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멤버·아바타 공존…뮤비공개 하루만에 조회수 2140만

‘미래의 아이돌’(?)이 등장했다. SM이 레드벨벳 이후 6년 만에 선보이는 신인 걸그룹 에스파 다. 에스파는 2016년 SM이 ‘컬처 테크놀로지’를 천명하며 데뷔시킨 그룹 NCT(네오 컬처 테크놀로지·Neo Culture Technology)를 연상시킨다. 당시 NCT가 들고 나온 모토는 ‘개방성’과 ‘확장성’. “NCT라는 브랜드 아래 전 세계 각 도시를 베이스로 한 각각의 팀이 순차적으로 데뷔”하며 “멤버의 제한 없이 영입이 자유로운” 신개념 그룹이라는 것이 SM의 설명이었다.

에스파는 한발 더 나아갔다. 전문가들은 “레드오션이 된 현재의 K팝 시장”(정민재 대중음악평론가)에 등장한 에스파는 “SM의 지향점을 투영한 그룹”(이규탁 한국 조지메이슨대 교수)이라고 봤다.

▶가상과 현실 허문 미래의 아이돌=에스파는 현실 세계의 멤버 카리나(한국), 지젤(일본), 윈터(한국), 닝닝(중국)과 이들에 대응하는 가상 세계의 아바타 멤버가 함께 존재한다. 4인조이지만, 현실 멤버의 ‘또 다른 자아’인 아바타가 포함된 8인조이기도 한 걸그룹. 이들 아바타는 멤버 이름 앞에 ‘아이’(ae)를 붙인다. 현실 멤버와 아바타는 인공지능 서비스 나비스의 도움을 받아 서로 소통한다.

에스파의 활동 방식은 독특하다. 현실과 가상의 경계를 완전히 초월한다. 아바타로 불리지만, 독자적인 멤버로 가상 세계에서 활동하고, 현실 멤버는 오프라인에서 활동한다.

현재 에스파에 대한 대중의 관심은 뜨겁다. 데뷔곡 ‘블랙 맘바(Black Mamba)’ 뮤직비디오는 지난 17일 공개 이후 24시간 만에 조회수 2140만 회를 돌파했다. 이는 기존 JYP엔터테인먼트 소속 걸그룹 있지(ITZY)가 세운 역대 케이팝 데뷔곡 조회수 1위 기록을 가뿐히 뛰어넘은 수치다. 국내에 가상 세계의 스타가 등장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1998년 국내 1호 사이버 가수 아담을 시작으로,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의 캐릭터로 구성된 가상 걸그룹 K/DA가 있다. 에스파는 이들과는 또 다른 ‘전례 없는’ K팝 그룹이다. 정민재 평론가는 “ K/DA는 게임 캐릭터로 팀의 노래는 사람이 했다. 에스파와 같은 활동 형태는 현재 찾아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완전무결한 아이돌…SM의 지향점=아바타 멤버가 포함된 K팝 그룹의 등장은 사실 일반적이지 않다. 에스파는 단지 새로운 시대의 K팝 그룹이 아니다. K팝 업계가 과거의 성공과 실패를 거울 삼아 이상을 투영한 시도로도 비춰진다.

엔터테인먼트 업계가 매니지먼트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 중 하나는 ‘리스크’ 없는 아티스트다. 각종 사건 사고, 갑질 등의 구설수, 열애설, 이로 인한 멤버의 이탈은 고스란히 그룹의 ‘리스크’로 돌아간다. 정민재 평론가는 “우상으로의 역할을 하는 아이돌 가수에겐 도덕적 측면에서 더욱 엄격한 잣대가 적용돼 왔다”라며 “아이돌에게 완전무결한 모습을 기대하게 만들었고, 이에 대한 보완으로 완전무결한 존재를 만든 것”이라고 봤다.

이규탁 교수는 이러한 이유로 에스파는 “SM의 지향점이자, 브랜드 파워를 투영한 그룹이며, 기업으로서 나아갈 궁극적 목표”라고 봤다.

이 교수는 “NCT, 에스파를 통해 SM에선 아이돌 개개인의 인기에 휘둘리는 그룹이 아닌 SM이라는 브랜드 충성도를 확보한 새로운 그룹을 선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즉, “K팝 그룹 개개인의 인기에 좌우하고 사건 사고나 탈퇴로 그룹이 흔들리는 리스크를 줄이고자 하는 것이 SM의 궁극적 목표로 보인다”는 설명이다.

아바타 멤버들이 함께 하는 K팝 그룹의 성공 가능성을 점치는 것은 시기상조다. K팝의 특성에서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은 가수와의 친밀도이기 때문이다. 정 평론가는 “아이돌 그룹을 소비하는 연령대와 기존의 팬들은 가수와의 긴밀한 교류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그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이야기와 콘텐츠에 몰입하는데 에스파에 팬덤이 얼마나 공감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이 교수도 “K팝 팬덤은 정서적 몰입감이 중요하다”라며 “오랜 시간 이어온 K팝의 특성이 단시간에 바뀔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아바타로 단기간의 화제성은 가져올 수 있지만, 지속적인 지원을 해줄 팬덤을 구축하고 스타를 좋아하는 정서적인 부분을 완벽하게 대체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고승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