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23일 0시부터 5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
연말 대목 사라져…“12월 가장 적자 큰 달 됐다”
더 나빠질 것 없어…“조치 강화해 빨리 끝났으면”
[헤럴드경제=박재석 기자] “12월 대목을 바라보고 적자를 견딘 곳들이 많은데, 12월이 가장 적자가 큰 달이 됐네요.”
경기도 시흥에서 외식 프랜차이즈 매장을 운영하는 고성준(27) 씨는 현재 상황을 묻자 이렇게 답했다. 오는 23일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5인 이상 사적 모임이 금지되면서 연말만 바라보고 적자를 버텨온 식당들은 망연자실한 상황이다.
크리스마스 전부터 내년 초까지는 전통적인 외식업계 대목이다. 고 씨는 “12월 말부터 1월 초까지 식당을 찾는 사람이 많아 비수기 한 달 매출이 나올 정도”라며 “올해 연말 대목은 꿈같은 일이 됐다”고 한탄했다.
‘5인 이상 집합금지’ 명령이 23일 0시를 기해 시행되면서 외식업계는 아무런 대비 없이 갑작스러운 비상사태를 맞게 됐다. 특히나 송년회 등을 이유로 대규모 손님이 많은 시기에 4인 이하의 손님만 받을 수 있게 된 것은 치명타다. 그나마 할 수 있는 대책이라곤 ‘쪼개기’와 ‘칸막이’가 전부지만 이 역시도 만만찮다.
지자체가 4명씩 쪼개 앉아 모임을 진행하던 중 확진자가 발생하면 치료비 등에 대한 구상권을 청구한다고 밝힘에 따라 굳이 4인 이하 쪼개기 ‘꼼수’를 써가며 모임을 강행할 이유가 없기 때문. 결국 외식업계가 할 수 있는 것은 4명 이하의 손님을 받는 것과 방역 강화 뿐이다.
이미 외식을 하는 손님도 많이 줄어든 상황에서 5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는 외식 업계에 마지막 치명타 수준의 부담으로 다가온다. 서울 중구 중림동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김모(38) 씨는 “그래도 반타작은 유지했는데 이번 달 들어서는 매출이 작년의 20% 수준에 그친다”고 말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진행한 2020 식품소비행태조사에 따르면, 외식을 전혀 하지 않았다고 응답한 가구 비중은 2019년 12%에서 올해 18%로 6%포인트 늘었다. 또한 올해 외식을 한다고 응답한 주구입자 가운데 주 4~5회 이상 외식하는 경우는 2.9%로 전년 대비 1.8%p 줄어든 반면, 한 달에 1회 미만 외식하는 경우는 4.9%로 같은 기간 0.6%p 늘었다. 코로나19 등으로 외식을 자제하는 분위기가 퍼지면서 외식 빈도도 줄어든 것으로 풀이된다.
고 씨 역시 “확진자가 500~600명 대에 머물러 있을 때는 기존 매출의 60% 정도 떨어졌다”며 “지금 추세면 이번 달 매출은 기존 12월의 30% 정도 나올 것 같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아울러 업계에서는 코로나19 여파로 얼마 없던 예약마저 줄어들까 걱정하고 있다. 고씨는 “코로나19 이전에는 100팀 중 2~3팀 정도 예약 취소 전화를 했다면 지금은 60팀 정도 예약을 취소하는 것 같다”며 “60팀 중에는 미리 취소하는 것을 잊고 안 오는 ‘노쇼’ 팀도 20팀 정도 된다”고 말했다.
연말 특수마저 완전 사라지면서 외식업계 종사자들은 ‘더 나빠질 것도 없다’며 차라리 더 강력한 조치가 낫겠다 반응도 보였다. 김 씨는 “자영업자들 중에는 이렇게 지지부진하게 2~3달 가느니 조치를 강화해 2~3주만에 끝내버리고 조금이라도 마음 편하게 장사를 하는 게 낫다는 얘기도 많았다”며 “처음엔 그래도 문열고 조금이라도 벌어야지 했지만, 요즘에는 차라리 그게 낫겠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