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선 한국바이오협회 회장

추격자에서 퍼스트 무버 돼야 하는 시점

의료 빅데이터, 4차산업혁명 기폭제 될것

서정선 한국바이오협회장은 현재 한국 바이오 산업에 필요한 것은 ‘액션(행동)’이라고 강조했다. 그리고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성공을 위해 의료 데이터 수집이 필요하다고도 덧붙였다. 이상섭 기자
서정선 한국바이오협회장은 현재 한국 바이오 산업에 필요한 것은 ‘액션(행동)’이라고 강조했다. 그리고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성공을 위해 의료 데이터 수집이 필요하다고도 덧붙였다. 이상섭 기자

“한국의 바이오 산업은 그동안 연습게임만 해왔습니다. 그러다가 골든타임이 다 지나가고 있습니다. 본 게임이 시작되면 실행을 해야 하죠. 중간에 물에 빠지는 한이 있더라도 길을 건너고 강을 건너야 할 때입니다”

서정선 한국바이오협회 회장(68)은 한국 바이오 산업을 말할 때 빠질 수 없는 인물이다. 1980년대 서울대 의대 교수를 거쳐 1997년 유전체 분석 전문 기업 ‘마크로젠’을 창업한 벤처 1세대 기업인이다. 2009년부터 한국바이오협회 초대 회장을 맡아 중간에 2014년을 제외하고 바이오협회 회장직을 수행하고 있는 국내 대표 바이오인이다.

▶“연습게임은 끝나…이제는 실행이 필요한 본 게임”=“처음 협회장직을 맡았을 때도 정부에 골든타임이 지나가고 있다고 말해 왔죠. 하지만 10여년이 지난 지금껏 변한 것은 별로 없습니다. 과거 한국은 미국, 일본 등의 선두를 쫓아하는 추격자(패스트 팔로우)였지만 지금은 ‘퍼스트 무버’가 되어야 하는 상황이죠”

서 회장은 현재 바이오 산업에 있어 가장 필요한 것은 ‘실행(액션)’이라고 강조한다.

“지난 해 문재인 대통령은 바이오헬스 산업을 반도체, 미래 자동차와 함께 ‘3대 신(新) 산업’으로 선정하고 2030년까지 세계시장 점유율 3배 확대, 신규 일자리 30만 개 창출을 목표로 제시한 바 있습니다. 지난 9월 1일 발표된 내년도 예산안을 보면 3대 신산업에 대한 투자도 2조3400억원으로 26%나 증액했죠. 혁신을 통해 4차 산업혁명의 기반을 탄탄히 구축해 나가겠다는 의지로 보입니다. 4차 산업혁명의 본질은 ‘민첩성’입니다. 민첩성은 단순히 속도가 빠른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상황 변화에 따라 기민하게 대응하는 능력을 말합니다.”

서 회장이 생각하는 가장 아쉬운 부분은 정부의 소극적인 태도다.

서 회장은 “산업부에서는 규제 샌드박스 등으로 시대의 흐름에 민첩하게 대응하고 있지만 혁신을 이루어내려면 모든 부처가 합심하여 ‘액션’을 취해야 합니다”며 “과거에는 바이오 산업이 연습게임이었을지 몰라도 지금은 실행이 필요한 실제 게임”이라고 말했다.

서 회장은 한 가지 예로 바이오·IT산업 분야의 심각한 인력난을 제시했다. “K-진단키트가 코로나19 상황에서 글로벌 상품으로 급부상했지만 여전히 인력 부족은 심각한 수준이죠.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앞으로 바이오헬스 빅데이터 분야가 활성화 될 것이지만 바이오 빅데이터 분야에 대한 인재를 양성하려는 의지가 없다면 인력난은 더욱 심각해질 것이고 우리는 더 이상 글로벌로 나아갈 수 없을 것입니다”

▶ ‘4차 산업혁명’의 성공은 ‘의료 데이터’ 수집으로=서 회장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위해 준비할 점도 언급했다. “전 세계가 집중하고 있는 코로나19 치료제와 백신 개발, 이것에만 몰두하기 보다는 한국의 뛰어난 IT 역량을 바탕으로 의료 데이터를 수집하는 게 더 나은 선택이 될 수도 있습니다. 코로나19 사태를 단기적으로 보지 말고 장기적으로 봐야 하기 때문이죠. 아날로그식의 기존 의료를 데이터 기반의 정보 의학으로 바꾸면서 미래 의료 시장을 선점할 계획을 세워야 합니다”라고 말하는 서 회장.

특히 이를 위해서는 의료계가 구축해 놓은 빅데이터를 잘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묘하게도 코로나19가 4차 산업혁명을 더 이상 미룰 수 없게 만들었습니다. 4차 산업혁명에서 의료가 가장 어려운 분야였는데 의료에서 4차 산업혁명이 완성될 경우 반도체와 자동차 산업을 합친 것보다 더 큰 폭발력과 시장이 될 것입니다”

한편 바이오 벤처들이 더 성장할 수 있는 투자 지원의 필요성도 언급했다. 서 회장은 “국내 바이오 산업에 대한 투자자들의 열기가 뜨겁지만 신라젠과 같은 일부 실패 사례 때문에 비즈니스가 이뤄지지 않는 것은 안타깝죠. 바이오는 자금이 있어야 본 게임을 할 수 있습니다. 투자가 잘 이뤄져 성공 사례가 많이 나와야 국내 바이오 산업이 한 단계 더 성숙해질 것입니다”

끝으로 서 회장은 “벤처 투자를 확대하고 기술특례 상장 활성화 등 생태계 조성을 위해 노력 중이지만 정부의 규제 등으로 혁신기업이나 서비스 등장이 제한되고 있습니다. 또 맞춤형 정책, 자금지원, 관심 등이 부족해 산업 생태계가 형성되지 못한 초기 단계에 머물고 있죠. 바이오산업 전반의 획기적인 혁신을 촉진할 수 있는 정책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할 것입니다”라고 강조했다. 손인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