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가 아닌 분양 주택을 늘려주세요.”(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자가 주택에 살고 싶은 게 보통사람들의 욕구인데 왜 자꾸 임대에 사는 걸 장려하는가”(헤럴드경제, ‘문대통령, 변창흠과 공공임대 현장방문…“누구나 살고 싶게, 질적 혁신”’ 기사의 댓글 중)
지난 11일 문재인 대통령이 경기도 화성 동탄 공공임대주택을 둘러보고 ‘2025년까지 양과 질이 확보된 공공임대주택 240만호를 공급하겠다’, ‘중산층이 거주할 수 있는 중형 공공임대를 6만3000호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공개한 후, 각종 부동산 관련 포털 게시판은 부정적인 평가 일색이다. 중산층은 내 집 마련을 원하지 공공 임대를 원하지 않는다는 게 비판의 핵심이다.
중산층을 위한 공공임대인 ‘10년 공공임대’(10년간 시세보다 저렴한 임대료를 내면서 살다가 10년이 지난 후, 감정가로 책정된 분양가로 우선 분양 전환 받을 수 있는 공공임대주택)에 거주하고 있다는 한 청와대 청원인은 “임대주택은 결국 임대주택에 불과하다”면서 “집값이 치솟아 분양전환을 위한 자금을 마련하기 불가능하고, 기존 다른 주택을 사긴 더 어렵게 돼 임대기간이 끝나면 어떻게 해야 할 지 암담하다”고 하소연했다.
국토교통부가 매년 실시하고 있는 주거실태조사를 보면 임대주택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이 어떤지 뚜렷이 드러난다. ‘2019년 주거실태조사’ 자료에 따르면 ‘내 집을 보유해야 한다’고 응답한 우리나라 국민은 84.1%로 전년(82.5%) 보다 1.6%포인트나 더 높아졌다. 집값 하락기로 통하는 2010년(83.7%) 보다 높고, 문재인 정부 출범 직전인 2016년(82.0%)보다 상승했다. 특히 주거 문제에 한참 민감한 40대의 내 집 마련 욕구가 급등했다. 집을 보유해야 한다는 인식이 2014년 조사에선 75.2%였으니, 2019년엔 84.7%로 10%포인트 수준이나 뛰었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이 아무리 “집은 사는(buy) 게 아니라 사는(live) 곳”이라고 강조해도 국민들의 인식은 바뀌지 않았다.
같은 주거실태조사엔 우리나라 전세 가구의 평균 거주 기간이 3년(3.0년)인 것으로 나온다. 자가(10.7년)는 물론 월세(3.2년) 보다 짧다. 전세가구의 평균 거주기간은 늘 전체 주거유형 중 가장 짧았다. 2010년엔 3.3년, 2016년엔 3.4년에 불과했다.
전세가구의 거주기간이 짧은 건 전세는 집을 사기 위한 징검다리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월세엔 집을 살 밑천이 아직 많이 부족한 1~2인가구가 주로 거주한다. 전세 보증금을 마련하기까지 기본적인 기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월세 거주기간은 다소 길어질 수밖에 없다. 그렇게 전세에 들어갈 수 있는 돈이 마련되면, 이때부터는 청약통장을 가입하고 내 집 마련을 준비한다. 전세에 거주하면서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의 대출을 활용해 자가를 마련하는 게 대부분 중산층의 삶이다.
‘질 좋은 공공임대 주택을 지어 30년간 안정적으로 살 수 있도록 하겠다’는 정부의 공약이 국민들의 생각과 어긋나는 건 이 지점이다. 당장 정책 입안자들을 향해 ‘임대주택이 그렇게 좋으면 당신들이 거기 들어가 평생 살라’는 반응이 무수히 따라 온다.
우리나라 인구의 절반 이상인 2681만명은 청약통장에 가입해 새 아파트 분양을 노리고 있다.
국민들의 내 집 마련 욕구가 얼마나 큰지 보여주는 숫자다.
전세난의 해법은 공공임대 공급을 확대하는 것 외에도 전세 수요를 매매로 돌리는 방법이 가장 효과적이라는 게 대부분 전문가들의 생각이다. “무주택자들의 집을 살 수 있도록 대출을 완화하고 세금 규제를 풀어라”, “다주택자들이 손해 본다는 생각이 덜 나도록 세금 규제를 최소한으로 풀어 매물이 나올 수 있게 하라” 오늘도 각종 부동산 게시판은 정부에 대한 불만과 아쉬움으로 뜨겁다.
박일한 건설부동산부 팀장/jumpcut@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