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물경제 회복조짐 늘고
위험자산 경계심리 강화
美대선·부양책 핵심변수
일단 차익실현 후 대기를
[헤럴드경제=이승환·서정은 기자] 미래가 지배하는 자산시장에서는 위험에 대한 경계가 높아지고 있지만, 현실 경제에서는 경기회복세와 함께 인플레이션 조짐이 곳곳에서 감지된다. 코로나19 이후 자산시장과 실물경제의 괴리현상이 또다른 형태로 이어지는 모습이다. 선제적인 자산관리가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살아나는 실물경제=글로벌 경기는 회복세가 뚜렷해지고 있다. 경기회복에 선행하는 원자재 가격이 견조한 흐름을 보이면서 미국 시장에서는 관련 산업들의 성장세가 이어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S&P500 내 소재섹터는 이번 3분기에 약 16% 상승해 전체 11개부문 중 가장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지난 3월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시장과 경제를 지원하기 위해 어떤 일이든 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한 뒤, 원자재 관련 종목들이 종합지수를 앞지르기 시작한 덕이다.
톰 스트링펠로(Tom Stringfellow) 프로스트 투자자문사 사장은 "올 봄 경제가 붕괴된 뒤 기업들이 재건을 시작해 다시 목재, 구리, 아연 등을 주문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공급관리연구소(Institute for Supply Management)에 따르면 제조업체들의 신규 수주가 3개월째 늘어나는 반면 재고는 줄어드는 추세다.
▶인플레이션 ‘꿈틀’=국내에서 인플레이션이 단순히 기대심리를 넘어 현실화되고 있다는 수치도 확인된다. 우선 국고채 장기물과 단기물의 금리 격차가 5년만에 최대치로 벌어진 상황이다. 정부의 재정지원으로 국고채 발행이 늘어난 측면도 있지만 빠른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가 투영된 결과다. 장·단기물 금리차는 보통 물가 상승을 예상하며 경기가 호황일 때 커진다.
국고채 장단기 금리차는 이달 들어 60bp 대를 유지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이 본격화된 연초부터 계속 벌어졌다. 난 2월말 22.9bp였던 격차는 4월 51.2bp, 6월 53.1bp, 8월 57.6bp로 점점 커졌다. 지난 2일에는 61.6bp를 기록했다.고채 장단기 금리차가 60bp를 넘은 건 2015년 9월 16일(60.4bp) 이후 처음이다.
국내에서 생산되는 모든 재화와 서비스 가격을 반영하는 물가지수인 GDP디플레이터는 2분기 기준 전년동기대비 1.2% 상승했다. 2018년 4·4분기(0.0%) 이후 6분기 만에 플러스 성장으로 전환했다.
GDP 디플레이터는 명목 GDP를 실질 GDP로 나눈 값에 100을 곱한 수치로, 이 값이 이전 비교 시점보다 상승했다는 것은 우리나라가 경제활동을 통해 얻은 모든 재화와 서비스의 가격 수준이 높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전반적인 경기흐름을 보여주는 경기동행지수와 경기선행지수 순환변동치 모두 지난 7월 기준 상승세로 돌아섰다. 현재의 경기 상황을 보여주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전월보다 0.2포인트 상승한 97.2를 나타냈다. 향후 경기흐름을 보여주는 경기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전월대비 0.4P(포인트) 상승해 기준치 100을 넘어섰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가)유동성 상당히 풀었기 때문에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질 것”이라며 “인플레이션이 2% 상회해도 당분간 확장적 통화정책 유지한다는 상황에서 자산 가격이 좋은 모습을 보이긴 어렵다”고 말했다.
▶“위험자산 축소, 안전자산 분할매수”=시중 은행들은 자산전략 재편을 권하고 있다. 지난 3월처럼 자산가격이 급락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지만, 가격이 오를만한 여건도 아닌만큼 재매수를 위한 숨고르기가 필요하다는 주문이다.
오경석 신한은행 PWM태평로지점 팀장은 "경기회복세를 완전히 체감하기까지는 시일이 소요될 것"이라면서도 "여전히 미중 무역분쟁, 미국 대선 이슈, 달러 약세 흐름 등으로 인한 변동성이 도사리고 있어 회사채, 금, 달러 등 안전성있는 자산들을 분할매수하는 방식이나 리츠 투자 등을 추천한다"고 덧붙였다.
김성희 농협은행 WM전문위원은 "역사적으로 자산가격이 떨어지는 시기는 금리가 급격히 올랐다 꺾일 때였다"며 "현재 금리가 낮은 수준이고, 각국 정부가 경기회복을 위해 동원 의지를 드러내는만큼 단기적 조정에도 자산가치 훼손은 크게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은 "장기적 관점에서 보면 기업들의 실적이 살아나면서 자산가격은 하방을 지지하면서 우상향할 것"이라며 "경기민감주 등 실적장세로 넘어가면서 단기 조정이 나올수는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