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 공제 일몰부터 대주주 요건까지
여당과 청와대에 밀려 “할 수 있는 게 없어”
문재인 정부 2기 경제팀을 23개월째 이끌고 있는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소신 발언(정책)을 했다가 여당의 압박에 백기를 든 사례는 무려 8차례에 이른다. 때문에 최근에는 ‘용두사미(龍頭蛇尾)’라는 한자성어에 빚대어 ‘洪두사미’라는 아픈 넥네임까지 얻었다.
결국 견디다 못했던지 홍 부총리는 3일 청와대에 사표까지 던진 사실을 국회에서 스스로 밝혀 충격파를 안겼다. 정책 혼선에 대해 책임 진다는 차원이라고 했다. 안팎에선 관료 사회 특히 기재부를 대신해 항의 의사를 표현한 것이라는 해석이 강하다.
홍 부총리는 경제 컨트롤타워로서 코로나19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총 277조원 규모의 대책, 59년 만에 4차례에 걸친 추경예산안을 편성하는 등 총력 대응했지만 당정 간 정책 대립 과정에서 번번이 물러서야 했다.
홍 부총리는 그동안 주식 양도세소득세 과세 대상 대주주 기준을 현행 종목당 보유액 10억원 이상에서 내년부터 3억원 이상으로 낮추기로 한 소득세법 시행령을 예정대로 시행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했지만 결국 역부족이었다. 고위당정청 회의에서 민주당의 의견이 관철됐다.
또 홍 부총리는 지난 9월 부동산 감독기구 설치에도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하지만 불과 열흘만에 찬성하는 입장으로 선회했다. 정치인 출신인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국회에서 “상설 부동산 감독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대부분 찬성의 뜻을 직간접으로 밝힌 영향이 컸다.
이 뿐만이 아니다. 앞서 1차 재난지원금 지급이 거론됐던 4월 “재난지원금을 줘야 하면 소득 하위 70%를 대상으로 선별 지급해야 한다”는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그러나 ‘4·15 총선’을 앞두고 표를 의식한 여당의 힘에 눌려 대상은 전 국민으로 확대됐다
전직 한 고위 경제관료는 “결정권이 여당과 청와대에 쏠려 있는 현재 구조에선 관료들이 결정할 수 있는 것이 사실상 하나도 없다고 보면 된다”면서 “일은 일대로 하고 결정에 대한 책임이나 비판만 받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그렇다고 이번 사의 파동으로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다. 홍 부총리 앞에 적지 않은 과제들이 숱하다. 당장 양도세 전면과세, 재정준칙 등을 놓고 또 샅바를 잡아야 하는 상황이다. 상처받은 홍 부총리가 어떤 자세를 취할지에 세간의 이목이 집중돼 있다. 배문숙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