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18일부터 전국 36개지역 조정대상지역 추가

‘고양→김포→파주’ 연쇄 규제에 다시 고양 집값 들썩

강남 3구 잡겠다는 부동산 규제가 결국 강남 평당 1억 시대 열어

규제지역이 더 올라…‘규제 무용론’도 커져

전문가들 “근본적인 정책의 체질 개선이 필요” 강조

[헤럴드경제=최정호·김은희 기자] 경기도 고양(일산)을 규제지역으로 지정하자 수요가 김포로 번졌다. 다시 김포를 묶었고 수요는 파주를 향했다. 정부는 또 다시 파주를 규제지역으로 추가했다. 그러자 고양의 집값이 다시 들썩이기 시작했다.

규제 무용론…전국을 묶으면 전국이 다 오른다
정부는 17일 주거정책심의위원회를 열고 부산 9곳, 대구 7곳, 광주 5곳, 울산 2곳, 파주·천안·전주·창원·포항 등 총 37곳을 조정대상지역 및 투기과열지구 등 규제지역으로 지정했다. 사진은 17일 파주 운정신도시 일대의 모습. ]연합]

한강을 따라 옹기종기 모여있는 이들 3개 지역 집값은 정부의 연이은 규제 버튼 누르기에 풍선처럼 번갈아가며 상승하기 시작했다. 규제가 규제를 부르고, 집값은 여기저기 다 오르는 전형적인 ‘풍선효과’다.

정부는 18일부터 경기도 파주시를 비롯, 부산·대구·광주 등 전국 36곳을 조정대상지역으로 추가했다.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되면 ▷종합부동산세 추가 과세 ▷다주택자 주택담보대출 금지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일시적 2주택자 양도세 비과세기준 등으로 1가구 실수요자 조차 집을 사고 파는게 쉽지 않다.

하지만 이 지역 집값은 규제에도 아랑곳 없이 올랐다. ‘조정대상지역’ 추가가 집값 상승의 신호탄이 되고 있는 것이다. 실제 김포가 지정되자 파주의 아파트 거래량은 11월에만 25% 늘었다. 전용 84㎡ 아파트가 9억원에 거래될 정도였다.

파주의 급등은 다시 고양시에 영향을 미쳤다. 파주와 김포에 경고음이 나오기 시작했던 지난 10월 고양시 일산서구 주택 거래 건수는 519건으로 1년 전과 비교해 21%가량 늘었다. 지난주에만 0.78%를 찍었던 고양 아파트 매매가 상승률은 이번 주 0.88%로 폭을 키웠다.

규제 대상이 된 고양을 피해 김포와 파주로 시선을 돌렸던 실수요자들이 연이은 규제 망치를 피해 다시 고양으로 돌아와 집값을 올리는 악순환 그 자체다. 이때문에 ‘규제 무용론’에 대한 비판도 제기된다.

서정렬 영산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일차적으로 규제지역은 거래가 부진하게 될 것”이라며 “그렇지만 비규제지역으로 풍선효과 나타날 것이고 결국에는 지역 내 ‘똘똘한 한채’로 쏠리는 선택과 집중이라는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남3구를 규제하자 인근 강동·동작 집값이 오르고, 다시 서울 전체 집값을 올리며, 결국 강남 3구 아파트 ‘평당 1억원’ 시대의 문을 열었던 ‘규제의 실패와 부작용’ 악순환이 이제 전국적으로 나타날 것이라는 경고다.

규제 무용론…전국을 묶으면 전국이 다 오른다
서울 마포구의 한 부동산 중개소 앞에서 시민이 매물을 보고 있다. [연합]

실제 이번 규제지역 지정의 특징은 그동안 부동산 가격 상승의 핵심지가 아닌, 인근 대체지라는 점이다. 경기도 파주와 충남 천안, 경남 창원, 부산과 대구, 광주, 울산 등 광역시 일부 지역 등이 새로 추가되며 사실상 대도시와 주변 주거지 모두가 규제의 대상이 됐다.

김태섭 주택산업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규제지역을 옥죄면 (수요가) 비규제지역으로 가고 있다”며 “규제지역 확대는 결국 집값이 오를 것이라는 사인만 주고 있다”고 정부의 후행 규제의 한계를 지적했다.

해법은 규제로 부동산 가격을 잡겠다는 그릇된 신념을 버리는 것 뿐이다. 김 연구원은 “규제지역이 전국적으로 확대될 경우 수요는 다시 회귀해서 서울로 자금이 몰릴 가능성이 높다”며 “사후 규제가 아닌 공급확대 등 근본적인 정책의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choij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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