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개 은행 협의체 참여
이해관계 달라 논의 난항
[헤럴드경제=박준규 기자] 은행들이 외환파생상품 키코(KIKO) 사태의 해결책을 찾고자 자율조정에 나섰지만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자율조정을 위한 협의체에 참여하는 은행별로 입장이 갈리는 가운데 애초 금융당국이 1차 논의 기한으로 제시했던 9월 말은 넘길 전망이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키코에 가입했던 기업에 배상하는 계획에 대한 지침을 만들기 위해 결성된 은행협의체는 지난 7월과 이달 11일 두차례 대면회의를 열었지만 은행별 입장차만 확인했다. 상당수 은행은 키코 상품 판매 당시 불완전판매를 입증할 서류를 확인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키코는 환율이 일정 범위에서 변동하면 약정한 환율에 외화를 팔 수 있으나 범위를 벗어나면 큰 손실을 보는 구조의 파생상품이다. 수출 중소기업들이 환위험 헤지 목적으로 가입했다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며 환율이 급변동해 피해를 봤다.
협의체에는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IBK기업·한국씨티·SC제일·HSBC·대구은행 등 10곳이 참여하고 있다. 일부 은행은 이미 검토를 끝내고 조정안 마련에 적극적인 태도인 반면 조정안에는 부정적인 곳도 있다.
게다가 은행별로 보상 여부나 규모가 다르다. 이해관계에서 무게감이 다를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협의체를 주도하려는 은행이 없어 논의가 탄력을 받지 못하는 것이다.
협의체에 참여하는 은행 한 관계자는 “자체적으로 배상안을 검토는 하고 있지만 이를 내놓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협의체를 주도하는 은행이 없고, 아예 참여하지 않거나 부정적인 은행도 있으니 누군가 총대를 메주길 바라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키코는 이미 민법상 손해배상청구권 소멸시효가 지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배상을 하게 되면 배임 행위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당초 금융당국은 9월 말까지 결정을 내려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논의가 속도를 못 내자 단계적인 접근법을 채택했다. 중간 점검을 벌여 입장에 따라 은행들을 나누고, 단계별로 추리면서 협의체의 기능을 살려가겠다는 복안이다. 현재는 9월 기한 마감을 앞두고 일단 은행별 내부 진행 상황을 파악하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은행들의 부담을 덜면서 의사가 있는 곳부터 조정안을 발표할 수 있게끔 단계적으로 은행들과 협조, 협의하는 과정을 거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