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 시그널, 주택가격·패닉바잉에 영향
“재건축 규제, 신규주택 공급 연속성 차단”
“다주택자 퇴로 열어 매물 공급 유도해야 ”
[헤럴드경제=양영경 기자] 금융투자업계의 부동산 전문가와 프라이빗뱅커(PB)들은 향후 ‘공급’이 부동산 시장 안정화의 핵심이라고 봤다. 이에따라 서울 등 주요 지역의 공급을 가로막는 재건축·재개발 규제를 시급히 해소해야할 과제로 꼽았다. 3기 신도시 등을 중심으로 한 정부의 공급정책에는 기대감을 나타냈다.
5일 헤럴드경제가 금융투자업계의 부동산 전문가·PB 12명을 대상으로 설문을 벌인 결과, 이들 중 8명은 정부가 가장 잘하는 정책으로 ‘3기 신도시 등 공급정책’을 꼽았다.
주택가격이 치솟고 ‘패닉바잉’(공황구매)이 가속화하는 상황에서 꼭 필요한 정책이었다는 평가가 대체적이다.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팀장은 “지속적인 공급 시그널은 장기적인 가격 안정과 패닉바잉 감소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봤다. 안명숙 우리은행 부동산투자지원센터장은 “공급 확대로 인한 심리적인 안정감을 줄 수 있다”며 “특히 3기 신도시는 단기에 많은 물량을 공급할 수 있다”고 했다.
정부가 내놓은 다양한 공급 방식 중에선 3기 신도시와 더불어 공공재개발이 현실성 있다는 의견이 다수였다. 한유진 삼성생명 패밀리오피스 프로는 “공공재개발을 하면 분양가상한제에서 제외되고 사업 기간도 단축된다”며 “오랜 기간 재개발이 지연됐던 지역에서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서울 외곽 지역 중심의 공급 방안으로는 시장의 수요를 잠재우기엔 한계가 있다는 의견도 이어졌다. 전문가 6명(총 8명 응답·4명 미응답)은 서울 공급의 70~80%를 차지하는 재건축·재개발을 억제하는 정책이 가장 아쉽다고 지적했다. 규제 완화 또는 폐지가 시급한 정책으로도 3명이 이를 꼽았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부문 수석위원은 “수요억제 정책이 성공하려면 수요가 해소될 수 있는 적절한 공급이 필요한 데,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노후된 도심 지역의 재건축·재개발을 풀어주는 것”이라며 “주택가격이 장기적으로 안정화하기 위해서도 꼭 필요하다”고 봤다. 신정섭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부부장은 “서울의 신규 아파트 부족은 서울 집값이 잡히지 않는 가장 큰 이유”라며 “재건축·재개발에 대한 고강도 규제가 신규주택 공급의 연속성을 차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급의 또 다른 측면으로 다주택자에게 퇴로를 열어주고 매물 공급을 유도해야 한다는 의견도 더해졌다. 양도소득세 강화 등은 ‘매물 묻어두기’를 심화시켜 집값 안정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시각도 있었다.
최환석 KEB하나은행 부동산자문센터 팀장은 “주택가격이 안정되려면 3기 신도시 본 분양까지 공급이 안정된 흐름을 유지해야 한다”며 “다주택자의 출구전략이 시의적절하게 활용돼야 한다”고 했다. 김규정 한국투자증권 자산승계연구소장은 “기존 아파트 가격은 다주택자의 매물이 쌓일 만큼 나와야 하락할 것”이라며 “처분 퇴로를 열어줘야 한다”고 봤다.
y2k@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