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고검마다 설치될 ‘영장심의위 규칙’ 입법예고 중
“피의자 도주·증거인멸 가능성 되려 크다” 우려 나와
[헤럴드경제=강승연 기자] 검찰이 경찰의 구속영장 신청을 반려할 경우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영장심의위원회’가 피의자에게 구속영장 신청 계획을 알려주는 등 도주나 증거인멸 기회로 악용될 소지가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22일 국민참여입법센터를 통해 법무부령 ‘영장심의위 규칙 제정안’을 살펴본 결과, 경찰이 구속영장에 대해 영장심의위 개최를 요청할 경우 그 사실을 해당 피의자와 변호인에게 통보하는 규정(제14조 제2항)이 포함됐다. 통보서에는 죄명, 경찰 사건번호, 영장 신청일, 심의 신청일 등의 내용이 들어간다.
통보를 받은 피의자나 변호인이 5일 이내에 위원회에 의견서를 제출할 수 있다는 조항(제17조)도 있다. 당초 제정안 초안에서는 영장심의위를 열 때 검사·경찰관과 함께 피의자와 변호사가 함께 참석하는 내용도 있었으나,경찰 측 반발로 직접 참석 대신 의견서를 내는 것으로 바뀐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내부에서는 “경찰이 피의자에게 구속영장 신청 계획을 미리 밝히고 대비하라고 알려 주는 꼴”이라며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피의자 도주·증거 인멸 가능성 때문에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것인데, 이를 사전에 알려줄 경우 도주, 증거 인멸, 공범 간 말 맞추기 등으로 되려 수사에 방해될 것이란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심의위원들을 검사장이 구성·위촉하기 때문에 피의자가 검찰 출신 ‘전관’ 변호인을 선임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도 있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사건처럼 피의자가 고위 공무원이거나 검찰 출신인 경우 경찰의 구속 수사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관측도 나온다.
현행 형사소송법에는 구속영장 집행 단계에서 통보가 이뤄지도록 돼 있다. 해당 법 제51조는 피고인 구속 후 24시간 이내에 서면으로 변호인이나 피고인이 지정하는 자 1인에게 구속 사실을 통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허윤 대한변호사협회 수석대변인은 “증거 인멸이나 도주 우려 때문에 구속영장을 청구, 발부하는 것인데, 영장심의위를 통해 경찰이 구속영장을 신청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피의자가 도주할 가능성도 있다”며 “구속영장의 밀행성 측면에서 우려가 된다는 의견을 새겨들을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법무부는 “범죄사실 전반에 대해 피의자 조사 후 구속영장이 신청되는 점을 고려하면, 구속영장 신청 단계에서는 수사기관의 편의성이나 보안 유지보다 국민의 인권 및 기본권(방어권)을 더 우선시킬 필요가 있다”며 “종전에도 구속영장 청구 시 피의자는 법원과 수사기관으로부터 구인장 발부사실 및 영장심문 일시, 장소 등을 통보받았으므로 피의자가 도주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검경 수사권 조정 등을 논의하는 ‘국민을 위한 수사권개혁 후속추진단’은 이번주 내 회의를 열고 영장심의위 규칙 제정안과 관련해 마지막으로 의견을 조율할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측은 ‘피의자·변호인 통보 불가’로 수정해야 한다고 의견을 제출할 것으로 전해졌다. 제정안은 오는 28일까지 입법예고를 통해 의견을 수렴한 뒤 내년부터 시행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