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손인규 기자] 대한의사협회(의협)와 정부의 합의에도 무기한 집단휴진을 이어가고 있는 전공의들의 파업 사태가 한치 앞도 가늠할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대전협 비대위)의 ‘8일 오전 7시 업무 복귀’ 결정에 일선 전공의들이 반발하고 있는 데다 대전협 비대위는 위원장을 포함한 집행부 전원이 사퇴하기로 했다. 게다가 의대생들의 국시가 새로운 뇌관으로 떠오르는 모습이다. 대전협은 물론 의협까지 나서서 의대생들이 국시를 치르지 못하는 등 손해를 본다면 단체행동 수위를 높이겠다며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8일 오전 7시부터 전공의 전원 업무 복귀…내부 반발 심화=박지현 대전협 비대위원장은 7일 오후 전체 전공의 대상의 간담회에서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해 8일 화요일 오전 7시부터 단체행동을 1단계로 낮추겠다”며 “이것이 비대위 공식 입장”이라고 밝혔다. 단체행동 1단계는 전공의 전원 업무 복귀를 말한다.
이미 대전협 비대위는 지난 5일 저녁부터 6일 새벽까지 열린 대의원 총회에서 단체행동을 잠정 유보하기로 결정했다. 이날 간담회는 대의원 총회 의결에 대한 내부 반발이 심해지자 전체 전공의에게 파업 유보 결정을 내린 이유를 설명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다.
대전협 비대위는 이런 결정을 내린 데 대해 파업을 유지할 만한 명분이 부족하다는 이유를 들었다. 의협이 이미 더불어민주당, 보건복지부와 의대 정원 확대, 공공의대 설립 등의 정책 추진을 중단하고 원점에서 재논의하겠다고 합의한 데 따른 것이다.
박 위원장은 “단체행동을 시작한 이유와 목표가 정책의 철회 혹은 원점 재논의였다”고 말하기도 했다.
서연주 대전협 부회장은 “대외적 명분이 사라진 상태에서 합의안의 항목인 복귀 모습을 보여 신뢰를 쌓고 명분을 만들어야 한다”며 “이후 정부나 국회가 합의를 이해하지 않을 경우 더 큰 단체행동에 돌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복귀가 굴복과 패배를 의미하는 게 아니라 잠시 명분을 쌓기 위한 ‘숨 고르기’의 시간”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내부 반발이 심한 데다 비대위 집행부 전원이 총사퇴하기로 함에 따라 앞으로의 상황을 가늠할 수 없게 됐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날 간담회에서도 비대위 집행부의 업무 복귀 결정에 대해 “전체 투표를 하라”는 요구가 빗발쳤다.
박 위원장은 이와 관련해 “위원장 포함해 모든 집행부가 총사퇴한다”며 “대전협 차기 회장 선출까지 저는 전임 회장으로 마무리하고 인계를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비상사태에서 단체행동과 관련된 모든 업무에서 물러나겠다”며 “하나된 숨 고르기 후 다음을 준비하려는 계획이었으나 이 과정에서 모든 전공의의 의견을 반영하지 못한 제 부족함에 책임감을 느끼고 사퇴한다”고 말했다.
▶새로운 뇌관으로 떠오른 의대생 국시 문제=의대생의 국시 문제 해결 여부도 새로운 뇌관으로 떠오르고 있다. 대전협 비대위는 의대생의 국시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단체행동 수위를 높이겠다고 명확히 밝히고 있고, 의협 역시 의대생들이 국가고시를 응시할 수 있도록 구제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의대생 국가고시 실기시험 신청이 전날 마감된 가운데 올해 시험을 치러야 하는 3172명 중 2726명(86% 상당)이 응시하지 않기로 했다. 현재 응시자는 446명, 14% 정도다.
박 위원장은 “의대생 보호는 당연한 전제”라며 “2주 내 (의대생) 시험을 재응시시키거나 그들이 원하는 대로 연기되지 않는다면 단체행동 강화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의대생이 불이익을 당한다면 업무 중단 등으로 강경하게 대응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서 부회장은 “접수는 마감됐지만 시험 자체는 연기(조정)된 상태”라며 “그 동안 저희가 방법을 동원해 이를 해결할 방법을 찾아 정부와 의협에 요청하고 압박하겠다”고 말했다.
이 발언은 정부가 일부 재응시자의 실기시험 일정을 조정한 사실을 지목한 것으로 보인다. 복지부는 시험 준비에 시간이 부족하다는 건의를 고려해 지난 1일부터 18일 사이에 시험을 치르기로 돼 있던 재응시자들은 11월 이후 시험을 치를 수 있도록 했다.
이런 가운데 의협도 이날 성명서를 내고 “일방적인 의료 정책에 대한 정당한 항의였던 의대생의 국시 거부에 대해서는 마땅히 구제책이 마련돼야 한다”면서 “의협은 이들이 정상적으로 시험에 응시할 수 있도록 모든 방법을 동원해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의협은 “지난 4일 정부·여당과의 합의가 의대생과 전공의 등 학생과 회원에 대한 보호와 구제를 전제로 이뤄진 것을 명심해야 한다”며 “이런 구제책이 없다면 합의 역시 더는 의미를 갖지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