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박혜림 기자] #.직장인 유모(32)씨는 최근 당근마켓에 미러리스 카메라와 마이크 등 각종 촬영 장비를 헐값에 내놨다. 제2의 인생을 ‘유튜버’로 시작하겠다며 야심차게 구입했지만, 촬영한 영상들을 꾸준히 편집하는 일이 만만찮았기 때문이다. 구독자를 모으기는 더 힘들었다.
유씨는 “처음 한 두 개 올리는 건 어찌 어찌 했는데 본업이 있다보니 결국 귀찮음과 게으름에 굴복하게 되더라”고 씁쓸함을 감추지 못했다.
직장인 5명 중 3명이 꿈 꾼다는 유튜버. 큰 맘 먹고 유튜브 계정을 개설해 호기롭게 영상 제작에 뛰어들었지만 현실은 ‘작심삼일’.
카메라와 마이크, 짐벌 등 각종 유튜브 촬영 장비들이 온라인 중고거래 장터에 대거 쏟아지고 있다. 중고 판매 건수도 다달이 증가세다.
14일 온라인 쇼핑몰 11번가에 따르면 올해 1~10월 영상제작용품 거래액은 전년 동기 대비 적게는 5%, 많게는 50% 가량 늘었다.
삼각대와 짐벌 등 휴대전화 및 카메라 거치대 거래액이 5% 증가했고, 조명 제품이 18%, 캠코더가 39%, 그밖에 촬영장비 거래액이 50%나 늘었다.
유튜브 촬영에 관심을 가진 이들이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실제 인크루트와 알바콜이 최근 직장인을 비롯한 성인 735명을 대상으로 유튜브 운영 현황을 설문조사한 결과 직장인이면서 개인 유튜브를 운영한다는 응답자가 29.3%였다. 방송 및 송출 장비에도 평균 56만원을 투자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문제는 이러한 도전은 결국 오래가지 못한다. 촬영 영상을 수시로 올리는 일이 만만치 않을 뿐아니라 이를 통해 구독자를 늘려 수익을 올리는 건 그야말로 ‘하늘의 별 따기’만큼 쉽지 않다. 현실적 벽에 부딪친다. 그러다보니 얼마안가 유튜버를 포기하는 일이 다반사다. 구입 장비들은 결국 중고 매물로 쏟아지고 있다.
실제 중고거래 플랫폼 중고나라에 따르면 영상촬영 장비 중고 매물은 크게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 7월 557건에 불과했던 판매 등록건수는 8월 633건, 9월 701건, 10월 782건으로 4개월 새 230여건 늘었다. 동영상 촬영에 필요한 짐별의 경우에도 같은 기간 555건에서 749건으로 증가했다. 일상을 손쉽게 담을 수 있는 액션캠 매물도 614건에서 684건으로 매물이 늘어났다.
당근마켓에선 ‘유튜브’란 키워드만 넣어도 각종 촬영 장비 및 실용서들을 판매한단 게시글이 줄을 잇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오픈 플랫폼인만큼 누구나 도전하긴 쉽지만 구독자를 모으기도 힘들고, 지속적으로 콘텐츠를 제작하는 일은 결코 쉬운 게 아니다”며 “지치지 않고 꾸준히 할 수 있을 때 뛰어들어야 투자 비용이 아깝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