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결절·호흡곤란·후각 상실·기억력 감퇴 등 후유증에 시달려
해외에서는 후유증 연구 활발…국내선 ‘걸음마’ 단계
전문가 “해외 확진자가 수 만명…후유증 연구 앞서가”
완치자 “후유증 발견되면 주저 않고 도움 청해야”
[헤럴드경제=주소현·신주희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가 완치된 이후 몸에 조그마한 반응들이 조금, 조금씩 나타나고 있어요. 만성 피로와 호흡 곤란 그리고 가끔 두통이 오는데 오늘이 괜찮았으면 3일 후에 안 좋고, 이런 식으로 간헐적이다 보니 ‘다시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을까’하는 생각도 들어요.”
헤럴드경제 [헤븐]팀은 코로나19 완치 판정을 받았으나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는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이들은 인터뷰를 통해 자신의 경험이 감염에 대한 공포의 대상으로 여겨지기보다 완치자들이 한시 빨리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는 데에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완치 판정 5개월…코로나19는 흔적을 남겼다
▶폐결절과 호흡곤란
지난 3월27일 코로나19 완치 판정을 받은 황모(34) 씨는 완치 이후 달라진 삶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이제 그는 일상의 가벼운 운동조차 버겁다. 황 씨는 “자전거를 탈 때 5분 이상 페달 밟았을 때 예전에는 기분 좋게 숨이 찬 느낌이라면 지금은 쓰러질 것 같다는 느낌”이라고 몸 상태를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이제 급격한 운동이나 힘든 운동은 못할 것 같다”며 씁쓸해 했다.
폐결절은 코로나19가 황 씨에게 남기고 간 또 다른 흔적이었다. 비흡연자인 황 씨는 지난해까지만해도 건강검진에서 폐에 이상이 없었다. 3월 완치 판정을 받아도 폐결절은 사라지지 않았다. 처음 의료진은 폐결절이 코로나19 후유증이라는 그의 주장을 믿지 않았다. “완치 이후 병원에서 폐결절 외진을 받고 의료진에게 후유증 아니냐고 물어보니 의료진은 그럴 일 없다고 단언했다. 그런 부분에서 쉽게 증상을 말하기가 두렵다고 해야 할까. 제 말을 믿어주지 않는 느낌이 들었다”고 토로했다.
▶후각 상실 그리고 공황장애
“아침 저녁으로 코에 약을 뿌리고 냄새 맡는 훈련을 하고 있어요. 아로마 향 네가지를 선정해서 하루에 두 번 코로 숨 쉬면서 냄새를 맡아요. 어떨 때는 냄새가 교란돼서 나요. 같은 향인데 어떤 때는 달콤한 향이 나고 어떤 때는 새콤한 향이 나기도 하고. 지금은 두 달에 한 번 병원에 가서 치료를 이어가고 있어요.”
지난 3월20일 코로나19 완치 판정을 받은 백모(42) 씨는 아직도 후각이 돌아오지 않았다. 완치 판정을 받고도 계속 냄새를 맡지 못한 백 씨는 여러번 코로나19 재검사를 받았지만 음성이었다. 당시 의료진은 백 씨에게 “CT 결과에서는 이상이 없어 신경 문제인 것 같다”고 소견을 밝혔다. 그는 이어 “당시 의료진이 ‘바이러스에 의해 신경이 교란되는 등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했다”며 “다행히 신경 약물을 쓰고 차도가 있어서 ‘후각이 돌아오는 데에 6개월에서 1년 정도 걸릴 것 같다’고 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코로나19 후유증인지 장기간의 격리생활로 인한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공황장애까지 겪었다고 했다. 치료 기간 중에는 숨이 가쁘고 밤에 잠을 못 잘 정도로 공포감도 심했다. 완치 판정을 받고도 숨이 가쁜 증상은 계속 됐다. 흉부 엑스선 검사에서도 이상이 없었다. 백 씨는 “의사가 심리적인 부분이 있을 수도 있다고 해서 신경정신과를 방문했다”며 “증상을 설명하니 공황장애를 진단받았고 약물을 꾸준히 복용하니 답답한 증상이 60% 정도 없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급격한 체력 저하와 기억력 손상
6개월 전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임모(34) 씨는 지난 7월 중순 혈장 공유를 하던 중 쇼크로 쓰러졌다. 그는 “혈장 공유를 3분의 2쯤 진행하다가 갑자기 쇼크가 와서 중단하고 토하고 쓰러지듯 해서 병원에서도 놀라서 긴급 조치를 취해줬었다. 그 만큼 몸이 많이 약해졌다. 이전에는 헌혈도 여러번 해도 끄떡 없을 정도였는데”라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완치 판정을 받은지 4개월이나 지났지만 아직 체력은 회복되지 않았다.
지난 3월 초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고 일주일만에 완치 판정을 받은 김모(58) 씨는 퇴원 이후 기억력 감퇴 증상을 겪고 있다. 김 씨는 “사람이 약간 맹한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전에는 안그랬는데 내가 생각하기에도 기억력이 떨어진다. 다시 일상생활하니 나아진 부분도 있지만 기억력이 좀 감퇴하고, 쉽게 피로감 느낀다”고 증상을 설명했다.
해외에선 코로나19 장기 후유증 연구 활발
이미 미국과 영국, 독일 등 해외에서는 코로나19 장기 후유증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미국 인디아나 의과대에서는 코로나19 확진자 1500명을 대상으로 후유증 조사를 실시했다. 연구에 따르면 응답자 41.9%가 3개월 이상의 후유증을 겪었다. 주요 증상으로는 호흡기 질환과 신경성 질환, 피로, 심장 질환, 다리·종아리 통증, 두통, 위장장애, 관절·근육통, 탈모, 비강 통증, 혈전 등이 보고됐다.
영국 국민보건서비스(NHS)와 리즈대, 리즈티칭병원도 중환자와 경증환자를 구분해 후유증 연구를 진행했다. 미 의사협회 심장병 학회지도 독일, 이탈리아, 러시아에서 코로나19에서 회복한 환자의 심장 손상 여부를 조사하기도 했다. 환자 100명 중 78명에서 심장의 구조적 변화가 보고되기도 했다.
국내에선 후유증 연구는 ‘걸음마’ 단계
국내에서는 코로나19 후유증 관련 연구는 아직 미흡한 실정이다. 국내 후유증 연구에 대한 헤럴드경제의 질의에 질병관리본부는 “현재 소규모 환자를 대상으로 후유증 관련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나 정보가 축적되지 않은 상황”이라며 “향후 연구 참여자 확대 등을 통해 관련 연구를 심층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해외 코로나19 후유증 연구도 연구 기관마다 결과 등이 다르게 보고되고 있어 모두 찾아보고 검토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질본 측은 “폐나 미각 등 감각에 집중했으나 최근 후유증이 광범위하게 보고되고 있어 추가적으로 진행할 것”이라며 “관련된 해외 사례 연구를 전방위적으로 찾아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5년 전 발생했던 메르스에 대한 연구 일부도 현재까지 진행될 정도로 전염병에 대한 연구는 장기적으로 설계되는 경우가 많아 당장의 결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도 아직 구체적인 데이터가 축적되지 않았고 데이터가 일부 있더라도 어떤 의미를 가졌는지 확실치 않다는 입장이다. 특히 2차 재확산으로 코로나19 방역과 예방에 ‘헉헉’대는 상황이라 연구 진행이 여의치 않다.
코로나19 후유증 연구 자체도 회복자들을 일일이 추적 관찰해야 하는 만큼 쉽지 않다. 연구에 동의한 회복자에 한해 일일이 전화하거니 진찰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더해 우리나라 의료시스템상 의학 연구 진행을 위해서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자료가 수집된 후 치료 기록을 받을 수 있어 이 과정에서 지연효과가 벌어질 수 있다.
코로나19 확진자의 규모도 후유증 연구 진척에 영향을 끼치는 요인 중 하나다. 김우주 고려대 감염의학과 교수는 “경증 환자에게는 후유증이 거의 남지 않지만 중증 환자들에게 후유증이 남게 된다”며 “외국은 확진자가 수 만명에 육박해 후유증에 대한 연구가 앞서갈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후유증이 코로나19만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지적도 있었다. 김 교수는 “코로나19가 아니더라도 폐혈증이나 폐렴 등 다른 중증 질환을 앓거나 고령인 환자들은 회복이 더디고 기력이 쇠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코로나19 후유증 연구 과제는 바이러스가 침범했던 폐와 심장, 신장, 혈관 등에 어떤 후유증을 남는지다. 김 교수는 “폐 섬유증이나 심근경색, 협심증, 뇌경색, 뇌졸중, 신장기능부전 등이 발생하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후유증 회복 가능성 역시 앞으로의 연구과제다.
“후유증 발견되면 주저 않고 도움 청해야”
코로나19 회복자들에 대한 사후 관리와 연구가 미흡한 상황에서 회복자들은 스스로를 돌볼 수밖에 없다. 임 씨는 “최근 후유증에 관한 기사들이 많이 나오지만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후유증에 대한 논의가 전혀 없었던 것 같다”며 “초반에는 ‘나만 그런 건가’ 하는 생각에 후유증이라는 생각조차 못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뒤늦게 (후유증에 대해) 스스로 알게 됐고,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도 몰랐다”며 “정부 차원에서 후유증에 대한 안내나 대처법들을 알려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2차 유행으로 확진자가 급증하는 요즘 완치자들이 후유증으로 의심되는 증상들이 나타날 때에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백 씨는 “회복자들 대부분이 ‘나중에 괜찮아지겠지’하고 지나치는 경우들이 많은데 간과하지 않고 체계적으로 도움을 받았으면 좋겠다”며 “불편하고 번거롭더라도 병원에 가서 확실히 검사를 받는 게 신체와 심적 안정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확진 진단을 받고 최종적으로 음성 판단을 받을 때까지 격리될 수밖에 없는 터라 신체적인 후유증뿐 아니라 심리적인 상흔도 완치자들에게 남아 있다. 권 씨는 “치료센터에 격리됐을 때 폐소공포증과 같은 두려움으로 많이 힘들었다”고 말했다. 임 씨도 “회복자들끼리 이야기할 수 있는 공간이 많지 않다”고 회상했다.
완치자들은 코로나19 감염 이전의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경험을 공유할 수 있는 장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백 씨는 “회복자 공동체나 커뮤니티는 없지만 주위에서 몇몇이 후유증에 대해 얘기를 꺼내는 것을 들을 수 있었다”며 “같이 경험을 공유하고 이겨냈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들은 완치 후 주위 시선과 지인과의 관계를 극복하는 것도 코로나19 이후의 삶에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황 씨는 “코로나19 확진자들이 마치 죄인이 된 것처럼 여겨지는 분위기가 있어 검사를 꺼리는 경향이 있다”며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라는 생각을 먼저 해야 한다”고 말했다.
〈헤븐〉 헤럴드 오븐: 헤럴드 젊은 기자들이 굽는 따끈따끈한 2030 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