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매수심리 증가세…실거주 매물은 희귀
시장엔 전·월세 낀 매물만 급매로 나와
규제지역서 주담대 받으면 6개월 내 전입
임대차보호법에 매도·매수 난수표
“대출 없이 못사요…내 집 마련은 더 요원”
[헤럴드경제=이민경 기자] “포털 사이트에 올라와 있는 매물이 많아 보여도 전부다 (전월)세가 있는 집뿐이네요. 당장 실거주할 집이 필요한 사람은 어떻게 하나요.”
소폭 둔화됐던 주택 매수심리가 이번달 다시 ‘사자’로 전환됐다. 이런 가운데 현장에선 주택담보대출을 받아 당장 들어가 살 수 있는 집보다는, 속칭 ‘세 낀 집’들이 매물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23일 KB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지난 6월~8월간 100을 넘겼던 서울과 수도권의 매수우위지수가 9,10월 80대까지 내려가며 주춤하더니 11월부터 다시 90 이상을 회복했다. 매수우위지수가 100을 초과할수록 매수자가, 100미만이면 매도자가 많음을 의미한다.
지금 집을 사지 않으면 갈수록 벌어지는 자산격차에 영원히 내집 마련을 못할 것이란 생각에 이뤄지는 주택 매수세가 다시금 고개를 들고 있다.
하지만 막상 매수에 나선 수요자들 사이에선 자금 계획이 난수표가 됐다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조정대상지역에선 주택담보대출을 받아 집을 구매할 경우 6개월 이내에 전입신고를 해야 한다. 현재 서울을 비롯해 조정대상지역은 전국에 111곳이며, 전국 17개 시·도 기준으로 조정대상지역이 없는 곳은 강원도와 제주도 2곳 뿐이다.
그런데 시장에 나와 있는 집들 상당수가 세입자 만기가 1년 이상 장기간 남아 있는 매물이어서 6개월내에 전입신고가 불가능하다보니 대출을 받기가 어렵다. 결국 매매가와 전세보증금 차액(갭)만큼을 현금으로 융통할 수 있는 수요자만 구매가 가능하다. 한 매수희망자는 “갭이 최소 2~3억원인데, 이를 현금으로 마련할 수 있는 이가 얼마나 되겠느냐”고 말했다.
세 낀 집을 매도하는 입장에서도 집이 안 나간다고 호소한다. 한 집주인은 “세입자가 월세로 살고 있는데, 보증금이 적어서 갭이 크다보니 선뜻 사겠다는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세보다도 저렴하게 내놨지만 나중에 세입자가 계약갱신청구권을 쓸까봐 또 꺼리더라”고 시장 분위기를 전했다.
실제로 공인중개업계에 따르면 1만여가구 대단지인 송파구 헬리오시티의 경우 현재 매도물건은 300여개에 이르지만 세입자가 없어 바로 입주 가능한 물건은 10분의 1도 채 되지 않는다. 인근 A공인 대표는 “세입자가 있는 집은 시세보다 5000만원~1억원 가까이 낮춰 급매로 내놓는 추세”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수요자들은 6개월을 기준으로 대출규제와 계약갱신청구권 기간이 엇갈리다보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국토부는 계약갱신청구권 행사가 가능한 기간(계약만료 2개월~6개월 전)에는 실거주 목적으로 매수한 새 집주인도 세입자의 계약갱신 요구를 거절할 권한이 없다고 밝혔다. 따라서 매수자가 새집에 들어가 살기 위해서는 전세계약 기간이 6개월 이상 남았을 때 소유권이전등기까지 마친 뒤 세입자에게 실거주하겠다고 알려야 한다. 하지만 동시에 만기가 6개월 이상 남은 집을 사려면 대출을 받을 수가 없다.
전문가들은 7월말 시행된 ‘임대차2법(전월세상한제·계약갱신청구권)’이 주택의 매도·매수마저 복잡하게 만들었다고 지적한다.
이런 와중에 서울에서 아파트 한 채를 마련하기는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직장인이 서울에서 아파트 한 채를 사려면 15년 동안 한 푼도 쓰지 않고 소득을 꼬박 모아야 한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서울 가구 연소득 대비 주택가격 비율(PIR)은 9월 기준 15.6배였다. 이는 소득 상위 40~60%인 가족이 평균 집값 상위 40~60%를 구매하기 위해선 약 15년 7개월간 소득을 꼬박 모아야 한다는 의미로, 관련 통계 작성을 시작한 2008년 12월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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