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가 임차인 보호 내세운 상가임대차보호법 개정
감액 한도·코로나 종식 판단 기준 등 모호해 쟁점될 듯
임대인 재산 명확…세입자 승소시엔 강제집행도 가능
[헤럴드경제=이민경 기자] 자영업자의 임대료 부담을 낮추는 내용을 담은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상가임대차법)이 개정됐습니다. 임차인의 어려움을 잘 알지만, 법으로 임대인의 일괄적 희생을 강요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목소리가 높은데요, 더 큰 문제는 졸속 시행으로 인한 상업용 부동산 임대인과 임차인간의 또다른 갈등과 법적 분쟁이 예고된다는 점입니다.
▶법적 분쟁 필연적으로 늘어날 것=실제로 이번 법 개정으로 소송이 늘어날 것으로 보이냐는 질문에 변호사들은 “그럴 것으로 보인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법무법인 지평 건설부동산팀의 박보영 변호사는 “주택임대차보호법도 그렇고 상가임대차법도 그렇고 한번 생기고 개정될 때마다 실제로 문의도 더 많이 들어온다”며 “본격적인 소송까지 가는 것은 좀 시간이 걸리긴 하지만, 확실히 법이 통과되거나, 입법예고 되면 자문수요는 그때마다 확 증가하고, 몇 달 후엔 실제로 소송건이 되는 것 같다”고 밝혔습니다.
법적 분쟁은 늘어나도 변호사를 찾기보단 본인소송을 하려는 경향이 강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왔습니다. 법무법인 센트로의 김향훈 대표변호사는 “변호사에게 사건수임을 맡기려면 최소한 착수금 330만원이 있어야 하는데 과연 이 정도 금액까지 지급하려 할 것인지는 의문”이라고 밝혔습니다. 업황이 안 좋아 분쟁까지 간 당사자라면 큰 돈을 들여 변호사에게 맡기는 대신 본인소송을 하거나, 법무사에게 맡길 것 같다는 해석입니다.
▶소송에선 임차인이 유리하다=소송까지 가게 되면 상가 임대인이 유리할까요, 임차인이 유리할까요. 개정법은 ‘차임증감청구권’ 사유로 ‘제1급 감염병 등에 의한 경제사정의 변동’을 명시했습니다.
박 변호사는 “요즘 같은 국면에선 (변호사가)세입자 대리를 한다면, 확실히 주장을 하기는 수월해진거 같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이번 개정안의 핵심은 경제사정의 변동이 구체화·명확화된 것”이라며 “임대인 입장에서는 법률 문항 자체가 워낙 구체화돼서 피해가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김 변호사도 “코로나19로 업황이 나빠진 점은 대부분의 영업자에게 해당되는 것이 사실이라 세입자의 승소가능성은 높아졌다”고 했습니다. 이어 “다만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매출이 어느 정도 감소했는지는 (세입자가)객관적인 자료로써 입증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습니다.
▶재판 쟁점은 법에서 ‘모호하게’ 정한 부분=개정안은 모호한 지점이 많습니다. 세입자가 감액을 요구할 수는 있지만, 감액의 범위를 구체적으로 정하지는 않았습니다. 이 때문에 세입자의 감액청구에 대해 임대인이 거부할 경우, 그 사유에 해당하는지, 금액이 적절한지는 법원에서 다투어져야 합니다.
뿐만 아니라, 임대인은 1년 이내라도 코로나19가 종식됐다고 판단되면 다시 낮춰준 금액을 증액할 수 있다고 하지만, 이 코로나19의 종식 기준 또한 현재로선 불분명합니다. 세입자가 증액 청구에 대해 불복할 경우 증액 사유가 있는지, 증가된 액수가 적절한지를 법원에서 판단받아야 합니다.
김 변호사는 “‘코로나 종식’ 여부가 불분명하여 다투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습니다. “코로나19의 영향은 전방위적이지만, 상가마다 코로나19로 인한 매출 감소 및 회복의 속도가 다를 수 있고, 임대인이 보기에는 매출이 회복된 것 같은데 세입자 입장에서는 여전히 힘들다고 느낄 수 있습니다. 이 경우 임대인으로서는 코로나19가 종식되어 상권이 회복되었음을 객관적인 자료로써 입증해야 합니다.”
▶재판에서 이기면 실제로 돈을 받아낼 수 있을까?=만약 세입자가 소송에서 최종 승소하면 세입자가 월세 감액 청구를 한 시점부터 더 냈던 월세를 돌려받을 수 있게 됩니다. 그런데 민사재판은 채무자의 재산을 찾아낼 책임이 국가가 아닌, 채권자 개인에게 있습니다. 즉, 승소판결을 받아든 세입자는 판결을 집행할 만한 임대인의 재산을 직접 찾아내야 합니다.
이 사안에서는 어렵지 않을 전망입니다. 박 변호사는 “상가 임대인의 경우에는 ‘책임재산’, 즉 가지고 올 수 있는 재산이 명확히 있는 편이어서 어렵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김 변호사는 “임대인은 임대차 목적물인 건물의 소유자이므로, 다른 민사소송과 달리 채무자의 재산조회절차를 거치지 않고 건물에 대해서 집행절차를 개시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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