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주주 요건, 올해 10억에서 내년 3억 하향
내년에 주식팔면 세금폭탄 맞는 투자자 급
“어차피 2023년부터 전면 양도세 부과…유예 바람직”
[헤럴드경제=정경수 기자] 정부가 내년부터 대폭 낮아지는 대주주 요건 기준을 재검토 중이다. '세금 폭탄'에 따른 파장을 두려워하는 시장의 요구에 따른 것이다. 대주주 요건을 낮췄을 때 시장에 여러 부작용이 발생하는 데다 2023년부터는 주식 양도소득세 전면 과세가 도입된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21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국회와 업계 요구에 따라 금융위원회와 함께 대주주 요건 완화 여부를 검토 중이다. 이르면 오는 10월께 검토 결과를 발표할 계획이다.
대주주 여부가 매년 12월 31일 결정되는 만큼 그 직전까지 검토한다는 계획이다. 소득세법이 아닌 소득세법 시행령을 고치면 되기 때문에 비교적 시간적 여유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시행령은 국회 심의단계를 밟지 않고 국무회의만 통과하면 바로 시행될 수 있다.
크게 3가지 선택지가 있다. 대주주 자격이 되는 투자액 기준을 현재와 같이 10억원으로 유지하는 방안과 예정대로 3억원으로 낮추는 방안, 3~10억원 사이로 조정하는 방안이다. 3~10억원 사이로 결정하는 방안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정부의 결정이 늦어지면서 시장에는 혼란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SK바이오팜 직원 207명 중 70여명이 최근 회사를 떠나갔다. 주가 급등에 따라 직원 1인당 평균 평가이익이 16억원에 달하자 회사를 그만두고 이익을 실현하려는 수요가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내년에 팔면 '세금 폭탄'을 맞는다는 점도 한몫했다.
내년부터 한 종목을 3억원어치(코스피 기준) 이상 갖고 있으면 대주주에 해당돼 주식 양도소득세를 납부해야 한다. 대주주 기준은 지난 2017년 법 개정에 따라 당초 25억원에서 2018년 15억원, 2020년 10억원, 2021년 3억원으로 매년 낮아지고 있다.
일반 투자자는 세금을 면제받지만 대주주로 분류되면 양도세를 내야 한다. SK바이오팜 직원들도 내년에 보유 주식을 팔 경우 양도차익 3억원 이하에 금액에 대해선 22%(지방세 포함), 3억 초과분에 대해서는 27.5%의 세금을 내야 한다. 주식 보유 기간이 1년 미만이면 양도세율은 33%에 달한다.
이처럼 대주주 양도세 완화 정책은 여러 부작용을 낳고 있다. 상장하는 기술기업은 우리사주나 스톡옵션 행사로 인력 유출 문제를 앞으로 겪게 될 전망이다. 아울러 대주주 여부가 결정되는 12월엔 매년 개인들이 대거 매도에 나섰고, 기관과 외국인은 이를 우려해 먼저 매도에 나서는 '치킨게임'이 연출됐다. 주가 하락을 부추기는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아울러 내년부터 대주주 요건을 3억원으로 낮추는 것은 2년짜리 임시 방편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있다. 오는 2023년부턴 대주주 요건이 폐기되고 양도세 부과 기준이 보유 금액에서 소득으로 바뀐다. 이때부턴 대주주 여부와 상관없이 누구든 연간 5000만원 이상의 수익을 거두면 양도세를 내야 한다.
2년간 세수를 더 걷자고 투자자 혼란을 일으키는 것보단 현 기준을 유지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대주주 요건을 현재 10억원에서 내년 3억원으로 낮춰 거둘 실익이 별로 없다"며 "시장에 불필요한 혼란만 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현 10억원을 유지하다 2023년부터 전면 양도세 부과로 넘어가는 게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정부 관계자는 "양도차익에 과세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은 상황에서 이를 포기하고서 얻을 공익적 가치가 커야 대주주 요건을 완화할 수 있다"며 "업계서 의견을 내고 있지만 실제 대주주 요건이 3억원으로 낮아졌을 때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실증적인 자료를 대진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