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예고 없이 방문해 잠긴 문 따고 들어간 법원
인권위 “집행 대상을 숨겨놓았을 때나 해당”
“집행 예고장 붙이는 경우까지는 적용 안돼”
[헤럴드경제=박상현 기자] 국가인권위원회가 강제집행 대상인 부동산일지라도 법원 집행관이 기존 거주자에 사전 예고 없이 잠긴 문을 열고 들어가는 것은 주거의 자유 침해라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집을 비운 사이 법원 관계자가 강제로 잠금장치를 풀고 들어와 최고장을 붙였다며 A씨가 제기한 진정에 대해 모지방법원 지원장에게 인권교육 실시를 권고했다고 3일 밝혔다. 일선 법원의 업무를 총괄하는 법원행정처장에게도 부동산 인도집행 최고장을 붙이는 과정에서 강제로 문을 여는 관행을 개선하는 대책 마련도 권고했다.
인권위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법원은 경매를 통해 A씨의 집을 B씨에게 인도하라고 결정했고 B씨는 한 달 뒤 강제집행을 신청했다. 법원 집행관은 집행 예고문을 붙이기 위해 A씨가 살던 집에 방문했으나 문이 잠겨 있자, 문을 강제로 열고 ‘2주 안에 자진해서 부동산을 인도하라’는 내용의 예고문을 벽에 붙였다.
이에 인권위는 “A씨에게 사전에 연락한 사실이 없으므로 법원 집행관의 개문(문을 엶) 행위는 적법한 강제력 행사로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인권위는 “민사집행법 제5조에 따라 집행관은 필요한 경우 주택이나 창고 등을 수색하거나 잠긴 문을 여는 등 조치를 할 수 있으나, 집행 대상인 물건을 채무자가 숨겨놓았을 때나 해당하는 것”이라며 “집행 예고장을 붙이는 경우에까지 적용해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다.
이어 “집행관은 A씨가 부재중인 경우 전화해 자진 인도를 독촉하거나, 최고장을 송달하는 등 이해를 덜 침해하는 방법을 쓸 수 있었다”며 “일방적으로 잠금장치 해제 후 최고장을 붙인 것은 주거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한 것”이라고 했다.
다만 인권위는 “이런 행위가 집행 실무에서 관행이 된 측면이 큰 것으로 보인다”며 집행관 개인에게는 책임을 묻지 않되, 소속 기관장에게 재발 방지를 위한 직무교육 실시를 권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