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희숙 명연설, 통합당 잠자던 ‘야성’ 깨웠다
서울 지지율, 통합 35.6% vs 민주 33.8%
“장외투쟁은 ‘죽는 수’…공감 메시지 승부수”
[헤럴드경제=정윤희 기자]미래통합당이 달라졌다. 176석의 거대여당에 밀려 무기력한 모습을 보여주던 야당이 이른바 ‘윤희숙 신드롬’을 계기로 잔뜩 고무된 상태다.
당내서는 ‘꼰대정당’ 이미지를 벗고 ‘대안정당’으로 거듭날 절호의 기회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부여당의 부동산 정책실패를 부각시키는 진정성 있고 합리적인 ‘메시지 투쟁’이 실제 지지층 확장 가능성을 높일 것이란 기대도 있다.
4일 통합당 안팎에서는 “진정성 있는 메시지가 통했다”, “막무가내식 장외투쟁이 아닌 메시지 투쟁으로 ‘야당의 존재의미’을 보여줬다”, “윤희숙 효과를 극대화 해야 한다” 등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그동안 수적 열세로 ‘야당 패싱’을 당하며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무력감에 빠졌던 모습과는 180도 달라진 분위기다.
실제 서울지역에서 지지율이 뒤집힌 것도 이 같은 분위기에 힘을 실었다. 전날 리얼미터가 발표한 7월5주차 여론조사 결과, 서울지역 통합당 지지율은 35.6%를 기록하며 33.8%의 더불어민주당을 오차범위 내에서 앞섰다.(지난달 27~31일, 전국 2516명 대상, 오차범위 95% 신뢰수준 ±2.0%포인트, 리얼미터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서울지역에서 통합당이 민주당을 앞선 것은 43주만이다. 최근 일련의 부동산 정책, 행정수도 이전 문제, 고(故) 박원순 시장 사건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통합당은 지난 4/15 총선 당시 서울지역 49석 중 8석만 가져오는 등 고전을 면치 못했었다.
한 재선의원은 “아직까지는 우리가 잘해서 보다는 정부여당의 실책에 대한 일시적 반사이익으로 보고 있다”면서도 “윤 의원 연설이 가능성을 보여준 만큼, 국민 눈높이에서 정책 실패를 합리적으로 짚으며 국민과 공감한다면 마음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초선의원 역시 “본회의에 발언신청을 한 의원들이 여럿 있다고 들었다”며 “일방적인 여당의 밀어붙이기에 당해 울분에 차있던, 의기소침하던 지난주와는 완전히 달라졌다”고 전했다.
앞서 지난달 30일 본회의에서 윤희숙 의원은 “저는 임차인입니다”로 시작하는 5분 연설로 화제를 모았다. 민주당의 주택임대차보호법 강행처리에 맞서 예상되는 입법 부작용을 조목조목 짚는 동시에 진정성 있게 대중에 공감하는 자세로 호평을 얻었다. 윤 의원은 한국개발연구원(KDI) 출신의 경제 전문가다.
당 핵심 관계자는 “만약 장외투쟁을 선택했으면 말 그대로 ‘죽는 수’였다”며 “삭발, 단식, 아스팔트 투쟁이 ‘극우꼰대정당’ 이미지만 강화시키며 전통적인 보수지지층마저 떠나가게 했다면, 윤 의원의 연설이 지지층 회복, 나아가 확장에 대한 방향성을 제시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통합당은 7월 임시국회 마지막 날인 4일 본회의에서도 속수무책인 상황이다. 민주당은 이날 부동산세법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후속 3법을 밀어붙이며 단독처리를 강행한다.
최형두 통합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KBS라디오에서 “지금 176석 절대 다수 의석, 모든 상임위의 과반수를 차지하는 무법질주를 저지할 방법이 사실상 없다”면서도 “윤희숙 의원의 반대토론 5분으로 많은 국민들의 공감을 얻었듯 잘못된 국정방향을 지적하고 국민들의 동의와 지지를 받는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