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비평으로 일세를 풍미한 미국인이 있다. 수전 손태그(Susan Sontag·1933~2004)다. 예술작품이 무엇을 의미하는지가 아니라 어떻게 예술작품이 됐는지를 보여주는 것이 비평이어야 한다. ‘해석에 반대한다’(1962)라는 제목으로 발표한 문화비평이다. 동성애자 취향 특성을 세 번째로 등장한 창조적 감수성이라고 평가한다. ‘캠프에 관한 단상’(1964)을 발표하자 사람들은 수전이 쓴 글에 주목하기 시작한다.

수전은 유대인이다. 그녀가 쓴 글 곳곳에서 유대인을 옹호하고 나치를 꾸짖는 글귀를 읽을 수 있다. 수전은 동성애자다. 거의 평생 동성애자 인권운동에 앞장섰다. 유방암을 앓는다. 프랑스에 가서 2년간 치료하고 다시 미국으로 돌아와 책을 쓴다. ‘은유로서의 질병’은 그렇게 태어났다. 책을 출간한 뒤 에이즈에 걸린 사람들로부터 많은 편지를 받는다. 주변 지인들이 에이즈로 하나 둘 죽는다. ‘에이즈와 그 은유’를 쓴다.

예술가가 생산한 의미 위에 또 하나의 의미를 더한 비평으로서 해석은 해방 행위다. 예술작품에 대한 비평을 한답시고 비열한 훼방을 늘어놓는 해석은 예술작품을 난도질하고 우리 감성에 해독을 끼친다. 모든 사고는 해석이다. 그렇지만 해석에 반대한다는 것이 언제나 그른 것은 아니다.

수전은 훼방하는 비평, 즉 해석에 반대한다. 죽음을 넘나드는 질병을 이겨낸 뒤 수전은 질병을 둘러싼 은유에 반대한다. 사람들은 은유 없이 사고할 수 없다. 그러나 우리가 자제하고 피해야 할 은유는 있다.

군사적 은유와 의학적 은유는 지나치게 선동하고, 상황을 왜곡하고, 환자를 낙인찍어서 고립시킨다. 질병을 군사적 은유로 말하는 것은 질병을 사악한 것이라고 말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렇게 되면 질병에 걸린 사람들을 결국 우리 사회에서 도려내야 한다. 일제가 관동대지진을 빌미로 조선인을 학살한 것처럼! 질병은 질병이다. 죄를 지은 나를 신이 심판하는 것이 아니다. 내 잘못된 성격 때문에 걸린 것도 아니다. 질병은 치료해야 할 그 무엇일 뿐이다.

7월 10일 하루 동안 미국인 6만4630명이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았다. 하루 최다 기록을 경신했다. 7월 11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마스크를 쓰고 월터리드국립군의료센터를 방문했다. 공식석상에서 처음으로 마스크를 착용한 것이다. 7월 12일 현재 미국에서는 309만7300명의 확진자가 나왔고 그중 13만2683명이 사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세계보건기구가 중국 편향적이라고 비난했다. 7월 6일 미국은 세계보건기구에 탈퇴를 공식통보했다.

중국 과학자들은 우한바이러스연구소나 인근 화난수산시장에서 코로나바이러스가 발생했다는 주장을 거부했다. 코로나바이러스와 우한바이러스연구소에서 다뤘던 바이러스는 서로 다르고, 화난수산시장에서 채취한 동물 샘플에서도 코로나바이러스가 나오지 않았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시진핑 중국 주석은 코로나바이러스 퇴치를 위해 세계보건기구에 20억달러의 추가 지원을 약속했다. 중국과 미국 사이에 외교전쟁으로 번지고 있다.

지금은 코로나바이러스를 슬기롭게 극복해야 할 때다. 서로 지혜를 모으고 손발을 맞춰야 한다. 바이러스의 침략 경로를 두고 전쟁을 벌일 때가 아니다.

질병은 질병이다. 다시 해석에 반대한다.

최석호 한국레저경영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