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임 수단 공급망 파괴…저소득국 임신·출산 계획 차질

일자리 위협·태아 감염 우려…고소득국 출산율 더 낮아져

[로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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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올 한해 전 세계를 강타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세계 각국의 출산율까지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팬데믹 확산으로 인한 봉쇄 및 자가 격리 명령 등으로 성관계 횟수가 증가할 가능성이 높아진 가운데 피임을 통한 임신·출산 계획 통제 가능성이 높은 부국(富國)과 상대적으로 느슨한 빈국(貧國) 간의 출산율 차이가 크게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피임 수단 공급망 파괴…저소득국 임신·출산 계획 차질

유엔인구기금(UNFPA) 등 국제 기구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인한 봉쇄로 인한 생활 모습의 변화가 개발도상국의 인구 예측을 불가능하게 만들 가능성까지 제기하고 있다.

예를 들어 지난 3월 경제 봉쇄를 발표한 인도의 경우 실직한 수많은 노동자들이 고양으로 돌아갔고, 보통 1년에 몇 번 만나지 못하는 연인과 재회하며 성관계가 급격히 늘었다. 여기에 팬데믹 기간마저 길어지며 평소와 다른 조건이 지속되고 있다.

UNFPA의 비니트 샤르마는 “이렇게 많은 커플들이 이처럼 오랫동안 함께할 줄 몰랐다”고 말했다.

반드시 잦은 성관계가 출산율 상승으로 직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개발도상국들의 피임 수단 공급망이 파괴되며 임신·출산 계획 수립에 차질이 발생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인도 정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에서 지난 3월 사이 피임약과 콘돔의 유통량이 각각 15%, 23%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낙태 연구단체 구트마커연구소에 따르면 132개 저소득 국가에서 올해 피임약을 받지 못하는 여성이 5000만명 더 많아지고, 이로 인한 원치 않는 임신도 1500만건 증가할 것으로 추산했다.

특히, 2만8000여명의 산모와 17만여명의 신생아가 코로나19 대응 부담으로 제 역할을 못 하고 있는 의료 시스템 때문에 사망할 수 있으며, 안전하지 못한 임신 중절 역시 330만건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E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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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 위협·태아 감염 우려…고소득국 출산율 더 낮아져

저소득국과 정반대로 임신·출산 계획에 대한 철저한 통제가 가능한 부유한 국가들에서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출산율이 급감할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구트마커연구소가 미국 내 연간 7만5000달러(약 8500만원) 이하의 소득을 올리는 18~34세 여성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 3분의 1 이상이 임신을 미룰 계획인 것으로 나타났다.

독일 노동경제연구소(IZA)가 최근 발간한 논문에 따르면 지난해 11월부터 지난 2월까지 미국 내 월별 신생아 감소율은 15%로 2007~2009년 금융위기 이후 감소율보다 50% 이상 크다.

임신 및 출산으로 인해 자신의 일자리가 위협받거나 경제적 어려움에 처할 가능성을 최소화하려는 것이 이유다.

싱가포르에선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출산율이 더 떨어질 것을 걱정한 정부가 2022년 9월 30일까지 태어나는 신생아 부모에게 3000싱가포르달러(약 254만원)를 지급한다고 발표했지만 반응이 신통치 않은 상황이다.

미국과 캐나다에선 불임 치료를 받던 여성들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클리닉 방문을 하지 않는 경우가 급증하고 있다.

여기에 임신 중 태아나 신생아가 코로나19에 감염되는 것을 걱정한 부모들이 피임 등으로 임신 시기를 늦추는 것도 출생율 하락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

미국 최대 낙태 옹호단체인 ‘플랜드 패런트후드’에 따르면 낙태 건수 역시 급격히 증가하는 추세다.

해당 단체의 길리언 딘 박사는 “지금 당장 임신 등으로 인해 일자리를 잃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임신 중단 등을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