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박혜림 기자] # 직장인 유모(32) 씨는 4년 쓴 스마트폰을 놓고 최근 고민에 빠졌다. 배터리 성능이 떨어져 완충을 해도 2시간을 못 가 꺼지기 일쑤이지만, 배터리를 제외하곤 스마트폰 사용에 별다른 문제점을 느끼지 못해서다. 유 씨는 “벌써 한 차례 배터리를 교체했는데 또 바꾸자니 새로 사는 게 낫겠다 싶으면서도, 쓸데없이 돈을 쓰는 것 같아 계속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최근 스마트폰업계에 ‘환경 보호’가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자원 낭비를 줄이겠다며 포장을 간소화하는가 하면, 충전기 및 유선 이어폰을 구성품에서 제외하거나 이를 검토하는 곳이 늘고 있다.
소비자들의 시선은 싸늘하다. 단촐해진 구성에도 가격엔 큰 변화가 없기 때문이다. ‘수익성’을 높이려는 ‘명분’이 아니냐는 반응과 함께 탈착형 배터리폰 부활 같은 스마트폰을 오래 쓸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단 지적이 나온다.
유럽연합(EU)에 따르면 스마트폰 관련 폐기물의 재활용률은 40%에도 못 미친다. 그럼에도 새 제품이 출시될 때마다 각종 충전 케이블, 어댑터 등 부속품들이 쏟아지고 있다.
스마트폰 사용 기간을 늘리면 폐기물 배출량도 줄어들겠지만 스마트폰 평균 교체 주기는 길어야 3~4년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국내 스마트폰 평균 교체 주기는 2년 9개월에 불과하다.
특히 ‘배터리 성능 저하’로 인한 교체 비중이 작지 않다. 현재 기술력에서 스마트폰 배터리의 보증 사이클은 1000회 수준이다. 1000회가 넘어가면 배터리 효율이 70~80% 수준으로 낮아져 완충을 해도 금방 닳는다. 하루에 한 번씩 완충을 한다 가정하면 2년9개월27일째에 1000회에 도달한단 얘기다. 공교롭게도 스마트폰 평균 교체 주기와 일치한다.
이에 보조배터리를 들고 다니는 사용자들도 적지 않지만, 보조배터리는 또 다른 환경오염을 유발할 수 있다. 보조배터리 역시 충전 사이클에 한계가 있는 만큼 이 기간이 지나면 정상적인 사용이 어렵기 때문이다. 그냥 폐기처분하면 화재나 환경오염으로 이어질 수 있지만, 그럼에도 최근 3년간 국내 전지류의 재활용도 20%대에 불과하다.
이런 이유로 EU 등지에선 탈착형 배터리폰 ‘부활’의 필요성까지 제기하고 있다. 현재 대부분의 스마트폰은 일체형 배터리폰이다. ▷얇은 디자인 및 방수·방진 구현은 물론 ▷추가 배터리 제공 불필요에 따른 원가 절감 효과까지 있는 것이 특징이다. 여기에 배터리 수명이 약 2년9개월이란 점에서 교체 시기 선순환 효과도 누릴 수 있다.
반면 탈착형 배터리폰은 방수·방진에 취약할 뿐더러, 얇은 디자인 구현이 어렵단 단점이 있다. 하지만 보조배터리를 사용할 필요가 없고, 스마트폰에 문제가 생기지 않는 한 배터리만 갈아줘도 오랜 기간 사용할 수 있단 장점이 있다. 모바일기기 수명이 늘어나 전자 폐기물을 줄일 수 있는 만큼, 최소한 ‘배터리 선택의 자유’라도 줘야 한단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EU에서는 탈착형 배터리폰 확산의 첫 단추로 최근 ‘2021년 스마트폰, 태블릿 및 노트북에 대한 새로운 수리권 규칙’에 대한 계획을 채택하기도 했다. 이 계획안엔 스마트폰을 포함한 전자제품 수리권 확대 등 전자기기를 오래 사용할 수 있는 방안이 담겨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