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세율·공제요건·사후관리 기간 등
중소·중견기업 승계 한국서 유독 높은 문턱
사후관리 단축·공제대상 확대 법안 등 관심
지난해 사후관리 기간을 7년으로 줄이는데 그쳤던 중소기업 가업승계 요건에 대해 21대 국회에서 완화 논의가 활발해졌다. 가업상속 공제 문턱을 낮추는 상속세 및 증여세법 개정안이 잇달아 발의된데 이어 오는 8일 정책간담회도 진행된다.
지난해에도 OECD 가입국 중 가장 까다로운 한국의 가업승계 요건을 완화해야 한다는 논의가 있었으나, 시민단체들의 반발이 거셌다. 중소기업계는 사후관리 기간 5년으로 단축, 고용유지 기준 급여액으로 변경 등의 제안을 했다. 하지만 10년이었던 사후관리 기간을 3년 줄이는 것만 통과됐다. 가업상속 공제요건 완화가 절반의 성공도 거두지 못한 데에는 ‘부의 대물림’이란 시민단체의 공격이 큰 영향을 미쳤다. 올해도 부의 대물림이란 인식이 넘어야 할 산으로 꼽힌다.
▶“대상 늘리고, 사후관리 줄여라” 공제요건 대폭 완화=홍석준 미래통합당 의원은 지난달 가업을 승계하려는 자녀의 계속 경영기간을 기존 10년에서 5년으로, 사후관리 의무기간은 5년으로, 자산유지 의무는 50%로 낮추는 내용의 상속세 및 증여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현행법은 중소·중견기업에 최대 500억원까지 가업상속 재산가액을 공제해주고 있다. 그러나 공제 요건이 까다로워 현실과 동떨어진 규제라는 지적이 많았다. 자녀가 가업상속 공제 이전 10년을 계속 경영해야 하고, 사후관리 기간도 7년이나 된다. 이 기간 동안 근로자수를 줄일 수 없고, 기업 자산도 80% 이상 유지해야 한다. 업종 변경도 표준산업분류상 중분류까지만 가능하다. 제분업을 하다 제빵업으로 확대하는 것까지 허용되는 식이다.
중소·중견기업계에서는 처분해 신사업에 투자하거나, 신사업으로 전환하려는 시도를 막는 요건이라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지난해 사후관리 기간을 5년으로 줄이고, 고용유지 의무도 근로자 수가 아닌 인건비 총액을 기준으로 해달라고 건의했지만 사후관리 기간이 7년으로 줄어드는데 그쳤다.
이영 미래통합당 의원도 지난달 상속세 공제 대상을 연매출 1조원인 기업까지 늘리고 공제한도를 최대 1000억원으로 늘리는 상속세 및 증여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현행 가업상속 공제제도는 연매출 3000억원 이상인 기업은 제외된다. 상속 재산가액을 공제해주는 것도 상속받은 기업인이 10년 이상 20년 미만의 경영을 한 경우 200억원까지, 30년 미만은 300억원까지, 30년 이상은 500억원까지로 정해놨다.
이 의원의 개정안은 상속받은 기업인이 10년 이상 20년 미만 경영을 하면 500억원까지, 30년 미만은 700억원까지, 30년 이상은 1000억원까지 상속 재산가액을 공제하는 게 주요 내용이다.
▶‘부의 대물림’ 편견 불식시켜야…간담회 등 논의 물꼬=가업승계의 걸림돌을 치우기 위한 가장 큰 숙제는 ‘부의 대물림’이라는 일각의 인식을 불식시키는 일이다. 공제대상을 확대하는 내용에 대해서는 지난해 여당에서도 일부 호응했다. 그러나 정부의 입장이 완강했다. 당시 경제개혁연대가 “가업상속공제는 극소수 고소득층을 위한 제도”라며 반대 의견을 내는 등 시민단체측 반대가 거셌던 것이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다.
중소·중견기업계는 부의 대물림이 아닌, 고용·부가가치 창출의 수준을 높이는 장수기업의 탄생을 지원하는 일이라 호소하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가업승계’ 대신 ‘기업승계’라는 용어로 기업이 국가 경제·사회에 미치는 순기능을 강조하고도 있다.
오는 8일 홍석준, 이원욱 의원실 주최로 진행되는 ‘기업승계활성화 정책간담회’에서도 가업승계의 현황과 과제를 짚어볼 계획이다. 발제를 맡은 이영한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국내 중소기업의 생존기간 분포를 보면 10년 미만이 48%에 불과한 데, 사전 피상속인 경영요건이 10년, 사후관리 기간이 7년인 공제요건은 지나치게 장기간”이라고 꼬집었다.
상속받은 기업 자산의 20% 이상을 매각하면 사후관리의무 위반으로 전액을 추징하고, 업종변경도 중분류까지만 가능한 것 역시 문제로 꼽았다. 일본은 가업자산 매각에 관한 사후관리 규정이 없고, 독일은 가업자산 매각 비율만큼만 추징한다. 업종변경 제한에 대해서도 이 교수는 “4차 산업혁명의 경영환경에서 가업자산의 포트폴리오를 경영환경에 맞춰 변경하지 않으면 경영실패로 도태될 수 있기 때문에 완화 내지는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홍 의원은 “기업인들이 기업을 승계시키지 않는 것과 승계하려고 노력하면서 일군 재산을 R&D나 인력, 시설 등에 투자하는 것 중 어떤 것이 더 사회적으로 바람직하겠는가”라면서 “기업인의 투자를 유도하는게 부의 재배분이나 고용창출 면에서도 더 나은 방안”이라고 강조했다.
도현정 기자
