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자 행동·사회·문화 현상까지 연구

한국소비자 시대정신 최고치로 담아내

최고의 냉장고 ‘뉴 셰프컬렉션’ 완성

수년 인맥 伊금속명가 ‘데카스텔리’ 협업

12개 공정 장인이 수작업 ‘하나의 작품’

月 100대, 희소성 극대화로 뜨거운 반응

“인테리어에 동화되는 가전, 나만의 가전에 대한 욕구는 이미 임계점에 달했습니다. 뉴 세프컬렉션은 그런 한국 소비자의 시대정신을 최고치로 담아낸 제품입니다.”

최중열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 디자인팀장(전무·53)은 지난 7월 출시된 냉장고 ‘뉴 셰프컬렉션’에 대해 “가구처럼 소중히 들이는 가전을 만들고 싶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뉴 셰프컬렉션은 삼성전자가 내놓은 1200만원대 국내 최고가 냉장고다.

1994년 삼성전자에 입사한 최 전무는 지난 27년간 줄곧 삼성전자 디자인 분야에 몸담았다. 현재는 생활가전 디자인팀장으로 맞춤형 가전 디자인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삼성전자 ‘뉴 셰프컬렉션’ 냉장고 ‘마레블루’. 심해의 고요한 울림이 느껴지는 색상은 마치 인상파 화가의 작품처럼 빛이 반사되는 정도에 따라 시시각각 변하는 섬세한 터치가 일품이다. 이탈리아 금속명가 데카스텔리와 협업을 통해 완성했다.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 ‘뉴 셰프컬렉션’ 냉장고 ‘마레블루’. 심해의 고요한 울림이 느껴지는 색상은 마치 인상파 화가의 작품처럼 빛이 반사되는 정도에 따라 시시각각 변하는 섬세한 터치가 일품이다. 이탈리아 금속명가 데카스텔리와 협업을 통해 완성했다. [삼성전자 제공]

▶기존 인력 5배 투입·디자인 작업만 1년=최근 삼성전자 서울R&D 캠퍼스 디자인라운지에서 헤럴드경제와 만난 최 전무는 전시된 뉴셰프컬렉션 ‘마레 블루’ 모델을 꼼꼼히 설명하면서 ‘맞춤형 냉장고’의 진수라고 표현했다. 마레 블루는 삼성전자가 이탈리아 금속가공 전문업체인 ‘데카스텔리(De Castelli)’와 협업으로 탄생시킨 명품 냉장고다.

마레 블루는 ‘푸른 바다’라는 뜻이다. 냉장고와 마주하면 4개 도어패널이 해수면에 내려앉은 빛을 머금은 듯 바다 심연의 고요함을 전달한다. 물의 도시 베니스에서 영감을 받았다.

최 전무는 “마레 블루는 4대째 가업을 이어온 데카스텔리 장인들이 패널 하나하나를 수작업해 같은 패턴이 단 하나도 없다”며 “냉장고 도어 4개 판넬이 합쳐져 한폭의 그림으로 승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최소 12개 공정을 거친 판넬을 일일이 손으로 브러싱(문지름)을 해야만 빛에 반사되는 각도가 모두 다르게 표현된다”며 “삼성의 까다로운 품질평가를 통과하고 내구성을 보증하기 위해 6개월간 별도의 튜닝작업을 거쳤다”고 덧붙였다.

데카스텔리와의 협업은 꾸준한 인연으로 가능했다.

데카스텔리는 삼성전자가 수 년 전부터 이탈리아 밀라노 전시회 등에서 눈여겨 본 금속명가다. 미래 협업 가능성을 염두해 두고 삼성전자 밀라노디자인연구소를 통해 지속적인 네트워크를 구축한 것이 협업 성공의 발판이 됐다. 데카스텔리는 마세라티 등 각 산업에서 최고 업체와만 협업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마레 블루는 극도의 희소성으로 가치를 높였다. 판넬 자체가 대량생산이 불가능해 한 달에 만들 수 있는 생산량이 100대에 불과하다.

고가의 비용리스크는 경영진의 과감한 결단으로 극복했다. 공정작업이 실패하게 되면 판넬을 하나만 버리게 되는 것이 아니라 나머지 3개도 다 버려야 하기 때문에 비용 부담이 컸다.

삼성의 승부수는 성과로 증명됐다. 최 전무는 “광교 매장 전시회에서 10대가 그 자리에서 팔렸다”며 “2014년 프리미엄 냉장고 셰프컬렉션이 출시됐던 때보다 판매속도가 2배 빠르다”며 웃음을 지었다.

뉴 셰프컬렉션은 삼성전자의 맞춤형 가전에 새 이정표도 제시했다. 도어 패널과 모서리 트림(테두리) 등 외장은 물론 냉장고 내부 소재와 수납공간까지 취향대로 바꿀수 있다. 작은 부품까지 포함하면 무려 19만5000개 조합이 가능하다.

특히 내부 디자인은 두번이나 했다. 최 전무는 “처음엔 재료비에 맞춰 디자인을 했지만 냉장고 내부가 소비자를 위한 진정한 변화가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았다”며 “원점부터 다시 시작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기존 냉장고보다 디자인 인력이 5배 투입되고 작업기간이 1년 소요된 배경이다.

▶삼성 가전의 힘… “디자인에 타협은 없다”= ‘인간은 어느 곳에 있든지 언제나 아름다움을 자신의 생활 속에 지니기를 바란다.-막심 고리키’

생활가전 디자인의 철학을 묻는 질문에 최 전무는 러시아의 대문호 막심 고리키의 문구로 답했다. 아름다움을 곁에 두고 싶어하는 인간의 내재적 욕망에 ‘배려의 디자인(Design By Thoughtfulness)’으로 감동을 주겠다는 의지다.

최 전무는 ‘비스포크’로 대변되는 삼성의 맞춤형 가전을 디자인 할 때 “숨기고 싶고, 가리고 싶은, 소비자에 외면당하는 디자인에 대한 철저한 반성부터 시작했다”며 “소비자에 사랑받는 가전을 만들기 위해 사용자의 행동패턴과 사회·문화적 현상, 맥락을 치열하게 연구했다”고 말했다. 이른바 자이트 가이스트(Zeitgeist·시대정신)의 궤적을 꿰뚫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주방가전을 디자인하는 키친디자이너 전원을 가구회사에 보내 워크샵을 진행하고, 장·단기 유학을 보내며 세계 유명 아티스트들과 매년 3~4건의 협업을 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최 전무는 “제품의 라이프스타일은 10년 주기로 변하고 큰 흐름은 50~60년마다 온다”며 “지금 시장은 ‘나다움’을 표현할 수 있는 가치있는 제품을 강하게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통찰력은 폭발적인 시장 반응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의 맞춤형 가전 ‘비스포크’가 출시된 후 올해(1~8월) 누계실적은 전년동기 대비 에어드레서는 90%, 건조기가 80%, 김치냉장고 45%, 세탁기가 30% 급증했다. 이에 힘입어 삼성전자의 올 3분기 소비자가전(CE)부문 영업이익은 1조3000억원 역대 최고치를 경신할 전망이다.

최 전무는 비스포크가 저격한 ‘밀레니얼 취향’에 대해서도 명쾌하게 정립했다. 그는 밀레니얼 취향이 단순히 젊은 세대의 전유물이 아니란 점을 분명히 했다. 남녀노소 불문코 “과거의 보여주기식이나 맹목적 차별화에서 벗어나 자신이 중시하는 가치를 담아내고 묵직한 철학을 바탕으로 고급감을 추구하는 것”이 바로 밀레니얼 취향이라는 것이다.

미래 가전 디자인의 방향성에 대해서는 “가구인지 가전인지 구분이 안될 정도로 진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자랑하고 싶은 새로운 물성(物性)인데 그것이 에어컨이고 냉장고인 시대가 도래할 것”이란 전망이다.

최 전무는 “삼성의 맞춤형 가전도 연단위로 다양하게 출시돼 새로운 파장을 일으킬 것”이라며 “홈인테리어에 동화되는 가전제품으로 소비자들의 삶이 보다 풍부해지는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선도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천예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