재 KBS 시청자 권익센터에는 “공영방송으로 역할도 못하면서 시청료 강제로 받는거 그만해 해달라”는 글이 다수 올라와 있다.
중간광고 도입 논란은 2000년 초반부터 있었다. 지상파 방송사에선 케이블, 지상파 DMB, 위성방송, 종합편성채널에는 중간광고를 허용하면서 지상파만 규제하는 것이 비대칭적인 차별 규제라고 반대해 왔다.
넷플릭스·유튜브가 장악하고 있는 방송시장에서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이러한 규제부터 풀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그러나 시청자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중간광고 허용한다고 해서 그 수익으로 질 높은 콘텐츠를 만든다는 보장이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이미 방송사에서 1부와 2부로 프로그램을 나누고 광고를 넣는 등 편법 중간광고를 이미 시행했기 때문에 그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안그래도 TV를 안보는 시대에 중간광고를 시행하면 시청자들이 넷플릭스나 왓차 등 다른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플랫폼만 더 찾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광고를 만들어주는 광고대행사 등 광고업계는 신중하게 기대감을 표하고 있다. 시장이 형성되면 광고주들이 TV 광고를 더 고려하게 되고, 광고에 대한 수수료를 받는 광고업계도 이익이 생길 수는 있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시청률이 잘 나오는 킬러 콘텐츠가 없다면 광고주들이 TV광고를 할 유인이 없어지기 때문에 결국 광고업계의 이익은 방송 프로그램에 달려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기업들이 TV광고를 크게 늘려야 광고업계 수익에도 영향을 주겠지만 사실 아무리 중간광고가 생겼다고 해도 재밌는 콘텐츠가 담보되지 않으면 기업들은 크게 관심을 갖지 않는다”고 말했다.
TV광고가 늘어나게 된다고 하더라도 이는 온라인이나 신문 등 다른 매체 광고비를 이동해 쓰는 것이므로 전체 광고비 총액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광고주 입장에서는 광고 집행하는 마케팅 비용이 정해져 있어서 중간광고가 생겼다고 광고비를 갑자기 늘리진 않는다”면서 “SNS, 신문 등 다른 매체 광고가 상대적으로 줄어들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