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박혜림 기자] “어차피 사자마자 떨어질 가격, 새 폰보단 중고폰!”
중고 스마트폰 거래량이 가파르게 늘고 있다. 제조사들이 해마다 수십개의 새로운 스마트폰을 출시하며 기기 변경을 유도하면서다. 신형 스마트폰 가격 방어가 잘 되지 않는 점도 소비자들의 시선을 중고폰 시장으로 돌리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8일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지난해 리퍼브 및 중고폰을 포함한 전체 중고폰의 전 세계 출하량은 2억2540만대 수준으로 예상된다. 2019년과 비교하면 9.2% 늘어난 수치다.
중고폰 출하량은 해마다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2019년부터 2024년까지 중고폰 시장의 연평균 성장률만 11.2%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이를 토대로 계산하면, 2024년엔 3억5160만대 수준에 달할 전망이다. 국내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중고폰 거래량이 꾸준히 늘고 있다.
중고폰 거래가 가장 활발하게 이뤄지는 곳 중 하나가 당근마켓이다. 당근마켓 이용자가 1000만명이 넘기 때문이다. 중고거래 플랫폼 번개장터에서도 지난해 1~11월 가장 많이 거래된 품목 중 하나가 스마트폰이었다. 이 기간 거래 건수만 전년 동기 대비 6% 증가한 51만건. 월 평균으로 살펴보면, 매달 4만7000대의 중고폰이 거래되는 것으로 집계됐다. 번개장터 스마트폰 누적 거래액도 1504억원으로 전년 대비 21% 늘었다.
업계에선 스마트폰의 내구성이 좋아지며 중고폰에 대한 거부감이 상당부분 사라진 점도 중고폰 시장 활성화 요인으로 꼽힌다. 이와 더불어 고가의 플래그십 스마트폰이 잇따라 쏟아지는 가운데 최신 플래그십 모델을 구입하고자 기존 스마트폰을 판매하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중고폰 시장이 성행한 것으로 보고 있다.
구매자 입장에서도 새 스마트폰이 가격 방어가 안 되는만큼 중고 폰을 사서 쓰다 팔겠단 심리가 작용했단 분석이 나온다. 실제 지난해 출시된 삼성전자 갤럭시 S20, 갤럭시노트 20 등 플래그십 모델들의 경우 출시 한 두달만에 지원금 상향 조정이 잇따르며 출시 직후 구입한 소비자들이 분통을 터뜨린 바 있다. 이에 갤럭시 S21도 같은 전철 밟는 것 아니냔 우려가 나오는 실정이다.
IDC 관계자는 “새 폰에 대한 수요 감소 예측과 대조적으로 중고폰 시장은 전 세계 모든 지역에서 성장세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