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가 아파트 규제로 6억원 중저가 거래 늘자

2분위 평균값 올 들어 5.8억→6.7억원으로

‘패닉바잉’에 씨 마른 ‘서민 아파트’

[헤럴드경제=성연진 기자] 지난달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1만5421건으로, 5월 5534건에 비해 3배 가까이 늘었다. 불안감에 사로잡혀 집을 사는 ‘패닉 바잉(Panic Buying·공황구매)’이 수치로 나타난 것이다. 22번째 규제가 나온 이달에도 27일까지 4141건이 신고됐다. 계약한 후 30일의 실거래 신고 의무 기한이 있는 것을 감안하면 7월 거래량도 적지 않을 것으로 짐작된다.

규제가 더해질수록 ‘집값이 오를 수 있다’는 불안감이 매수로 이어지고, 실제 집값도 올라가는 정책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서울 아파트시장은 고가 주택에 대한 대출 규제가 더해지면서 6억원 이하 중저가대 거래량이 늘고 가격 상승이 꾸준히 이뤄지고 있다. ‘서민아파트’를 찾기 어렵게 됐다는 이야기다.

규제 가할수록 6억원 이하 중저가 가격 쑥…‘패닉바잉’ 사실로
6억원 이하 중저가 주택 밀집지역인 서울 노원구 일대 전경. [헤럴드경제DB]

수치로도 이 상황은 드러난다. 정부가 고가 주택의 대출을 조인 지난 12·16대책 이후 중저가 아파트로 매수세가 몰리면서 서울 아파트 거래 가운데 6억원 이하가 차지하는 비중은 올 1분기 52.10%로 올라섰다. 전분기(38.4%) 대비 13.7%포인트 증가한 값이다. 4월에도 서울 아파트 거래량 중 6억원 이하가 54.3%로, 두 건 중 한 건으로 집계됐다. 5월(44.8%)과 6월(35.6%)은 4월보다는 중저가 아파트 매수 비중이 줄었다.

하지만 수요 자체가 준 것이라기보다는 아파트값이 오르면서 해당 가격대 매물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라는 게 일반적 분석이다. KB국민은행 리브온에 따르면 지난해 10월에는 서울 2분위(하위 20~40%) 아파트 평균 매맷값이 5억6601만원이었지만 12·16 이후 중저가 아파트로 매수세가 집중된 올 초 6억원대로 올라섰다. 이달 서울 2분위 아파트 평균값은 6억7210만원까지 올랐다.

올 들어 상위 20%인 5분위 서울 아파트 평균값은 3.5% 올랐지만 2분위는 13.9%로 전 구간에서 가장 많이 상승했다.

문제는 이 같은 수요자의 조급함이 앞으로도 중저가 집값 상승 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데 있다. 7·10대책 이후 11일부터 현재까지 실거래 신고된 799건의 서울 아파트 거래 가운데 6억원 이하는 345건(43.17%)에 달한다.

시장이 정책보다 수요심리에 따라 움직이자 정부도 이번주 내 공급안을 내놓기로 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 교수는 “공급대책이 나와도 단기적으로 큰 효과를 내기는 어려울 것”이라면서 “다만 거시경제가 안 좋아지고 규제가 강하게 작용하면서 ‘패닉 바잉’ 수요는 움츠러들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