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주택자 “세금 너무 과하다”…다주택자 “징벌적 과세”
치솟은 집값·전세난에 무주택자 “평생 세 살아야 하냐”
임대사업자들 “정부가 장려해놓고는 투기꾼으로 만들어”
계약갱신청구권 사용 세입자도 “2년 후 집 구하기 걱정”
[헤럴드경제=민상식 기자] 올해 부동산 시장에서는 누구도 웃지 못했다. 보유세(재산세·종부세), 양도세 등 부동산 세금이 일제히 오르면서 유주택자들은 “세금 때문에 못살겠다”는 불만이 커졌고, 무주택자는 대출규제 강화 등으로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으다)’을 활용한 주택 매입 길도 막혀 “평생 세 살아야 하냐”는 불만을 쏟아냈다.
새로운 임대차보호법과 등록임대사업자 제도 폐지 등 연이은 규제에 세입자와 임대사업자까지 너도나도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16일 국토교통부와 국세청 등에 따르면 올해는 집값 상승과 과세표준이 되는 공시가격 상향에 따라 모든 가격대 주택의 보유세 부담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
1주택자임에도 종부세가 작년보다 2배 안팎으로 오른 대상자도 속출했다. 서울은 특히 다른 시도에 비해 공시가격 상승 폭이 컸다.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은 전국적으로 평균 5.98% 올랐지만, 서울은 14.73% 상승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등에는 “실거주로 집 한 채 마련했는데, 세금이 너무 과하다”는 불만이 쏟아졌다. 실제 서울 서초구 전용면적 116㎡ 아파트를 보유한 1주택자가 올해 납부할 종부세는 206만원으로 작년(99만원)의 2배가 넘는다.
새로 종부세 납부 대상이 된 1주택자들의 불만도 거세다. 서울 마포구 아현동 마포래미안푸르지오 전용 84㎡ 이상 아파트 등이 올해 공시가격 9억원을 넘겨 종부세 대상이 되는 등 새로 종부세 대상이 된 유주택자는 작년보다 20만명 가까이 늘어났다.
앞으로 종부세율 상승과 공시가격의 시세반영률(현실화율)이 90%까지 상향돼, 내년 이후에도 세 부담이 크게 증가할 전망이다.
송파구에 거주하는 한 1주택자는 “집 한 채 가진 게 전부이고 시세차익을 본 것도 아닌데 갑자기 100만원 넘게 세금이 오르니 당혹스럽다”면서 “내년에는 보유세가 더 뛴다는데 어떻게 감당할지 고민된다”고 말했다.
세 부담이 더욱 가중된 다주택자도 사실상 ‘징벌적 과세’라고 토로한다. 부동산 커뮤니티 등을 통해 “집 두 채 가진 게 죄가 되나”, “팔려고 해도 양도소득세 중과로 팔기도 어렵다”는 불만이 많은 상황이다.
정부는 징벌적 과세란 반발까지 받으며 다주택자의 보유세 부담을 늘려 시장에 매물이 늘어나는 효과를 기대했지만, 일부 다주택자들은 집을 내놓기보다는 세 부담을 월세로 전가하거나 자녀에게 증여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결국 임대차 시장으로 세부담이 전이돼 전월세 가격 급등이란 부작용을 낳았다.
무주택자들은 폭등한 집값과 전셋값 때문에 ‘전세 난민’이 됐다며 내 집 마련의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부동산블루(우울증)’라는 신조어까지 생길 정도로 무주택자의 좌절감이 커졌다. 이들은 청와대 국민청원 등을 통해 무주택 실수요자 중심의 주택공급을 확대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지난 7월 말 시행된 임대차2법(전·월세상한제, 계약갱신청구권)과 등록임대주택사업자 폐지 등의 정책으로 집주인과 임차인의 갈등도 크게 확산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직후 다주택자를 양질의 임대주택 공급자로 만들겠다며 각종 혜택을 제시했으나, 예상과 다르게 정반대의 효과를 내자 당초 약속했던 세제혜택을 축소했다. 등록임대 사업자들은 “정부가 장려해놓고 갑자기 임대사업자를 다주택 투기꾼으로 몰며 정책을 뒤집었다”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세입자들은 최근 몇 억원씩 전세 가격이 오르면서 보증금의 5%만 올려주는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해 거주 안정을 찾아야 하기 때문에 집주인과 갈등이 커졌다.
올해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한 세입자도 마냥 웃을 수만 있는 건 아니다. 계약갱신청구권은 한 차례만 보장되기 때문에 2년 후 치솟은 전셋값을 고스란히 받아들여야 한다.
조주현 건국대 부동산학과 명예교수는 “정부가 급격한 공시가격 현실화와 임대차 3법 등 모든 것을 시장의 의견을 듣지않고 일방적으로 밀어 부치고 있다”면서 “유주택자와 무주택자, 세입자 등이 모두 눈치보기에 나서는 등 시장이 망가졌다”고 지적했다.
mss@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