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물은 부족한데 매수자 줄 선 강남 등지
중개사 “0.5%도 적다”…매수자는 울며겨자먹기로 지급
급매 내놓은 매도자한텐 복비 면제
‘부모님이 복비 지원해주면 증여?’ 질문도 늘어나
[헤럴드경제=이민경 기자] “0.4%로 하자고 했는데 중개사가 앞전에 복비 0.65%로 약정한 계약서를 눈앞에 보여주면서 단칼에 거절하더라고요.”
최근 강남권 공인중개업소에서 아파트 매매계약을 체결한 A씨는 중개수수료율을 가지고 중개사와 힘겨루기를 했다. 1일 공인중개업계에 따르면 최근 고가아파트가 밀집한 강남구 및 서초구에서 그동안 불문율처럼 여겨져온 0.4%~0.5% 요율 관행이 깨지고 있는 분위기다.
A씨가 매수하려고 한 반포동 아파트는 매맷값 9억원이 넘어 적용되는 상한요율은 0.9%다. 하지만 무려 20억원에 달하는 집들이 대부분이라 이 지역에선 중개사들이 중개의뢰인 한쪽에서 0.4%, 많으면 0.5%씩 수취해왔다. 한 현직 공인중개사는 “어차피 양쪽에서 받기 때문에 그만큼만 받아도 수지타산이 맞다”며 “0.9% 요구하는 양심없는 중개사는 없고, 달라는대로 주는 소비자도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최근 매물이 부족해지면서 관행에 금이 가기 시작한 것이다. 팔겠다는 사람은 찾기 어려운데 학군과 직주근접을 위해 이 지역 매수를 희망하는 수요자는 넘쳐나니 공인중개사가 매수자 쪽에 더 많은 중개수수료를 요구하는 것이다. A씨는 결국 0.5% 이하는 절대 안 된다는 공인중개사와 입씨름을 하다 0.55%에 합의했다.
그런가하면 급매로 내놓는 집은 매도자가 중개수수료를 안 주겠다고 밝혀도 다수의 중개사가 달려드는 현상이 함께 나타난다. 서울 송파구에 사는 B씨는 “시세보다 많이 급매로 내놓자 부동산 수 십곳에서 달려들었고, 매수자는 집을 안 보고도 계좌로 계약금을 넣겠다고 했다”며 “나는 복비를 내기 싫다고 했는데도 거절하는 데가 없었다”고 밝혔다. 그는 “중개사도 간만에 나온 매물인데다 세입자에게 최대 상한요율을 받아내면 되니 손해될 것이 없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한편,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 대출)해서 집을 마련하는 사람들이 늘어나자 중개수수료도 영끌하는 추세다. C공인 대표는 “부모님이 복비를 지원해줄 건데, 이것도 증여가 되고 자금출처 조사가 들어오겠느냐고 묻는 분들이 많다”고 언급했다.
대가 없는 현금 지원은 엄밀하게 보면 모두 ‘증여’에 해당한다. 하지만 업계에선 아직까지 중개수수료까지 조사가 들어왔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 없다고 전한다.
이처럼 중개수수료가 주택 중개의뢰인에게 또 하나의 경제적 부담으로 추가되면서 체계를 손보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점 힘을 얻어가고 있다. 이에 국민권익위원회는 지난달 16일 부동산 전문가들과 한국공인중개사협회,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관계자를 모아 ‘주택의 중개보수 산정체계 개선’ 정책제안토론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크게 4가지 개선안을 제안했다. 집값 구간을 세분화하고, 중개수수료 면제 및 감경 대상자 기준을 만드는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권익위 측은 공인중개사협회와 소비자단체협의회에서 공식적으로 위 4가지 중 어떤 안을 선호하는지에 대한 의견 수렴을 마친 후 12월 중으로 국토부와 각 지자체에 권고안을 전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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