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외곽도 9억원 이상까지 값 올랐는데
-고가주택 기준 이상 오르면세 각종 세금 늘어
-서울 한채값도 안되는 지방 다주택자 ‘억울하다’ 하소연
[헤럴드경제=성연진 기자] # “집값이 오르면서 정부가 정한 고가 기준인 9억원을 넘은 아파트가 많아졌잖아요. 스스로 ‘중산층 이상’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세금에 관심이 없던 이들도 규제 대상이 된 거죠. 집을 팔려고 했을 때 아무런 상담도 고민도 하지 않던 분들이 갑자기 양도소득세를 많이 내야 한다고 하니, 놀라서 달려오시는 거죠. 요즘은 그래서 오히려 1가구 1주택 비과세 요건에 대한 상담이 많습니다.”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팀장)
자산가들에게만 해당하던 세금 이슈가 1가구 1주택자들에게 번지고 있다. 정부가 꾸준히 고가 주택에 대한 규제를 늘리는 동안, 집값은 거꾸로 상승해 서울 아파트 중간 가격이 고가 주택 기준인 9억원을 넘었기 때문이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초 8억4025만원이던 서울 아파트 중위 매매가격은 지난달 기준 9억2787만원으로 1년 반 새 8000만원이나 올랐다. 9억원 이상이면 집을 살 때 대출이 제한되고, 팔 때 양도소득세를 더 내는 등 각종 규제 대상이 된다.
서울 외곽도 9억원, 자산가인가요?
노원구 중계동 청구 3차 아파트 84㎡(이하 전용면적)는 지난 8일 11억900만원에 팔렸다. 최고가다. 보름 전인 지난달 15일 거래가는 10억5000만원으로 이보다 5000만원이 낮았다. 도봉구 창동의 동아청솔 84㎡도 지난달 8억6500만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기록하더니, 최근 9억원에 계약이 성사돼 또 한번 끌어올렸다.
사정은 중저가 아파트 밀집지역인 다른 곳도 마찬가지다. 금천구 롯데캐슬골드파크1차 84㎡는 지난달 말 11억5000만원 신고가에 세 건이나 계약서를 썼다.
문제는 집값 상승 그 이후다. 시세 9억원 이상은 양도세 중과 뿐 아니라, 재산세도 크게 는다. 부동산 자산 컨설팅을 하는 A씨는 “부자라고 생각하지 않던 이들이 갑자기 부자들에게만 걷는 세금을 내라고 하니 혼란이 크다”면서 “소득은 거의 늘지 않았는데, 세금이 늘어나면서 당혹스러워하는 이가 많다”고 말했다.
행정안전부는 올해 시세 9억원 미만 공동주택 공시가격변동률은 1.96%로 재산세 부담이 크게 늘지 않았다고 밝혔다. 반면 시세 9억원 이상 공동주택은 시세 변동분을 반영해 올해 공시가가 전년 대비 21.15%가 오르고, 그에 따라 재산세가 부과됐다. 이렇게 되면 현재 9억원 이상으로 몸값을 높인 서울 시내 중저가 아파트의 내년 재산세도 시세 반영분만큼 상승할 수 있다.
공시가가 높아지면 전년 대비 재산세 부과 상한선도 높아진다. 공시가격 6억원 이하는 10% 미만에서 전년 대비 세 부담이 높아지지만, 6억원이 초과되면 30% 이내로 높아진다.
문제는 소득 상승이 세금 상승에 크게 못미친다는 점이다. 통계청이 20일 발표한 올 2분기 월평균 가구소득은 527만2000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 보다 3.8% 증가하는데 그쳤다.
12년째 그대로인 고가주택 기준인 9억원을 현실에 맞게 재조정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
‘어쩌다 지방 2주택자’는 서울 한 채 값도 안되는데 ‘억울’
갑작스레 집값이 오르고, 늘어난 자산에 대한 세금이 큰 폭으로 증가하면서 사정이 어려워진 이들은 또 있다. 지방 중저가 주택을 두 채 이상 가진 다주택자다.
의정부에 5억원 대 두 채를 가진 김 모씨는 둘 다 정리해 서울 강북에 아파트로 갈아타기를 계획하다 최근 포기했다. 그는 “자금이 생겨서 인근에 비싸지 않은 주택을 한 채 더 샀던 것인데, 다주택자 중과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면서 “두 채를 다 팔아야 서울에 집 한 채 사지도 못하는데, 다주택자라고 세금을 왕창 걷어간다니 화가 난다”고 하소연했다.
전문가들은 취득, 매매, 증여 등 부동산 거래와 관련된 세금을 모두 올리면서, 다시금 서울 ‘똘똘한 한 채’로 관심이 쏠릴 것으로 내다봤다. 이렇게 되면 지방 부동산 시장은 더 어려워 질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목소리다. 실제 최근 급매물 증가 지역은 대부분 수도권 외곽이나 지방이다.
이재국 한국금융연수원 겸임교수는 “지방 유주택자가 서울에 아파트를 사면 취득세만도 10%를 내야 한다. 서울 중위가격으로만 봐도 1억원은 세금으로 내는 셈”이라며 “점점 지방 주택을 팔고, 서울 에 한 채를 남기는 사람들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진짜 똘똘한 한 채를 제외하곤 힘든 상황이 올 수 있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 교수도 “지방도 세부담이 늘면서, 공급이 충분한 지방은 미분양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