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서울 입주아파트, 분양가보다 전세가 높아
전세 매물 부족으로 ‘입주시 전세가 할인 효과’ 사라져
정부 전세시장 안정 장담했지만, 이대로라면 빗나갈 가능성
매매가도 분양가 대비 두 배 오르며 신축 선호현상 나타내
[헤럴드경제=성연진 기자] 서울 아파트 매매 시장이 관망세로 돌아선 가운데, 여전히 전세 수급이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며 전셋값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거주 여건이 좋은 새 아파트의 전세 가격은 가을 성수기가 오기도 전에 가파른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28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입주한 서울 시내 주요 아파트 단지들의 전세가격은 아예 분양가격을 웃돌고 있다. 통상 새 아파트 입주시 잔금을 치룰 여력이 없는 집주인이 저렴한 값에 전세 매물을 내놓곤 했는데, 최근 신축 아파트 선호현상과 전세 매물 부족에 따라 이 같은 ‘입주 시 전셋값 할인’도 사라진 셈이다.
수색·증산 뉴타운 등으로 미니신도시급 아파트 단지 조성이 이뤄지고 있는 은평구에선 6월 입주한 DMC롯데캐슬퍼스트 84㎡(이하 전용면적)가 지난달 9일 6억원 보증금에 전세 계약이 이뤄졌다. 분양가는 5억6000만원으로 그보다 4000만원이 낮다. 일반 분양을 받은 이라면, 전세 보증금 만으로도 ‘남는 투자’인 셈이다.
비슷한 시기 입주한 같은 구의 백련산SK뷰아이파크도 사정은 같다. 84㎡의 분양가는 5억2000만원이었는데, 전셋값은 6억원(8월10일)로 그보다 8000만원이나 높다. 서대문구 래미안루센티아도 같은 규모 분양가는 6억4900만원이었는데 지난 19일엔 보증금 6억3000만원, 월세 30만원의 반전세 계약을 맺었다.
아예 분양가보다 전세가가 1억원 더 높은 곳도 있다. 양천구에서 5월 집들이를 시작한 목동센트럴아이파크위브 84㎡은 이달 5일 보증금 6억8000만원에 전세 계약서를 쓰면서 분양가(5억7700만원) 보다 1억300만원 더 높은 값에 임대료가 결정됐다.
강남권에선 분양가를 넘어서진 않았으나, 분양가 가까이 올랐다. 송파구 e편한세상송파파크센트럴 84㎡는 지난달 20일 8억원에 전세 최고가를 기록하면서 분양가 8억1700여만원과 큰 차이가 없게 됐다.
업계 관계자는 “대단지 입주시 시세 대비 전세가가 하락하는 현상이 발생하곤 했는데, 청약과 매매거래시 실거주 요건이 강화되고 계약갱신청구권제 등으로 이동이 줄면서 이같은 상황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실제 부동산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전·월세 매물이 한달전에 비해 50% 이상 줄어든 자치구는 은평구(-65.5%), 강서구(-58.2%), 도봉구(-57.9%), 서대문구(-57.6%), 성동구(-55.5%), 마포구(-54.3%) 광진구(-51.3%), 구로구(-50.8%) 등 8개구에 달한다.
정부는 앞서 전세 시장 불안정 전망이 나올 때마다 “하반기 서울 입주 물량이 2만3000가구로, 전세 시장 안정이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복합적 규제로 전세 물량이 줄면서 ‘입주 아파트 전세가 하락 효과’ 마저 사라지면서, 정부 전망은 빗나갈 가능성이 높아졌다.
그렇다고 매매가격이 떨어진 것도 아니다. 이달 3일 백련산 SK뷰 아이파크 84㎡는 10억8000만원에 팔리며 분양가 5억2000만원 대비 배 이상 올랐다. 지난달 7일 거래된 DMC롯데캐슬더퍼스트도 5억6000만원에 분양됐던 84㎡가 11억8700만원까지 오르며 사실상 배 가까운 값까지 올랐다.
부동산 시장 안팎에선 정부가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에 2년 실거주 요건 등 사실상 재건축 사업을 더디게 할 규제를 더해가면서, 새 아파트 매매 선호 현상도 점점 강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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