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 건물 보유펀드 지분 34.8%

우협 이지스운용 펀드도 수익권자

SK, 우선매수권 행사 가능성도

국내 오피스빌딩 거래 사상 단위면적당 최고 가격을 경신할 것으로 확실시되는 SK서린빌딩이 국민연금의 연속 투자 가능성에 주목받고 있다. 기존에 건물을 보유하고 있던 펀드와, 건물을 새로 인수하게 될 펀드 모두 국민연금이 수익권자인 상황이다. 통상 기관투자자들이 꺼려할 구조임에도 불구하고 거래가 추진되고 있다는 점에서, SK서린빌딩의 ‘코어(core)’ 자산으로서의 존재감이 확실히 증명됐다는 평가다.

27일 부동산금융 업계에 따르면, 최근 SK서린빌딩 매각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이지스자산운용은 지난해 7월 조성한 5000억원 규모 부동산 블라인드펀드인 ‘이지스인컴앤그로스2호’를 활용할 예정이다. 이 펀드는 핵심 입지에 자리한 실물부동산을 매입해 안정적 임대수입을 노리는 ‘코어’ 전략을 중심으로 운용된다.

업계는 이지스인컴앤그로스2호 펀드의 핵심 수익권자가 국민연금이라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SK서린빌딩의 매각자인 하나대체투자자산운용의 수익권자 역시 국민연금이기 때문이다. 지난 2011년 하나대체투자운용은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메릴린치로부터 서린동 사옥을 5500억원 가량에 인수했는데, 펀드의 수익증권은 SK이노베이션과 SK㈜, SK E&S 등 계열사들이 65.2%, 국민연금이 나머지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지스운용이 서린동 사옥을 인수하면, 국민연금은 하나대체투자운용을 통해 투자한 자금에서 두 배 가까운 시세 차익을 거두고 수익 일부를 이지스운용을 통해 재투자하게 된다. 이지스운용이 입찰에서 써낸 가격은 3.3㎡당 3900만원대로, 전체 건물 가치는 1조원에 육박한다.

물론 이지스운용이 서린동 사옥을 최종 인수하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SK그룹이 우선매수권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SK그룹은 SK인천석유화학(옛 인천정유) 인수 자금 마련을 위해 서린동 사옥을 BoA메릴린치에 매각했던 2005년, 향후 건물이 다시 매물로 나올 때 다른 경쟁 원매자들을 제치고 건물을 사들일 수 있는 우선매수권을 확보했다.

이후 하나대체투자운용으로 건물이 넘어갔을 때에도 임대차 계약을 갱신하면서 우선매수권을 유지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거래에서 SK그룹이 그룹 내 부동산투자회사(REITs)를 설립하고 우선매수권을 행사할 가능성을 점쳐 왔다.

하지만 SK그룹은 리츠를 운용하기 위한 자산관리회사(AMC) 설립 인가 신청도 아직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통상 AMC 설립 인가는 2개월 이상의 기간이 소요된다. 늦어도 내년 초에는 서린동 사옥의 매매계약이 체결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인 만큼, 내부적으로는 SK가 우선매수권 행사를 포기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최준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