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박세정 기자] "멈추지 않는다. 고로 존재한다. 베가”
애플 아이폰과 치열히 경쟁하다 사라진 팬택 ‘베가’. 젊은층에겐 생소한 브랜드이지만 한때는 삼성전자에 이은 LG전자와 치열한 경쟁을 벌이던 스마트폰 국내 3강이였다.
“우리는 단 한번도 정상에 오른적이 없다. 그럼에도 질주를 멈출수 없는 건, 오직 휴대폰 하나만 바라본 우리의 열정이 반드시 승리할 것을 믿기 때문이다. 멈추지 않는다. 고로 존재한다. 베가”(이병헌의 내래이션 광고)
팬택은 한때 국내 벤처 신화였다. 아이폰의 등장과 함께 큰 위기에 봉착한 팬택. 오랜 기간 워크아웃, 법정관리 등 혹독한 구조조정을 거치면서 생존을 위해 몸부림쳤지만, 결국 역사속으로 사라졌다.
자본력에서 큰 열세인 팬택이 글로벌 기업이였던 노키아·모토로라까지 몰락시킨 애플 아이폰과의 경쟁에서 살아남는 것은 불가능 했다.
역사속으로 사라진 팬택의 스마트폰 베가가 아직 살아 있다. 중고폰 시장에서 꾸준한 '러브콜'을 받고 있다. 국내 통신시장의 '아픈 손가락'이었던 팬택 베가. 레트로(복고) 열풍에 맞춰 마니아층의 수요가 이어지고 있다.
부담없는 가격으로 '세컨드'폰으로 팬택 베가를 찾는 소비자도 끊이지 않으면서, 팬택이 중고 시장에서 마지막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 4년전 제품 …월 평균 800대 이상 판매
중고폰 거래 플랫폼 업체 유피엠(UPM)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지난 8월까지 중고 시장에서 거래된 팬택 제품은 7141대다. 월평균 892대가 꾸준히 판매됐다.
월평균 판매 대수가 삼성(23만3741대), 애플(11만5678대), LG(4만252대)와 비교하면 크지 않지만 사라진 기업의 제품이 중고 시장에서 지속적으로 거래되는 것은 이례적이다.
특히 트렌드가 빠르게 변화하는 스마트폰 시장에서 4년전 출시된 제품의 수요가 지속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점도 특징이다. 팬택 판매량은 중저가 신규 제품이 지속적으로 출시되고 있는 화웨이(1011대)의 월평균 판매량과 비교해도 큰 차이가 없다.
▶ '레트로' 열풍에 소장용으로 '구매'…가격 1만원도 안돼
팬택의 꾸준한 판매는 무엇보다 '레트로' 열풍으로 과거 팬택을 추억하는 '마니아층'의 수요가 계속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베가', '스카이' 등 팬택을 대표하는 제품에 대한 향수로 2세대(2G), 3G폰을 찾는 소비자들도 적지 않다.
부담없는 가격으로 메인 스마트폰 외에 '세컨드폰'으로 팬택을 선택하는 고객도 있다. 팬택의 평균 매입 가격은 5594원. 물류세, 부가세 등을 포함한 실제 판매 가격은 9599원으로 1만원이 채 되지 않는다. 판매가가 삼성(19만1590원), 애플(33만3018원)의 10분의1에도 미치는 않는 가격이다.
유피엠 관계자는 "여전히 팬택을 좋아하거나 세컨드폰으로 이용하려는 수요가 있다. 팬택 베가는 아직도 꾸준히 고객들이 찾는 제품"이라고 설명했다.
팬택은 통신시장에선 '아픈 손가락'으로 기억된다. 2010년 초만에도 국내 시장에서 LG전자를 제치고 업계 2위를 차지했다. 세계 시장 7위까지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급변하는 스마트폰 시장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면서 경영난으로 '퇴장'수순을 밟았다.
2015년 쏠리드가 인수해 스마트폰 복귀작 '아엠백'을 출시하고 부활 신호탄을 쐈지만 2년 만에 스마트폰 사업을 중단하고 사물인터넷(IoT) 사업까지 매각해 사실상 공중분해됐다. 이후 중고폰 기업 착한텔레콤이 팬택 자급제 제품을 판매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