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AESA레이더 출고, 9월 기체조립 시작
내년 상반기 1호 시제기 출고…’22년 첫 비행
[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창군 이래 사상 최대의 무기 연구·개발사업으로 불리는 한국형전투기(KF-X) 사업이 순항하며 내년 상반기 1호 시제기 출고를 앞두고 있다.
불가능으로 불리던 AESA(능동전자주사배열·Active Electronically Scanned Array)레이더 등 4대 항공전자 핵심장비의 국산화를 사실상 이뤄내 출고되는 1호 시제기에 장착될 예정이다.
군 당국과 방위산업계는 지난달 7일 KF-X 탑재용 AESA레이더 시제품을 출고하고, 지난 3일 KF-X 1호 시제기 최종조립에 착수한 상태다. 내년 상반기 1호 시제기가 출고되고 내후년에는 첫 비행에 나선다. 2002년 11월 제197차 합동참모회의에서 KF-X의 필요성이 제기된 지(장기 신규소요 결정) 20년 만에 KF-X가 실제 창공을 가르게 되는 것이다.
2022년부터 2026년까지는 KF-X 양산을 위한 각종 시험평가 등을 수행해 한국산 전투기의 완성형을 최종 출시하게 된다. 2026년 전반기 KF-X 체계개발은 종료되고, 이후 2028년까지는 KF-X에 장착할 미사일 등 각종 무장 개발이 이어진다.
KF-X는 2015년부터 2028년까지 약 8조8000억원을 들여 공군에서 장기간 운영해온 F-4 팬텀, F-5 제공호 등을 대체하는 전투기를 연구·개발하는 사업이다.
군은 2014년 9월 KF-X 체계개발기본계획을 의결하고, 2015년 12월 정부는 AESA레이더 개발주체를 방위산업기업에서 국방과학연구소로 변경하고, 한국항공우주산업(KAI)과 KF-X 체계개발사업 계약을 정식 체결하면서 사업을 본격화했다.
사업은 처음부터 순탄치 않았다. 당초 국방부는 지난 2013년 공군 차세대전투기(F-X)로 미국 록히드마틴의 F-35를 선정하는 대가로 4대 핵심기술을 이전받아 KFX를 개발한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F-35 선정 이후 미국 의회가 4대 항공전자 핵심기술 장비의 기술 이전을 거부해 KFX 개발 청사진에 차질이 빚어졌다. 4대 핵심기술 장비란 AESA레이더, IRST(적외선탐색 추적장비), EOTGP(전자광학 표적추적장비), RF재머(전자파 방해장비) 등을 말한다.
이 중에서도 ‘전투기의 눈’으로 불리는 AESA 레이더는 현대 공중전에서 전투기의 생존과 승패에 직결되는 전투기의 최상위급 핵심 장비다. 전투기 레이더 성능이 월등하면 적 전투기가 아군 전투기를 발견하기도 전에 탐지·추적을 마치고 미사일을 발사해 적 전투기를 격추시킬 수 있다.
정부와 군 당국은 국산 전투기 개발을 위해 AESA레이더 등 4대 핵심기술이 필수적인 만큼 이 기술들을 독자 개발하기로 하고 해외 선진국들의 견제 속에 국산화를 추진해왔다. 전세계가 ‘불가능할 것’이라는 회의적인 전망을 보냈지만, 군과 방산업계는 개발 착수 4년여 만에 사실상 4대 핵심기술의 국산화에 성공했다.
미래 핵심기술이기도 한 전투기와 AESA레이더 등 첨단 무기의 국산화는 국내 산업 전반에 상당한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대기업은 물론, 중소 방산업계에서 전투기에서 파생되는 다양한 소재·부품·장비에 대한 연구·개발이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중소 방산업계에서 AESA레이더용 모듈, 스텔스 기술 등에 대한 연구 및 제품 출시가 이어지고 있다.
공동 연구·개발국인 인도네시아가 자국 사정으로 KF-X 개발 분담금 일부를 체불하고 있어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그러나 방위사업청은 인도네시아 정부가 KF-X 개발 참여의지를 여전히 가지고 있으며, 문제는 곧 해소될 것이라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본지는 향후 3회에 걸쳐 KF-X 관련 심층취재 기획 기사를 게재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