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고가주택 매수한 6만명 중 9000명이 ‘대출 0’

현금 17억원 동원해 강남 분양권 산 스무살도

현금부자 한남더힐, 타워팰리스 등에 매입 집중

[헤럴드경제=성연진 기자] # 올해 강남구 삼성동의 주택을 매입한 1977년 A씨는 130억원의 주택 매수 자금을 모두 예금으로 조달했다. 지난해 성북구 성북동 주택을 96억6800만원에 사들인 1983년생 B씨도 전액을 모아뒀던 현금으로 지불했다. 2018년 용산구 한남동 주택을 110억원에 매수한 1977년생 C씨도 마찬가지다.

정부가 고가주택에 대한 주택담보대출 규제를 강화하는 동안, 오히려 대출 없이 집을 사는 현금부자가 크게 늘어난 것으로 드러났다.

7일 소병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2018년 이후 서울에서 9억원 이상 고가주택을 산 5만9591명 중 15%(8877명)는 은행 등 금융기관의 도움이나 증여 없이 매수에 나섰다. 이들 가운데 1055명은 주식이나 채권, 부동산 처분없이 오직 예금과 현금 등 현금성 자산으로만 매입했다.

현금 부자들이 가장 많이 사들인 곳은 용산구 한남동에 있는 ‘한남더힐’로 총 41명이 평균 33억7317만원의 주택을 오직 현금으로 사들였다.

수십억 한남더힐, 타워팰리스도 현금으로…대출막았더니 ‘내돈내산’ 늘었다[부동산360]
최근 3년래 현금부자들이 가장 많이 매입한 용산구 한남동의 고급 주택단지 ‘한남더힐’ 전경 [헤럴드경제DB]

또 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와 송파 위례 리슈빌 퍼스트클래스(각각 14명), 강동구 상일동 고덕 아르테온(13명), 강남구 역삼동 옥산하우스(12명), 송파구 잠실동 리센츠와 강남구 개포동 개포주공아파트, 강남구 일원동 디에이치 자이 개포(각각 10명) 등 이른바 강남 4구에 현금성자산만을 활용해 집을 산 사람들이 집중되어 있었다.

지역별로는 강남구(248명), 서초구(184명), 송파구(105명) 등 강남 3구와 용산구(123명) 비중이 높았다.

문제는 정부가 규제지역 내 다주택자에 대한 대출을 강화하는 동안 거꾸로 현금 부자 매입 비중이 늘었다는 것이다. 정부는 지난 2018년 ‘9·13 대책’을 통해 투기과열지구인 서울에서 다주택자에 대한 주택담보대출을 원칙적으로 막았는데, 거꾸로 ‘내 돈 주고 내가 산’ 이들이 증가했다. 대출 없이 주택 매수에 나선 이들은 2018년 2496명에서 2019년 3276년 올해 8월 기준 3105명으로 매년 늘었다.

특히 기존 다른 자산 처분 없이 현금으로 사들인 1000여명 가운데 절반 이상은 50대 이상으로 집계돼 청년층이 소외되고 있음을 나타냈다. 실제 서울에서 현금으로만 주택을 구입한 이들 가운데 60대 이상 주택구매자가 432명으로 가장 많았고, 50대 주택구매자가 293명, 40대 주택구매자가 216명, 30대 주택구매자가 87명, 20대 주택구매자는 27명 순이었다.

소병훈 의원은 “정부의 대출규제 강화에도 소수의 현금부자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고가주택 구입에 나서고 있다”면서 “서울 아파트 중위 매매가격이 9월 (한국감정원 기준) 8억5000만원을 넘어선 상황에서 정부는 내 집 마련이 필요한 집 없는 청년‧무주택자들이 대출 규제에 막혀 절망하지 않도록 금융지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현금으로만 주택을 구입한 이들 가운데 가장 어린 구매자는 2000년생으로, 지난해 서초구 방배동 방배그랑자이 분양권을 오직 자신이 보유하고 있던 예금 17억2430만원으로 매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가장 비싼 가격에 집을 매수한 이는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으로, 지난 2018년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으로부터 용산구 한남동 주택을 구입하면서 주택구입비용 161억 2731만원 전액을 금융기관 예금으로 조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yjsu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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