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변사 신고 접수된 택배노동자 6명에 대해 국과수 의뢰 부검 진행 중
대책위, “부검만으로 과로와 직접 연관성 찾을 수 없어…정치적 발표 아니냐”
전문가, “과로사 여부 근로복지공단 소관”, “시간 강도 등 종합적 판단해야”
[헤럴드경제=주소현 기자] 최근 숨진 택배노동자들의 과로와 사망 간 뚜렷한 인과관계가 발견하기 어렵다는 국립과학수사원의 부검 1차 구두 소견에 국과수 택배기사들이 반발했다. 전문가들은 과로사는 부검으로 판단할 수 없다며 국과수 최종 소견과 이후 절차를 지켜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30일 택배노동자과로사대책위원회(대책위)는 성명을 통해 “올해 확인된 택배노동자 과로 사망만 14명에 이르고 앞으로 또 어떤 사망이 일어날지 몰라 전전긍긍하고 있는 노동·시민사회단체의 마음에 불을 질렀다”며 “더 이상 택배노동자들이 죽음을 폄훼하지 말라”고 밝혔다.
지난 29일 한 언론 보도에 따르면 경찰청 관계자는 국과수에 의뢰한 택배기사 부검에 대해 “정확한 사망 경위는 국과수의 서면 검증이 완료돼야 알 수 있을 것”, “1차 구두 소견에 따르면 현재까지 과로사와 관련해 인과관계가 검증된 부검 대상자는 한 명도 없다”고 말했다.
경찰에 따르면 현재 변사 신고가 접수된 택배기사 6명에 대한 부검이 진행 중이다. 경찰은 부검 감정서가 나올 때까지 최종적 사인에 대해 밝힐 수 없다는 입장이다.
대책위 관계자는 이날 헤럴드경제와의 통화에서 국과수 1차 구두 소견에 대해 “상당히 유감”이라고 말했다. 이어 “부검으로 과로와 직접적 연관성을 당연히 찾을 수 없다”며 “정치적인 발표 아니냐”고 했다.
이 관계자는 “지병이 있었더라도 과로로 악화되고 악화되는 과정에서 사망까지 이르는 직접적 요인이 된다면 당연히 과로사 판정 받아야 하는 거 아니냐”며 “숨진 택배노동자들의 지병이나 기저질환 등이 거론되는 것도 과로사를 은폐하려는 것과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전문가들도 국과수 부검만으로는 과로사 판단하기 어렵다고 설명한다. 강태선 세명대 보건안전학과 교수는 “과로사 여부는 산재보상 절차에 해당하는 걸로 근로복지공단에서 판단하는 문제”라며 “경찰이나 국과수의 소관이 아니라 월권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른 지병이 있다는 걸 밝힐 수도 있겠지만 (과로사는) 백신 관련 부검과는 다른 문제”라며 “노동시간 등 종합해 따져보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과수 최종 결과와 산재보상 절차를 끝까지 지켜봐야한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김인아 한양대 직업환경의학과 교수는 “과로사는 사회적 용어지 법적, 의학적용어가 아니다”며 “과로사는 생리학적 조사가 아니라 과로와 사망 간 상당 인과관계를 파악하는 사회적 합의에 가깝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과수 소견은 산재를 판단하기 위한 참고 자료 중 하나”라고 덧붙였다.
과로사 여부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따라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질병판정위)에서 국과수 소견과 업무량과 내용, 노동강도 사망자의 기저질환이나 건강상태 등을 고려해 결정한다.
김 교수는 “대체적으로 과로사는 심혈관 질환이나 원인 미상의 심정지 뇌출혈 등으로 나타나왔는데 뇌심혈관계 질환은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질병이라 직접적 원인을 밝히기 어려운 질환”이라며 “주로 젊은 층에서는 심장성급사나 급성심근경색 등으로 사인이 나오면 전문 심사 기관들이 종합적으로 분석해 과로와 연관성을 판단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전공의 중 처음으로 과로사가 인정됐던 고 신형록씨의 경우 국과수 최종 부검 결과 발표에서 사인으로 원인불명의 내인성 급사를 일컫는 청장년 급사증후군의 가능성 등이 적시됐다. 이를 토대로 질병판정위는 고 신형록씨의 과로사를 인정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